[OSEN=부산, 조형래 기자] “경기 욕심이 어릴 때부터 많았다. 경기를 나가야 안타도 치는 것이다. 최다 경기라는 기록을 세워보고 싶다.”
롯데 자이언츠 외야수 손아섭(32)은 꾸준함의 대명사였다. 지난해 타율 2할9푼5리에 그치며 중단되기는 했지만 2018년까지 9년 연속 3할 타율을 기록했고 올 시즌까지 역대 9번째 11년 연속 100안타 기록까지 달성했다.
또한 현재 1826안타로 최다안타 순위 역대 17위에 올라 있다. 2481개의 안타를 때려내고 있고 여전히 진행 중인 LG 박용택의 통산 최다 안타 기록을 깨뜨릴 수 있는 유일한 선수로 꼽히기도 한다.
아울러 현재 통산 타율 3할2푼4리로 3000타석 이상 소화한 선수들 가운데 통산 타율 순위 역대 3위, 현역 2위에 올라 있기도 하다. 전체 1위는 장효조(0.331), 역대 2위이자 현역 1위는 NC 박민우(0.327)이다. 손아섭은 리그 역사를 통틀어서 ‘정교함의 대명사’로 꼽힐만한 발자취를 남기고 있다.
올 시즌 손아섭은 최근 몇 년간의 장타 욕심을 버리고 ‘가장 손아섭 다운 타격’을 찾아 나섰고 지난해 부진을 딛고 부활에 성공했다. 올 시즌 86경기 타율 3할4푼6리(327타수 113안타) 6홈런 57타점 64득점 OPS 0.895의 성적을 기록 중이다. 임팩트 있는 장면은 다른 선수들이 가져갔어도 팀 타선을 가장 꾸준하게 지키며 가장 좋은 생산력을 과시하고 있다.
다시금 손아섭의 가치를 끌어올릴 수 있는 시즌을 만들고 있다. 모두가 그의 늘어나는 안타와 타율에 집중한다. 그러나 손아섭의 지론, 그리고 시선은 ‘경기 출장 수’에 꽂혀있다.
그는 “난 어릴 때부터 잘할 때나 못할 때나 경기 출장에 대한 욕심이 많았다. 경기에 나가야 안타를 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현역 생활이 황혼기에 접어들었을 때 손아섭 스스로가 남길 수 있는 목표로 ‘최다 경기 출장’을 언급했다.
이어 “사실 최다 경기 출장이 몇 경기인지는 잘 모른다. 하지만 그 기록을 꼭 한 번 세워보고 싶은 생각이 있다”면서 “아직은 선수 생활을 할 수 있는 날이 많이 남았다. 큰 변수가 있을 수도 있다. 장담할 수는 없다. 그러나 최다 경기 출장에 대한 집착과 애정이 있다”고 강조했다. 최다 안타왕과의 비교는 무의미할 정도로 취재진의 질문에 곧바로 답변이 돌아왔다.
과거 손아섭은 2012년 4월 8일 사직 한화전부터 2014년 7월 24일 사직 삼성전까지 342경기 연속 출장, 2015년 8월 15일 목동 넥센전부터 2018년 9월 19일 잠실 LG전까지 449경기 연속 출장, 두 차례의 연속 경기 출장 기록을 갖고 있다. 손아섭 스스로도 당시에는 연속경기 출장 기록에 애정을 갖고 있었다. 앞서 손아섭이 언급했던 경기 출장에 대한 욕심이 투영된 기록이기도 했다.
‘최다 경기 출장’은 선수들에게 철인의 훈장과도 같은 지표다. 현재 최다 경기 출장 기록은 정성훈의 2223경기다. 올해 현역에서 은퇴할 예정인 박용택이 2190경기로 바짝 뒤를 쫓고 있다. 잔여경기 출장 여부에 따라 최다 경기 출장 1위는 정성훈에서 박용택으로 바뀔 여지가 있다. 현재 손아섭은 1502경기에 출장하고 있다. 역대 48위, 현역 선수로는 15위다. 향후 5~6시즌 정도를 건강하면서도 꾸준하게 활약을 해야 정성훈 혹은 박용택의 기록과 비슷해진다.
현재 손아섭은 왼쪽 햄스트링 통증을 안고 경기를 뛰고 있다. 하지만 과거와 같은 욕심보다는 허문회 감독이 강조하는 ‘관리 야구’의 야구관과 함께 이를 조화시켜 최상의 컨디션을 만들려고 한다. 그는 “만약 예전의 나였다면 오늘 뛰겠다고 말했을 것이다. 저의 경기 욕심은 누군가가 컨트롤 해줘야 하는데 감독님께서 잘 컨트롤해주신다”면서 “감독님도 제 성향을 잘 아시기에 감독님께서 먼져 얘기해주시고 배려를 해주신다. 저도 감독님의 의중을 잘 알고 있어서 걱정 없다”고 전했다.
손아섭의 철인을 향한 목표, 과연 그가 선수 생활을 마무리 할 때 훈장의 증표로 다가올 수 있을까. “트레이닝 파트를 계속 괴롭힌다”는 말로 더욱 투철하게 몸 관리를 하는 손아섭에게 그리 어려운 목표는 아닐 듯 하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