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막대한 재정을 투입하는 지방자치단체 복지사업에 대해 감독·지도 책임이 있음에도 사실상 손을 놓고 있었다는 감사원 지적이 나왔다. 지자체가 협의 없이 복지 사업을 벌여도 제대로 감시하지 않았고, 아예 지자체 자율성을 보장한다는 이유로 협의 없이 복지 사업을 늘릴 수 있도록 제도를 바꿔주기도 했다.
감사원은 이 같은 내용이 담긴 ‘복지사업 협의·조정제도 운영 실태’ 감사보고서를 24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전남도는 2019년 연 60만원 농어민수당을 도입하겠다고 복지부에 협의를 요청했다. 예산 규모는 584억원. 그런데 당시 전남도는 사업비가 부족해 지역개발금에서 융자받아 이를 충당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복지부가 전남도 재정·채무 등을 고려한 재원 조달 계획을 제대로 살펴보지 않고 승인한 셈이다. 지자체 복지사업에 대해 협의를 거쳐야 하는데도 이를 건너뛴 경우도 많았다. 감사원이 광주광역시 등 7개 지자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복지부 협의 대상 111개 사업 중 31개에 대해서 협의를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복지부는 또 2018년엔 협의 지침을 개정하면서 이미 지자체와 협의가 끝난 사업에 대해선 나중에 지자체 자체적으로 액수를 올려도 협의하지 않을 수 있도록 했다. 지자체 자율성을 존중한다는 명분이었다. 그러자 일부 지자체가 일단 복지 급여 수준을 낮춰 사업을 신설한 뒤 복지부와 추가 협의 없이 급여 수준을 높이는 경우가 발생했다. 강원도는 2019년 육아기본수당 지원사업 지원액을 월 50만원으로 계획했다가 복지부가 재정 부담을 지적하자 월 30만원으로 낮춰 일단 협의를 마쳤다. 그 후 강원도는 올해 지원액을 월 40만원으로 인상했고 내년에는 월 50만원으로 올릴 계획이다.
감사원은 복지부에 앞으로 지자체가 복지사업 급여 수준을 일정 비율 이상 인상하는 경우 협의하도록 운용 지침을 변경하고, 지자체와 대규모 예산이 들어가는 복지사업을 협의할 때 구체적 재원 확보 방안이 담긴 재정운용계획서를 제출하도록 하는 등 개선 방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