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몸은 남성보다 훨씬 복잡하다. 어려서는 신체 모습에서 남녀 차이가 크지 않고 비슷해 보이지만, 1차 성징(性徵)을 거쳐 14세 무렵 사춘기를 지나면, 본격적으로 여성으로서 2차 성징이 나타난다. 여성은 초경부터 임신과 출산, 모유 수유, 육아 과정을 거쳐 폐경을 맞이할 때까지 남성에 비해 생리학적·해부학적으로 훨씬 복잡하고 많은 신체 변화를 겪게 된다. 여성의 몸이 이렇게 다양한 변화를 겪는 과정에는 에스트로겐과 같은 여성호르몬이 깊게 관여하고 있다.
◇여성 건강의 핵심은 에스트로겐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은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에서 변화되어 만들어진다. 사춘기를 지나면서 테스토스테론이 에스트로겐으로 전환되는 비율이 점차 늘어나 여성호르몬이 많아지고, 나이가 들면서 에스트로겐은 점차 감소한다. 에스트로겐은 일생 동안 다양한 변화를 겪는 여성의 몸 안에서 건강을 담당한다. 하지만 이 에스트로겐이 부족해지면 삶과 건강을 한순간에 위협하기도 한다.
여성호르몬이 부족하면 신진대사가 원활하지 않아 손발이 차갑고, 갑자기 체중이 늘거나 홍조, 발한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으며 심리적인 우울감까지 불러올 수도 있다. 특히 갱년기에 접어들면 난소 기능 퇴화로 몸속 여성호르몬이 급격히 감소하기 때문에 그 어느 때보다 관리가 중요하다. 요즘은 젊은 여성들도 무리한 다이어트나 잘못된 건강 정보 등으로 호르몬 대사를 망가뜨려 여성호르몬 부족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한두 가지 음식으로는 건강 유지 안 돼"
푸드 테라피스트 한형선 한국푸드닥터연구원장은 다양한 레시피를 통해 몸과 마음의 건강을 찾아주는 전문가다. “음식이 진짜 약이고, 약은 보조 역할을 할 뿐이다”라는 그의 주장은 ‘음식과 약의 근본은 같다’는 말과 그 맥락을 같이 한다.
먹는 음식과 마음가짐을 바꾸는 것만으로도 건강에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이 핵심이다. 한 박사는 몸의 급격한 변화로 인해 심리적 우울감을 겪는 여성들을 주목했고, 그 여성들에게 필요한 영양소를 함유한 다양한 레시피를 개발해 소개하고 있다.
한 박사는 “여성 건강에 유익한 음식은 에스트로겐 작용을 도울 수 있어야 하며, 식이섬유가 풍부해 소화가 잘되고 배설작용 또한 쉬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몸을 따뜻하게 하고 순환을 도우며, 균형 잡힌 영양 성분으로 해독과 항산화 작용이 뛰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한 박사가 특히 강조하는 것은 ‘고른 영양소 섭취’이다. ‘몸에 좋다’는 특정 음식을 집중해서 먹는 여성들이 많은데, 몸의 밸런스를 맞추려면 다양한 영양소를 가진 양질의 식재료를 고루 섭취하는 것이 중요하다.
◇여성을 위한 식품 ‘톱3’
한 박사가 여성을 위한 식품 중 으뜸으로 추천하는 것이 호박이다. 호박은 우리 몸의 호르몬 대사를 바르게 세워주고, 해독작용을 하는 데 빼놓을 수 없는 식품이다. 박과에 들어 있는 ‘시트룰린’ 성분은 몸속 노폐물을 소변으로 배출하고 부기를 빼주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예로부터 산모들은 부은 몸을 가라앉히기 위해 호박즙을 복용했다. 또한 호박씨에 풍부한 천연 에스트로겐 성분 ‘리그난’과 오메가3 지방산 일종인 ‘리놀렌산’은 특히 여성에게 이롭다.
두 번째 핵심 식품은 발아 쥐눈이콩이다. 막 싹을 틔우기 시작한 콩싹에는 풍부한 영양이 응축되어 있다. 콩이 발아할 때는 식물성 에스트로겐인 제니스테인 함량이 가장 높아진다. 또한 콩에 함유된 이소플라본은 콜라겐 대사를 활성화한다. 콜라겐은 기미나 주름에 효과를 발휘하는 필수 성분으로, 콩의 이소플라본이 이 작용을 활성화시켜 피부를 아름답고 건강하게 만든다. 쥐눈이콩의 검은 껍질 속 안토시아닌은 항산화 성분으로 세포 손상을 억제하는 데 도움을 준다.
마지막으로 달콤하고 탱글탱글한 석류가 있다. 난소에서 평생 분비되는 에스트로겐은 티스푼 하나에 담길 정도로 적은 양이다.
석류 속에는 물성 에스트로겐이 다량 존재하는데, 특히 인체에서 만들어지는 것과 똑같은 스테로이드 구조를 가진 에스트로겐(에스트론 에스트라디올)이라서 유익하다. 석류의 식물성 에스트로겐은 씨와 껍질에 다량 함유되어 있기 때문에, 과육만 먹는 것보다 껍질과 씨까지 통째로 먹는 게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