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달러의 하락세가 심상치 않다. 지난 3월 19일, 1285.7원으로 2009년 7월 이후 11년 만에 최고점을 찍은 원·달러 환율이 지난주 서울 외환시장에서 1180원대에 머물렀다. 지난주 잭슨홀 미팅(중앙은행 총재회의)에서 제롬 파월 미연방준비제도 의장은 '제로금리'를 장기간 유지할 것을 시사했다. 역시 달러 약세 요인이다. 달러 가치가 내려간 사이, 좀 사둘까. Mint가 국내외 전문가 9명에게 급히 물었다. "지금 달러에 투자해도 될까요?"
오창섭 현대차증권 연구원
올해 통화량이 가장 많이 늘어난 나라가 미국이다. 본원통화가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만 전년 대비 58% 증가했다. 세계적으로 돈이 많이 풀렸지만 미국만 한 곳이 없다는 것이다. 여기에 코로나가 겹쳤다. 미국이 경제 회복을 위해 대규모 국가 사업들을 추진 중이기 때문에 앞으로 미 달러가 시장에 더 풀릴 것이다.
허진욱 삼성증권 거시경제팀장
2012년 이후 이어졌던 '달러 강세 시대'가 지난 6월을 기점으로 끝났다고 본다. 미국보다 미국 외 지역의 경제성장이 더 뚜렷해 달러 투자 대신 다른 통화가 더 우수한 투자처가 된 상황이다. 특히 올해는 전 세계가 코로나 충격을 받았고 일제히 회복하는 추세다. 전통적으로 봤을 때 모든 국가가 성장할 때 달러는 약세를 나타냈다.
전규연 하나금융투자 연구원 달러는 3분기 보합세를 나타내고 연말로 갈수록 더 떨어질 전망이다. 코로나 이후 미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엄청난 양의 달러를 시장에 풀었다. 미국의 재정 수지 적자 폭이 커진 것도 달러 약세를 견인할 것으로 보인다. 시장도 현재 달러 약세에 베팅하는 분위기다. 당분간 달러에 투자할 유인이 없다.
잭 팬들 골드만삭스 연구원 달러 약세가 지속할 만한 구조적 문제가 그대로 남아 있다. 통화 가치는 과대평가됐고, 미국 실질 금리는 수년간 마이너스 상태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세계 경제가 회복 조짐을 나타내는 것도 달러 약세를 지속시킨다. 단기적으로 코로나 재확산, 미국 대선 등이 있지만 근본적 변수는 아니다. 소규모 자산 투자자는 달러 투자 규모를 줄일 필요가 있다.
켄 청 미즈호은행 외환 전략가
지금 달러 투자는 권하지 않는다. 미 달러는 지난 3월 연준의 금리 인하 조치 이후 다른 주요 통화 대비 낮은 수익률을 나타내고 있다. 연준의 공격적 통화 정책이 결국 달러 자산의 신뢰도를 떨어뜨렸다고 볼 수 있다. 또 대선이란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달러 가치가 하락할 위험이 크다.
크리스토퍼 웡 메이뱅크 선임 외환 전략가
통상 달러는 세계 경제와 역행하는 모습을 보였다. 2008년 금융 위기 직후 경기가 회복할 때도 달러 가치는 폭락했다. 이번 코로나 사태에도 글로벌 경제가 점차 반등하며 달러가 약세로 접어들었다. 각국이 봉쇄 조치를 점차 완화하고 있고, 경기 부양책도 쏟아진다. 당분간 달러가 예전 같은 강세를 나타내기 어렵다는 얘기다.
박옥희 IBK투자증권 연구원
1~2년을 내다봤을 때, 투자를 추천한다. 백신 등장으로 연준이 '비전통적' 정책을 점차 축소해 통화량을 거둬들이면 달러 약세가 반전할 수 있다. '유동성 거품'의 위험도 있어 연준이 서서히 자금을 회수할 것으로 본다. 경기 회복이 더딘 상황에서 변동성이 큰 주식 대신, 안전 자산인 달러 가치가 다시 부각될 수 있다.
신환종 NH투자증권 FICC리서치센터장
한국 투자자들의 자산은 부동산 등 대부분이 원화로 돼 있는데, 이는 균형 측면에서 좋지 않다. 적어도 전체의 20~30%는 달러처럼 안전성을 가진 자산으로 확보하는 것이 좋다. 지금 달러가 출렁이고 있지만 유로화·엔화와는 비교할 수 없는 투명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달러는 여전히 안정적 투자처다.
김찬희 신한금융투자 연구원 국내 투자자 처지에서 미 달러 투자를 할 때 중요한 건 원·달러 환율이다. 이는 달러화 가치, 한국 수출 경기가 좌우하는데 변수는 미국 대선이다. 친기업 정책, IT 중심의 산업 구조를 우선하는 도널드 트럼프 정부에선 달러가 여전히 매력적인 자산일 수 있다. 하지만 민주당 조 바이든 후보가 당선될 경우, 증세 정책 등이 강화돼 달러 약세가 지속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