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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에 사는 서모(여·84)씨는 5년 전부터 무릎 관절염에 시달렸다. 또 다리가 바깥쪽으로 휘는 ‘오(O)자 다리’가 됐지만, 진통제로 통증을 버티며 지내왔다. 나이가 많아서 수술이 어려울 수 있다는 말에 겁이 났기 때문이다. 무릎 수술은 큰 수술인 만큼 부담도 컸다. 서씨는 지인으로부터 로봇 인공관절 수술을 권유받았다. 출혈이 적어 고령환자도 받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이후 로봇 인공관절 수술을 받은 서씨는 반듯한 다리로 힘차게 걸을 수 있게 됐다. 극심한 무릎 통증에서도 해방됐다.

고령화(高齡化)로 평균 수명이 늘어나며 퇴행성 질환 환자도 덩달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무릎 관절염은 대표적인 퇴행성 질환 중 하나다. 관절염 말기에 시행하는 무릎 인공관절 수술 환자의 대부분이 65세 이상이다. 80대 이상 고령 환자도 전체 환자의 11.65%에 달한다.

무릎 인공관절 수술은 극심한 무릎 통증을 줄여주고, 관절 기능의 회복을 돕는다. 최근에는 안전성이 높은 ‘로봇 시스템’을 접목하는 병원이 늘고 있다. 로봇 인공관절 수술은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기존 수술에 로봇시스템을 활용하는 것이다. 수술 후 환자 만족도가 높아 퇴행성 관절염 말기에 시행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치료법으로 알려졌다.

정형외과 전문의인 송문복 인천힘찬종합병원 의료원장이 마코 로봇을 활용해 인공관절 수술을 집도하고 있다. /힘찬병원 제공

◇'로봇 수술' 고령 환자 출혈량 34% 감소

인공관절 수술은 연골이 마모된 관절 면을 다듬고, 인공관절을 삽입해 무릎 관절이 정상적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하는 수술이다. 무릎 정렬을 맞추기 위해선 대퇴골에 구멍을 뚫어 수술 장비를 고정하는데 이 과정에서 출혈이 동반된다. 출혈량이 많으면 추가 수혈이 필요해 이로 인한 합병증과 감염 위험이 커지기도 한다. 고령 환자의 경우 출혈과 수혈이 수술 후 회복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관절·척추 병원인 힘찬병원은 지난해 6월부터 한국스트라이커의 인공관절 수술 로봇 ‘마코 스마트로보틱스(이하 마코)’를 활용하고 있다.

인공관절 수술 로봇 ‘마코 스마트로보틱스’.

마코를 이용한 인공관절 수술 과정은 이렇다. 먼저 수술 전 3차원(3D) 컴퓨터단층촬영(CT)을 통해 환자의 무릎 관절 구조와 상태를 파악해 사전 수술 계획을 세운다. 수술 중에는 숙련된 의료진이 직접 로봇 팔을 잡고 수술을 집도한다. 로봇의 정밀한 계산과 숙련된 의료진의 판단으로 진일보한 로봇 수술을 시행하는 셈이다.

힘찬병원 관절의학연구소가 80대(代) 이상 환자를 대상으로 로봇 인공관절 수술과 일반 수술의 출혈량을 비교한 결과, 로봇 수술 환자그룹에서 피주머니(헤모박)를 통해 배출되는 출혈량이 더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로봇 수술이 평균 185.1㎖, 일반 수술이 평균 279.6㎖였다. 로봇시스템으로 일반 수술 후 출혈량의 34% 이상을 줄인 셈이다.

인천힘찬종합병원 송문복 의료원장(정형외과 전문의)은 “고령 환자의 인공관절 수술 시 긴밀한 내과 협진과 무균수술 시스템 등으로 안전성을 높이고 있다”며 “로봇 수술의 도입으로 정확도가 향상돼 수술 부담이 낮아진 만큼 수술을 미루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확도 높인 로봇 수술, 80대 이상 환자 다리 교정에도 효과적

힘찬병원 관절의학연구소의 또 다른 조사 결과에 따르면, 휘어진 다리의 교정 각도도 로봇 수술이 더 높게 나타났다. 80대 이상 수술환자를 대상으로 수술 전후 다리 각도를 비교한 결과, 로봇 수술 환자 그룹은 11도에서 1.9도로 9.1도 교정됐다. 일반 수술 환자 그룹은 수술 전 10.8도에서 수술 후 3.4도로 7.4도 교정된 것으로 나타났다. 다리 축이 바르게 교정되면 무릎이 체중의 부하를 고르게 받기 때문에 인공관절의 조기 마모를 방지해 수명이 더 늘어나게 된다.

심현우 한국스트라이커 대표는 “국내 80대 이상 고령 환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인공관절 수술 연구 결과만 봐도 마코 로봇의 안전성을 확인할 수 있다”며 “숙련된 의료진과 정확한 마코로봇수술의 도움을 받아 많은 관절염 환자가 무릎 통증에서 벗어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형외과 전문의인 안치훈 인천힘찬종합병원 정형외과 과장은 “무릎 인공관절 수술은 다리 정렬을 체중 부하선을 중심으로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 로봇이 계산한 수치를 확인하면 그냥 눈으로 볼 때보다 정확도가 올라간다”며 “수술이 정확하면 수술 후 통증 감소와 빠른 재활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한편, 힘찬병원은 강북, 목동, 부평, 부산, 창원점에 로봇수술시스템을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지난 9일엔 인천힘찬종합병원 로봇인공관절센터가 문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