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라는 싯구를 연상케하는 유채(油菜)꽃의 계절이다. 코로나19사태에도 자연은 생동하고 유채꽃의 노란 물결에 맞춰 사람들의 마음도 출렁인다.
본래 유채는 배추(야생종)와 양배추(야생종)의 자연교잡종이다. 1만년전 야생에서 교잡이 이뤄진 것으로 본다. 중요한 것은 진화론 관점에서 유채가 다른 종끼리 교배하는 과정에서도 완전히 새로운 종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것을 확인시켜준 식물이라는 점이다. 우리나라 농학자인 우장춘(1898~1959) 박사의 연구로 확인되면서 다윈의 진화론이 수정된다. 우 박사가 발표한 1935년 종의 합성에 관한 연구는 십자화과 배추속 식물들(배추, 양배추, 겨자, 브로콜리, 냉이, 케일 등)을 이용해 종이 합성을 통해서도 발생한다는 것을 입증했다. 이 연구로 우 박사는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유채의 영어이름은 카놀라(CANOLA)로 알려져 있지만, 이는 1970년대 캐나다에서 개량한 유채품종에 대해 붙이는 이름이다. 개량 이전의 원 이름은 레이프(RAPE). 일반명사로는 ‘성폭행’을 뜻하기 때문에 요즘은 카놀라라는 말을 더 많이 쓴다. 우리말은 ‘평지’, ‘가랏나물’, ‘겨울초’이다. 중국이 원산지이며, 우리나라에서는 제주도 말고도 전남 지역에 유채꽃밭이 흔하다.
유채씨는 해바라기나 콩보다 더 많은 기름을 얻을 수 있는 작물이다. 다만 기름에 심장병이나 동맥경화를 일으키는 에루스 산이 있어서 이를 대폭 줄인 개량종 카놀라가 나오기 전까지는 윤활유나, 자동차 연료 등으로 일부 사용됐다. 바이오디젤을 만들어 석유계 디젤과 섞어서 쓰는 방식이다.
작년 코로나19사태로 봄 축제를 취소하면서 갈아엎었던 제주 유채꽃을 올해는 볼 수 있을까. 서귀포시는 가시리 녹산로 일대에서 4월 9일 개최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작년에는 가시리마을회에서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축제 취소를 건의했지만 올해는 사정이 다르다. 만약 축제가 열리게 되면 유채꽃광장 9.5㏊9만5000㎡)와 10km에 이르는 길가를 따라 식재돼 있는 유채꽃을 보게 된다. 마을회는 작년 10월 이곳에 밀을 심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