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산부인과학회 소속 산부인과 전문의들이 ‘2020 아이가 행복입니다’ 콘퍼런스에서 건강한 임신 준비에 대한 유용한 정보를 전했다. 이와 함께 열악한 분만 인프라 개선이 필요하다고도 목소리를 높였다. /아이가 행복입니다 사무국 제공

대한산부인과학회가 저출산 극복 및 워라밸(work-life balance) 강화를 위한 전 국민 공감 프로젝트 ’2020 아이가 행복입니다' 콘퍼런스에서 행복한 자녀 계획을 꿈꾸는 부모들을 위해 ‘임신 준비’ ‘난임 극복’ 등에 대한 유용한 정보를 제공했다. 이를 위해 먼저 분만 인프라 개선이 시급하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새 생명을 가장 먼저 만나는 산부인과 전문의들의 진심 어린 열변은 행복한 아이들 삶을 위해 가장 먼저 새겨들어야 할 경고와 조언이었다.

◇태아기형과 임신 전 준비: 고려대 홍순철 교수

고려대 홍순철 교수는 “최근 진단기법이 발달해 태아의 해부학적 이상 유무 및 염색체 이상까지도 미리 확인할 수 있다”면서도 “이러한 진단은 향후 만나게 될 아이에게 어떠한 도움이 필요할지 예측하고 준비하는 과정일 뿐, ‘정상’인 아이를 선별하는 과정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모든 생명은 소중하며, 태아 때 혹시 모를 문제가 발견됐다면 해결을 위해 의사와 산모 등이 함께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홍 교수는 “대표적으로 입술과 입천장이 닫히지 않아 나타나는 태아기형 ‘구순구개열’은 현대 성형외과 의술로 완치할 수 있어 사회생활에 지장이 없다”며 “배 속에서 복벽이 닫히지 않아 아기의 장이 밖으로 밀려 나온 경우는 물론, X염색체가 한 개 부족해 임신이 어렵다는 ‘터너증후군’까지도 수술과 성장클리닉, 난임 시술로 해결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홍 교수는 엽산 복용과 남녀 모두의 철저한 금주를 권했다. 건강한 아기를 임신하기 위해서는 고열 피하기, 갑상선 기능저하 치료, 당뇨병 혈당 조절, 톡소플라스마 예방 등 다양한 노력이 필요하다. 홍 교수는 또 “이상 소견이 발견되더라도 적절한 치료와 도움으로 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다시 덧붙였다.

◇대기오염과 임신: 연세대 권자영 교수

미세먼지는 입자 크기가 지름 10㎛ 이하인 미세먼지(PM10)와 지름 2.5㎛ 이하인 초미세먼지(PM2.5)로 구분된다. 특히 초미세먼지에 장기간 노출되면 심혈관 관련 질환으로 사망할 위험성이 높아지는데, 연세대 권자영 교수는 “임신한 여성뿐 아니라 그 태아에게도 미세먼지가 영향을 미칠 수 있어 더욱더 조심해야 한다”고 이날 밝혔다. 권 교수에 따르면 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미세먼지는 임신한 쥐와 태아의 합병증을 초래했다. 현재까지 미세먼지가 임신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역학조사나 동물실험이 실시되긴 했지만, 세포 수준에서의 실험 및 메커니즘 연구는 아직 부족한 실정이다. 권 교수는 “출산율 저하와 미세먼지 악화라는 사회적·환경적 과제에 당면한 오늘, 건강한 임신 및 출산을 위해 미세먼지가 임신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와 관심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난임, 극복할 수 있다: 서울마리아병원 주창우 진료부장

난임 치료를 위해 인공수정(자궁 내 정자주입술)이나 체외수정(시험관 아기) 시술을 받는 환자가 매년 증가하는 추세이다. 난임 전문병원인 서울마리아병원 주창우 진료부장은 “임신율을 높이기 위한 보조생식술(인공수정, 체외수정)에서도 각종 최첨단 기법이 개발되어 사용되고 있다”며 “수정률을 높이기 위해서 ‘정자형태선별 수정(IMSI)’ ‘성숙정자 선별 수정(PICSI)’ 등의 특수 미세수정 방법이 고안되었고, 배양 환경을 개선한 ‘실시간 배아관찰 배양(Time-lapse incubation)’이나 착상률을 높이기 위한 ‘보조부화술(Assisted Hatching)’이 널리 이용되고 있다”고 전했다. 또 “난자 및 배아를 활성화하는 각종 이온 처리법 및 ‘배아 진동기’ 등의 기술이 계속 발전하면서 시술 성공률은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다”고 난임 부부들에게 희망을 전했다.

주 부장은 “30대 초중반부터 자신의 가임력을 이해하고 미리 준비할 수 있도록 난소기능검사(AMH) 및 가임력 상담에 대한 교육 및 홍보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통해, 막연히 임신 준비를 미루다가 난임이 되는 불행을 예방할 수 있고, 필요하면 난자 냉동 시술까지 고려할 수 있다.

◇아이 낳을 곳이 없다? 분만 인프라 개선 필요성: 강원대 황종윤 교수

현대사회에는 고령·고위험 임산부가 증가하고 있다. 안전한 출산을 위해서는 산부인과 전문의, 간호사, 분만 전문 의료기관, 사회적 비용 지불, 사회인식 변화 및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 그러나 강원대 황종윤 교수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임산부의 분만 기관이 2012년에 비교하여 2018년 자료에서는 25%나 감소했다. 지방에는 분만할 곳이 없다. 황 교수는 “강원도 18개 시·군·구 중 분만병원이 없는 시·군·구가 11곳이나 된다”며 “현재와 같은 출산율 감소와 사회적·국가적 지원이 부족한 상황에서 민간 병원의 파산과 분만 포기는 계속 확산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최근에 국가는 이러한 분만 인프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전국 19개 권역에 고위험 산모와 신생아를 위한 통합치료센터를 선정하고, 증가하고 있는 고위험 임산부 진료를 지원하며, 출산율 향상을 위한 육아지원정책을 펴고 있다.

그러나 분만 인프라 문제와 분만 취약지 해결을 위해서는 보다 포괄적인 맞춤형 임신·출산 지원 정책, 전문기관과 정부 기관의 긴밀한 협조, 임산부 건강을 지키기 위한 공동의 프로그램 운영이 필요하다.

황 교수는 “강원대병원 고위험 산모 신생아 통합치료센터는 분만 취약지가 많은 강원도의 고위험 임산부와 신생아 건강지킴이로서의 역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