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8년 만에 총리직에서 물러나기로 했다. 아베 총리는 28일 오후 5시 기자회견에서 사임 관련 발표를 한다고 일본의 언론이 일제히 보도했다.
일본 NHK는 "아베 총리가 지병이 악화된 점 등으로 국정에 차질을 빚는 사태는 피하고 싶다고 하여 국무 총리를 사임할 의향을 굳혔다"고 보도했다.
아베 총리는 최근 대학 병원을 두 차례 찾은 사실이 알려지며 건강이상설이 불거졌다. 그는 지난 6월 게이오대 병원 정기 검진 이후, 지난 17일과 24일 두 차례에 걸쳐 10시간 동안 추가 검진을 받았다. 이후 일본 정계에선 그의 건강 이상설이 확산됐다.
아베 총리는 최근 지병인 궤양성 대장염이 악화, 게이오대 병원에서 '혈구성분 제거요법(GCAP)'으로 불리는 특수 치료를 받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GCAP 는 혈액을 몸 밖으로 꺼내어 비정상적으로 활성화한 백혈구를 제거한 다음 체내로 되돌리는 혈액정화법이다. 이는 보통 스테로이드를 사용해도 효과가 없는 상태서 사용하는 치료법으로 아베 총리가 조만간 다시 게이오대 병원을 방문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그는 2007년 1차 집권 당시에도 난치병인 궤양성 대장염으로 사임한 전력이 있다.
그는 2009년 발매된 신약 '아사콜'을 통해 궤양성 대장염을 극복했다고 밝힌 바 있으나 올해 들어서 코로나 바이러스 대책 실패로 인해 피로가 누적되고 지지율이 급락하면서 지병이 더 악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건강이상설을 두고 '아베 총리가 사임 의사를 밝힐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지만 일본 정부와 자민당 측은 이를 부인해왔다. 전날까지도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이 "하루에 두 번 정도 만나고 있는데 달라진 것이 없다"며 아베 총리가 임기를 완주할 수 있을지에 관한 질문에 "물론 그렇다"고 답하기도 했다.
아베 총리는 지난 24일 연속재임 일수 2799일을 기록하며 최장 재임 일수 기록을 세웠다. 그의 총리 재임 기간은 1차 집권기(2006년 9월 26일∼2007년 9월 26일·366일)까지 포함해 8년 반을 넘겼다.
하지만 올해 들어 코로나 바이러스 대응 실패 등으로 인한 지지율 하락을 겪었다. 여기에 건강 이상설까지 불거지며 마이니치신문의 23일 여론조사에서는 응답자의 50%가 즉각 사임하거나 연내(年內) 사임하는 것이 좋다고 답했다.
누가 아베 총리의 뒤를 이을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전날 주간지 슈칸분슌(週刊文春)은 아베 총리는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을 유력한 후계자로 여기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외에도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자민당 간사장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자민당 정조회장, 고노 다로(河野太郞) 방위상, 고이즈미 신지로(小泉進次郞) 환경상,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외무상 등이 아베 총리의 뒤를 이을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