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보도에 따르면 지금까지 국내 신용카드에서 발급된 PLCC(Private Label Credit Card, 상업자 전용 신용카드) 10장 중 9장은 현대카드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카드는 지난 2015년 5월부터 최근까지 각 분야 1위 기업 14곳과 손을 잡고 PLCC 상품을 선보였다. 현대카드는 “PLCC는 각 브랜드를 즐겨 사용하는 고객의 필수품이 되어야 하는 것은 물론, 그렇지 않은 고객들마저 이 카드를 통해 해당 브랜드를 매력적으로 느낄 수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고객이 원하는 혜택을 어떻게 설계하느냐 만큼이나, 각 기업의 아이덴티티가 PLCC 위에 잘 구현되도록 끌어올리고 재해석 하느냐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PLCC 디자인 시안만 수백개…파트너사의 페르소나를 재해석 하다
현대카드는 모든 상품을 브랜딩하기 앞서 ‘페르소나 매니지먼트’ 작업을 거친다. 각 상품과 서비스가 소구하는 고객들은 어떤 사람인지, 이들은 어떤 특징을 지니고 있는지를 분석하는 것이다. 이런 특성들을 다양한 언어의 단어와 이미지들로 풀어내는데 이 과정에서 어떤 ‘페르소나’가 그려지게 된다. 현대카드는 이렇게 그려진 페르소나를 바탕으로 다양한 플레이트 디자인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이 가운데 선택된 플레이트들이 각 페르소나에 맞는 이미지와 광고 등을 통해 고객에 공개된다.
PLCC의 브랜딩 과정 역시 크게 다르지는 않다. 다른 점이 있다면 파트너사가 생각하는 각자의 정체성에 대한 정의와 고민을 경청하는데 많은 시간을 들인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해당 브랜드에 대해 면밀히 검토하고 조사한다. PLCC 파트너사들 모두 업계 1위의 기업인 것은 물론 대부분 글로벌 기업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지닌 기업이기에 더 깊이 있는 분석이 요구된다.
파트너사에 대한 분석과 다양한 아이디어를 통해 최소 100여개가 넘는 플레이트 디자인들이 나오기 때문에 디자인 시안만 수백 개가 제작된다. 이후 관련 부서 담당자들과 파트너사가 수정, 협의를 통해 최종안을 결정한다. 이 과정에서 파트너사의 의견을 무턱대고 수용하지 않는다고 현대카드는 설명한다. 이것만은 절대로 안 된다는 파트너사의 대원칙에 어긋나지 않는다면 디테일 한 수정은 받아들이되, 핵심적인 아이디어는 지켜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스타벅스의 경우 기존의 스타벅스 심볼인 ‘사이렌’을 다른 스타일로 디자인해 플레이트에 얹고자 했지만, 스타벅스 측에서 ‘불가’ 의견을 받았었다. 이에 현대카드는 투명 플레이트에 홀로그램을 입히기도 하고, 반짝이는 소재를 덧입혀 금빛 사이렌을 표현했다. 또 스타벅스의 컵 슬리브를 플레이트 디자인으로 녹이기 위해 플레이트 표현을 종이 질감으로 코팅하는 전례 없는 시도도 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심지어 스타벅스 코리아에서는 카드 디자인을 활용한 텀블러 등 굿즈가 출시되기도 했다.
◇PLCC를 통해 새로운 자아를 발견…기업 이미지 변신의 효과까지
현대카드는 지난해 출시한 대한항공카드부터 PLCC에 ‘선택형 디자인 시스템’을 도입했다. 같은 상품이라도 여러 가지 디자인의 플레이트를 제안해 고객이 마음에 드는 플레이트를 고를 수 있게 한 것이다. 가장 많은 종류의 디자인을 제공하는 카드는 ‘무신사 현대카드’로 총 아홉 종의 플레이트 가운데 선택할 수 있다. 배민현대카드 역시 여덟종의 플레이트 디자인을 제공했다.
‘사용자 경험’을 활용해 플레이트를 디자인하기도 한다. 쏘카카드는 쏘카가 공유자동차 플랫폼이라는 점에 착안해 차를 운전하는 과정에서 고객들이 겪을 수 있는 다양한 경험들을 내비게이션 지도, 자동차번호판, 교통표지판 등을 활용해 플레이트에 그려냈다. 패션 플랫폼인 무신사는 고객이 제품을 구매하는 과정부터 이를 착용하기까지 고객이 마주할 수 있는 장면들을 플레이트에 옮겼다. 무신사 오프라인 매장의 진열대, 운동화 상자, 옷에 부착된 케어라벨, 단추 등을 플레이트에 담은 이유다.
PLCC출시는 기업 이미지 변신의 효과를 내기도 한다. 대한항공이 PLCC를 공개하자 글로벌 경제 매거진 포브스(Forbes)는 ‘대한항공이 PLCC 디자인을 통해 고루한 항공업계 디자인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고 평가했다. 대한항공카드는 세계적인 디자인 어워드 IDEA에서 브랜딩 부문 은상을 받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