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 무역금융펀드를 판매한 전체 금융사가 금융감독원의 ‘투자금 전액 반환’ 권고를 받아들였다. 펀드를 둘러싼 분쟁조정에서 ‘100% 배상’이 이뤄진 건 이번이 처음이다.

라임 무역금융펀드 판매사인 우리·하나은행, 미래에셋대우, 신한금융투자 등 4곳은 27일 오후 이사회를 열어 ‘라임 무역금융펀드 투자자에게 투자금 전액을 돌려주라’는 금감원 권고를 수용하기로 결정했다. 판매사들은 “소비자 보호 차원에서 심사숙고해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 6월 30일 분쟁조정위원회를 열고 “라임 무역금융펀드 투자자들에게 펀드 판매사들이 원금 전액을 물어주라”고 권고하기로 결정했다. 사상 첫 100% 배상 권고였다. 그 이전까지 최대 배상 비율은 작년 해외금리 연계형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때의 80%였다.

금감원은 라임 무역금융펀드가 판매 시점에 이미 투자 원금의 76~98%의 손실이 확정된 ‘불량 상품’이었는데도 멀쩡한 상품인 듯 팔았다는 이유에서 이렇게 결정했다. 판매사들에게는 라임이 만든 ‘가짜’ 투자 제안서를 그대로 써 투자자를 모은 점 등에 대한 책임을 물은 것이다.

금감원 권고가 적용되는 라임 무역금융펀드 판매액은 모두 1611억원이다. 우리은행 650억원, 하나은행 364억원, 신한금투 425억원, 미래에셋대우 91억원 등이다. 신영증권(81억원)은 분쟁조정에 포함되지 않고 사적(私的) 화해 방식으로 문제를 풀기로 했다.

판매사들은 “우리도 라임에 속았는데 100%를 배상하는 건 과하다”는 불만을 가졌다. 펀드 부실 여부를 몰랐는데도 투자금 전액을 돌려주는 선례를 만들긴 부담스럽다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윤석헌 금감원장이 “분쟁조정안 수용 여부를 금융사 경영실태평가 결과에 반영하겠다”고 밝히는 등 대대적인 압박에 나섰다.

형식상은 ‘권고’지만 사실상 ‘명령’이나 다름없었다는 평가다. 이에 고심을 거듭하던 금융사들이 결국 금감원 뜻을 따르는 방향으로 결정을 내렸다는 해석도 나온다.

앞으로 신한금투를 제외한 나머지 판매사 3곳은 ‘라임 공범’으로 지목되는 신한금투와의 법률 다툼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금감원 조사 결과 신한금투가 라임 펀드 부실을 은폐하고 판매한 것으로 밝혀졌다”면서 “적극적인 구상권 및 손해배상청구 등의 법적 대응을 할 예정”이라고 했다. 미래에셋대우도 “향후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통해 구상권을 행사하는 등 적절한 법적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해 신한금투 관계자는 “(금감원 결정에) 법리적으로 이견이 있으며, (신한금투 책임을 물은 부분 등) 일부 사실 등은 수용할 수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