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속 바벨탑의 전설처럼 높고 화려한 건축물을 짓고 싶은 것은 인간의 오랜 꿈이다. 자연의 법칙을 극복하며 원하는 모양의 건물을 올리기 위해 인간은 당대의 모든 지식을 건축에 쏟아부었다. 이처럼 건축은 단순히 사람 사는 건물을 짓는 일이 아니라 한 사회가 걸어온 과거, 현재, 미래상까지 보여주는 치열한 지적 탐색의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그렇기에 도시를 대표하는 유명한 건축물을 보는 것은 그 나라를 이해하는 중요한 여정이 된다.

일본은 ‘건축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프리츠커상 수상자를 8명이나 배출한 건축 강국이다. 수도 도쿄엔 상업시설부터 공공 건축까지 ‘건축의 거장(巨匠)’들이 설계한 특색 있는 건물이 많다. 이중 우리에게 익숙한 건물이 다수 있다는 것도 흥미롭다. 몇 년 전 도쿄의 길을 지나다 우연히 본 어떤 건물 곡면의 흐름에 홀려 외관을 한참 바라봤던 경험이 있을 만큼 저마다 개성과 미감(美感)으로 돋보이는 외형을 가진 건물을 흔히 볼 수 있다. 역사와 함께 한 과거의 건축물에서부터, 오늘날 현대의 트렌드와 미(美)를 독창적으로 살려낸 도쿄의 주요 건축물을 돌아봤다.

아사쿠사 문화관광센터. 옛 목조 단층 건물을 층층이 포개 쌓는 방식으로 디자인했다. / Asakusa Culture Tourist Information Centre © Takeshi YAMAGISHI

전통과 현대의 조화, 아사쿠사 문화관광센터

도쿄의 전통미를 탐미하고 싶다면 아사쿠사(Asakusa)가 제격이다. 도쿄에서 가장 오래된 절인 센소지가 중심인 지역으로 400년 전 에도 시대의 정취를 느낄 수 있다. 최근 도시 리모델링 사업을 통해 아사쿠사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떠오른 건축물이 바로 아사쿠사 문화관광센터다.

2012년 건립된 이곳은 목재를 활용한 건축물로 잘 알려진 일본인 건축가 쿠마 켄고(Kuma Kengo)가 리모델링한 건축물이다. 쿠마 켄고는 과거 콘크리트에 타일·메탈 소재로 치장되었던 건축물을 에도 시대의 문화를 현대에 전한다는 컨셉트에 맞춰 8개의 단층 목조주택을 쌓아 올린 듯한 모습으로 새롭게 꾸몄다. 건물 외관의 반복되는 선이 마치 숲속의 나무가 늘어선 모습처럼 보인다. 지하 1층, 지상 8층 규모의 건축물로 관광안내, 여행자 공간, 전망대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특히 8층 무료 전망대는 정면으로 아사쿠사 거리, 우측으로 도쿄 스카이트리 전망이 펼쳐져 관광 명소로 주목받고 있다.

도쿄 주교좌 성 마리아 대성당. 상공에서 보면 건물 전체가 십자가를 그린다.

일본 가톨릭의 중심, 도쿄 주교좌 성 마리아 대성당

일명 세키구치 성당이라 불리는 이곳은 일본 가톨릭의 중심으로 한국으로 치면 명동성당 같은 곳이다. 1899년 고딕 양식의 목조건물로 지어졌으나 1945년 2차 세계대전 당시 공습으로 파괴돼 1964년 건축가 단게 겐조(Tange Kenzo)의 설계로 새로 지어졌다. 단게 겐조는 1987년 일본인 최초로 프리츠커상을 수상하며 현대 일본 건축의 기초를 확립한 일본의 1세대 건축가다. 히로시마 평화 기념관, 요요기 국립경기장, 도쿄도청사 등 유명 건축물을 다수 설계한 바 있다.

성당은 마치 건물이 팔을 벌리고 있는 듯하다. 상상력을 자극하는 비대칭의 조형미와 웅장한 내·외관이 인상적이다. 철근 콘크리트 구조로 외부는 8면의 곡선을 두른 벽과 쌍곡 포물선을 따라 커다란 십자가 형태를 이루고 있고 HP 쉘을 세로로 이용한 8장의 벽이 서로 의지하면서 내부의 공간을 만든다. 또한 600개의 좌석과 2000명이 들어올 수 있는 입석 공간, 일본 최대 규모의 파이프 오르간을 보유하고 있다.

21_21 디자인사이트. 노출 콘크리트벽과 유리, 철판 지붕의 미니멀한 구조다. / ©Masaya Yoshimura

일본 디자인 문화의 거점, 21_21 디자인사이트

‘21_21 디자인 사이트’는 국내에도 잘 알려진 유명 건축가 안도 타다오(Ando Tadao)가 설계한 디자인 전문 전시관이다. 디자이너 이세이 미야케의 제안으로 지난 2007년 문을 연 이곳은 인근 롯폰기 힐스와 함께 도시 재생의 대표적 성공 사례로 손꼽힌다. 주거·업무·상업 시설뿐 아니라 다양한 문화 시설들이 있어 일본 디자인 문화의 거점으로 인정받고 있다. 21_21은 영어권에서 완벽한 시력을 가리킬 때 ’20/20 sight’라고 표현하는 것에 착안해 ‘앞을 보는 디자인을 발신하는 장소’라는 뜻을 담고 있다.

시설 입구 콘크리트 벽에는 하늘색 철판으로 만들어진 심볼마크 ‘프로덕트 로고’가 보인다. 전시관의 대부분을 지하에 매설해 지상에는 삼각형으로 접힌 두 개의 철재 지붕만이 있다. 이 지붕은 설계를 의뢰한 이세이 미야케의 ‘한 장의 천’ 개념을 상징하는데 내려앉은 비행기의 모습과도 같은 지붕의 모습이 매력적이다. 대지를 따라 낮게 깔린 이곳의 전시실은 지하로 뻗어 있어 짙게 드리운 음영이 더해져 극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도쿄 국립경기장. 특징적인 목재 격자 프레임은 쿠마 켄고 특유의 미학을 잘 표현하고 있다. / ©show999 - stock.adobe.com

21세기형 ‘숲의 스타디움’, 국립경기장

2019년 12월 완공된 국립경기장은 ‘숲의 스타디움’이란 컨셉트에 맞게 내부 자재부터 외관까지 나무로 짓고 꾸몄다. 일본 47개 현에서 공수해온 7만 평방피트(약 1970평)의 낙엽송과 삼나무로 구성돼 있다. 총 6만석 규모로 총 공사비 1570억엔(약 1조 6900억원)이 투입되었고 산토리 미술관 등을 설계한 건축가 쿠마 켄고에 의해 만들어졌다.

이곳의 가장 큰 특징은 높이를 지상 50m 정도로 낮게 설계했다는 점이다. 경기장 주변 경관과 조화를 이뤄 ‘숲의 스타디움’이란 컨셉트에 충실한 풍경을 보여준다. 경기장 꼭대기 5층엔 꽃, 풀, 나무로 꾸며진 총 둘레 850m 길이의 ‘하늘 숲’ 산책길이 있다. 또, 여름철을 대비해 바람이 경기장 안으로 들어오도록 구조를 설계했다. 3층 구조로 이루어진 차양 안에 바람을 담고 이를 경기장 전역으로 보내 열기와 습도를 조절할 수 있도록 했다. 향후 이곳은 일본 국가대표 축구 경기와 더불어 아시안게임, 아시아 육상선수권대회 등 주요 스포츠 대회 유치에 이용될 예정이다.

※ 여행 정보

향후 일본 방문 예정인 외국인 관광객들을 위해 JNTO(일본정부관광국)에서는 코로나19 관련 대응에 도움을 줄 수 있는 24시간 콜센터 ‘JAPAN Visitor Hotline’을 운영하고 있으니 참고하는 것이 좋다. 도쿄도 역시 홈페이지를 통한 안내, 공식 SNS를 통한 정보발신 등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다양한 대책을 마련해 시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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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재 협조 : 도쿄관광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