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를 겪는 우리 아이, 왜 이렇게 이상해진 걸까?’

10대 자녀를 키우는 부모라면 한번쯤은 이런 생각이 머릿속을 스친다. 유튜브 ‘교육대기자TV’를 운영하는 본지 방종임 편집장은 사춘기 자녀에 대한 부모들의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김붕년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정신과 교수를 만났다. 최근 ’10대 놀라운 뇌 불안한 뇌 아픈 뇌'를 펴낸 김 교수는 내 아이의 10대가 ‘위기’가 아닌 ‘기회’가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김 교수가 전한 자녀의 사춘기 시기 뇌 발달 변화와 조언 등을 정리했다.

김붕년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정신과 교수는 “10대는 뇌의 지각변동이 일어나는 시기”라며 “많은 부모가 사춘기 자녀의 이러한 변화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수용하는 자세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육대기자TV 캡처

10대 청소년이라면 누구나 사춘기를 경험한다. 평균적으로 여성 청소년은 10~14세, 남성 청소년은 12~16세에 사춘기를 겪는다. 여성이 조금 더 빠르다. 김 교수는 “사춘기에는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 분비가 증가하면서 뇌에서 부정적인 감정을 처리하는 편도핵을 자극한다. 또한 인간을 가장 인간답게 해주는 사고능력, 감정 조절 능력을 만들어내는 전두엽이 일시적으로 불안정해진다”며 “이로 인해 뇌 발달과 동시에 정서적 변화가 일어날 수 있으며 이상 행동도 보일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사춘기 양상은 각기 다르게 나타난다. 김 교수는 “실제 연구 결과, 60% 이상의 대다수 청소년은 사춘기에 별다른 문제행동을 하지 않는다”면서도 “40%의 청소년은 이 시기에 큰 어려움을 겪는다”고 전했다.

특히 김 교수는 이들이 문제행동을 일으키는 원인이 청소년 이전 시기에 있다고 말했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부모와의 애착이 불안정했거나 초등학생 때 적절한 훈육이나 자기통제를 경험하지 못했을 경우 사춘기에 정서적으로 더욱 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질도 중요한 요인이다. 기질은 영유아시기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다. 사춘기 행동발달에도 굉장히 영향을 많이 준다. 겁이 많은 아이들이 청소년 초기에 불안도가 높으며 원만하고 활동적인 아이는 이 시기를 부드럽게 지나가는 경향이 나타난다.

“굉장히 온순했던 아이가 공격적인 말과 행동을 하거나 문을 쾅 닫고 들어가 대화를 단절할 수가 있거든요. 이럴 때 부모님이 ‘버릇이 없다’며 훈육으로 접근하면 아이의 혼란을 더욱 가중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어요. 아이를 수용하고 존중해주는 방향으로 훈육 방식을 바꾸는 게 좋죠. 수용과 경청을 늘 잊지 않으시면 좋겠습니다.”

그러나 조건 없는 수용은 금물이다. “‘아이를 수용해달라'고 하면 많은 부모님이 ‘나쁜 행동을 허용해도 된다’고 오해하세요. 절대 아니죠. 나쁜 행동은 경계를 만들어줘야 합니다. 그 경계를 넘어가면 다른 사람한테 피해를 줘서 결국은 너한테도 불이익이 있다는 걸 알려줘야 해요.”

뇌 발달이 이뤄지는 사춘기는 정서적 문제를 예방하고 회복할 수 있는 시기다. 실제로 사춘기는 정신질환 발병시기와 맞물리는 경우가 많다. 김 교수는 “10대 초·중반부터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조울증, 조현병 등이 나타나기 시작한다”며 “단순히 ‘사춘기니까’ ‘중2병이니까’라고 무시하고 넘어가면 아이들이 치료해야 할 시기를 놓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청소년기에 발견해 조기 치료를 해야만 질환이 악화하는 것을 예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변화의 양상을 잘 지켜보셔야 합니다. 발병 초기에는 우울감이 늘고 자해를 하거나 공격적인 성향이 높아지는 등 점점 악화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른 또래와 상호작용하는 과정에서 물건을 부수는 등 위협적인 행동을 한다면 그 정도를 살펴야 합니다. 수면시간이 크게 줄거나 아예 잠을 자지 못하는 등 기본적인 뇌 기능에 영향을 미친다면 그때는 ‘도움을 받아야겠다’고 생각하시는 게 좋습니다.”

김 교수는 무엇보다도 사춘기에 대한 부모의 이해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청소년기에는 뇌 발달이 활발해지기 때문에 인지능력과 조절능력, 사회성이 발달하는 등 긍정적인 변화도 많습니다. 사고능력이 고도로 발전하는 시기인 만큼 아이가 완전히 새롭게 변할 수 있는 중요한 시기라는 사실을 꼭 기억해주시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