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지문을 살짝 열어 보았다.
바람결에 가벼이 흔들리는 나뭇잎, 물줄기가 졸졸 흐르는 연못, 연못 주변에 곱게 핀 수선화…. 바야흐로 여름이다.’
정통 가이세키(會席料理)를 선보이는 레스토랑 ‘쿠타니’ 최규덕 셰프는 다양한 조리기법에 독창적인 요리 프레젠테이션 실력을 더해 그릇 위에 사계(四季)까지 표현해낸다. 이번 ‘여름 특선 메뉴’ 콘셉트는 여름날의 여유로운 느낌을 물씬 살린 ‘장지문 사이로 보이는 여름 정원 풍경’이다.
◇식탁 가득한 여름 정취, 쿠타니 여름 특선 가이세키
가이세키란, 다양한 음식이 차례대로 나오는 일본식 코스 요리이다. 가이세키의 시작은 부출(사키츠케)이다. 부출은 일명 애피타이저로, 식욕을 돋울 가벼운 음식이 제공된다.
쿠타니 여름 특선 메뉴의 부출은 ‘도뉴 다키가와 도후’와 ‘나스 츠라라 소면’이다. ‘도뉴 다키가와 도후’는 두유·참깨·한천을 이용해 굳힌 후 국수처럼 뽑아낸 메뉴로, 흐르는 강을 형상화했다.
이어 전채요리가 나오는데, 제주 뿔소라 무침과 검정팥으로 부드럽게 조린 문어(타코야와라카이니), 산마 두부(나가이모도후), 장어 계란말이(우마키) 등 쿠타니 시그니처 메뉴가 제공된다. 모두 제철 재료를 사용하였으며, 여름철 풍경을 그릇에 그대로 담아 눈으로 먼저 즐길 수 있다.
다음으로 여수 갯장어 맑은국(하모스이모노)이 식탁 위에 오른다. 날카로운 이빨을 가진 갯장어는 손질도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잔가시가 셀 수 없을 만큼 살에 박혀 있어 예리하고 숙련된 칼솜씨로 다뤄야만 제대로 된 갯장어 요리를 맛볼 수 있다. 이러한 국은 생선회 시식 전 속을 데우고 입도 깨끗하게 해준다. 생선회 풍미를 제대로 느낄 수 있도록 맑은국이 나오는 경우가 많다.
맑은국으로 입을 정갈하게 한 후, 쿠타니에서 선정한 대표 여름 생선회를 맛볼 차례이다. 먼저 부드러운 식감과 진한 감칠맛으로 다양한 요리와 잘 어우러지는 홋카이도산 프리미엄 성게알과 고성 성게알이 제공된다. 이어 여름이 제철이라는 농어와 몸값을 자랑하는 참치 뱃살, 도화새우, 껍질을 숯불에 그슬린 금태(노도구로 아부리), 오키나와 대표 해초인 바다포도(우미부도) 등이 어항 그릇에 가득 담겨 나온다. 산지 직거래로 신선도 높은 식재료에 최 셰프만의 손질법과 여러 문헌에서 얻은 미생물 억제법까지 더해 풍미를 살렸다.
뒤이어 제공되는 구이와 전복 샤브샤브, 튀김, 특별요리 역시 제철 생선을 사용한다. 구이는 재료 수급 상황에 따라 무태장어와 갈치, 은어 등이 상에 오른다. 튀김은 은어와 초당 옥수수, 킹크랩이 들어간 쿠타니 스타일 고로케가 서비스되는데, 은어 튀김의 경우 물속에서 춤추는 느낌을 표현해 보기만 해도 시원하다. 이와 함께 식사 메뉴 전 구운 가리비 초회가 나와 입안을 상큼하게 한다.
식사의 경우 조리장이 눈앞에서 직접 빚는 에도마에 스시와 함께 일본 3대 소바 중 하나인 ‘사라시나’ 또는 가가와현의 대표적인 ‘사누끼 우동’을 선택해 먹을 수 있다. 가이세키의 마지막 코스는 흑임자 푸딩과 계절과일, 교토식 디저트인 ‘쿠즈키리’이다.
쿠타니의 여름 특선 메뉴는 모두 제철 재료를 사용하며, 자연에서 영감을 받은 플레이팅으로 여름의 정취까지 물씬 느낄 수 있다. 자연에서 나오는 고유의 색감과 향기에 집중해 마치 한 폭의 풍경화 같은 느낌을 준다.
◇가이세키 맛을 두 배로 높이는 사케
일본 현지에서 즐기는 듯한 전통 가이세키 본연의 맛을 느낄 수 있는 쿠타니는 여름 특선을 비롯한 전 메뉴를 다양한 사케와 함께 즐길 수 있다. 쿠타니의 신지은 사케 소믈리에가 요리 궁합과 고객의 입맛, 취향까지 고려해 섬세하게 제안한다.
음식에 어떤 사케를 곁들이냐에 따라 맛이 한층 풍부해진다. 전용 셀러에서 맛과 음용 온도까지 철저하게 관리한 사케 40여 종을 메뉴별로 다양하게 추천하고 있다. 고객이 요청할 경우 소믈리에가 직접 맞춤형으로 골라 주기도 한다. 특히 요즘같이 더운 날에는 차갑게 마시는 사케의 맛이 일품이다. 쿠타니의 여름 특선 가이세키에도 차가운 사케가 잘 어울린다. 사케는 온도에 따라 숨겨진 매력을 지니고 있는데, 차갑게 마실 경우 입안에서 청량감이 은은하게 퍼진다. 신 사케 소믈리에는 여름철에 잘 어울리는 사케로, 상쾌한 느낌의 ‘코츠즈미 로죠하나아리’와 사이다에 밀키스를 섞은 듯한 스파클링 나마자케인 ‘아즈마츠루 세미시구레 우스니고리 나마’를 꼽았다.
◇대한민국 가이세키 요리의 장인, 실력파 사케 소믈리에
쿠타니 최규덕 셰프는 전공인 가이세키 요리에 스시를 융합한 ‘스시 가이세키’를 창조한 자타공인 대한민국 가이세키 요리의 장인(匠人)이다. 쉐라톤그랜드워커힐호텔 일식당 ‘석정(石亭)’ ‘기요미즈’와 W서울워커힐호텔 ‘나무’, 비스타워커힐호텔 ‘모에기’에서 경력을 쌓았다. 세계 최대 일본요리 대회인 ‘Japanese Culinary Art Competition’ 아시아 한국 예선에서 최초로 2회 우승했으며, 한국 대표로 결승까지 올라 수상한 경력이 있다.
최 셰프는 최고의 식재료를 선점하는 집념과 통찰력으로 유명하다. 신 사케 소믈리에 역시 쉐라톤그랜드워커힐호텔 일식당 ‘기요미즈’와 W서울워커힐호텔 ‘나무’, 비스타워커힐호텔 ‘모에기’에서 경력을 쌓은 실력파이다. 특히 2014년 제2회 국내 사케 소믈리에 챔피언십에서 1위를 차지했으며, 2017년부터 대한민국 주류대상 사케 부문 심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예약 문의 (02)2065-9990
[화려함의 극치 일본식 코스요리 ‘가이세키’]
일본의 료칸 체험과 온천여행 등을 통해 우리나라에 알려지기 시작한 가이세키 요리는 원래 연회 후 간단히 먹는 검소한 음식이었다. 그런데 점차 호사스러운 잔치 요리로 발전하면서 지금과 같은 화려한 형식을 띠게 됐다. 현재의 가이세키 요리는 음식이 하나씩 서빙될 때마다 마치 예술품을 마주하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가이세키는 한꺼번에 모든 음식이 차려지는 한정식과 달리 요리를 작은 그릇에 담아 차례대로 제공한다. 일반적으로 부출(사키츠케), 전채요리(핫슨), 맑은국(오왕), 생선회(오즈쿠리), 구이(야키모노), 튀김(아게모노), 초회(스노모노), 식사(쇼쿠지), 후식(감미) 순이다.
이때 요리는 모두 제철 재료를 사용하며, 그릇과 장식에서도 계절감을 살렸다. 음식마다 재료나 요리법이 중복되지 않도록 구성한다.
“손님으로서 최고의 대접받는 즐거움을 느끼고 싶다면 가이세키 요리를 먹어라”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가이세키는 요리 하나하나마다 재료의 선도와 맛, 플레이팅까지 모든 정성을 쏟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