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파라거스가 서양에서 최고의 채소로 꼽힌다면, 한국에는 오래전부터 ‘봄나물의 제왕’이라 불린 두릅이 있다. 아삭한 식감과 보기 좋은 모양이 아스파라거스와 비슷하다. 아스파라거스보다 단맛은 적지만, 특유의 쌉쌀한 맛과 청신한 향이 매력적이다.
두릅은 두릅나무의 새순이다. 한반도에서는 예로부터 두릅을 데쳐 나물로 먹거나 장아찌를 담갔다. 맛뿐 아니라 영양도 뛰어나다. 몸에 활력을 불어넣고 피로를 풀어줘 춘곤증에 최고로 꼽히는 나물이 두릅이다. 일반적인 봄나물과 달리 우수한 단백질이 많다. 비타민A·C, 칼슘, 섬유질 함량도 높다. 특유의 쌉싸름한 맛은 인삼에도 들어있는 사포닌 성분 때문이다.
두릅을 사려고 보면 ‘참두릅’ ‘땅두릅’ ‘개두릅’이 있어 어리둥절하다. 두릅이 인기를 얻자 하우스 재배가 일반화하면서 일어난 현상이다. 참두릅과 땅두릅, 개두릅은 모두 두릅나뭇과에 속하며 생김새가 비슷하지만 제각각 생태가 다른 식물이다. 두릅나무 가지를 꺾어다가 하우스 재배한 두릅과 구분하기 위해 자연산을 ‘참두릅’ 또는 ‘나무두릅’이라 부른다. 땅두릅은 독활이라고도 불리는데, 땅에서 솟아나는 순을 채취한다. 하우스 재배 두릅이나 땅두릅은 맛이나 향이 참두릅과 비교하면 훨씬 약하다. 가격도 2배 이상 차이 난다.
개두릅은 음나무의 새순이다. 비슷해 보이지만 먹어보면 다르다. ‘개’가 붙는다고 참두릅보다 맛이 떨어진다고 착각하지 마시라. “개두릅이 참두릅보다 오히려 낫다”는 이들도 많다.
두릅은 양지 바로 옆 약간 그늘진 곳에서 나는 게 토실토실 실하다. 10~15㎝ 크기가 제일 맛있다. 처음 나온 두릅을 따주면 가지가 번지면서 며칠 뒤엔 새 두릅 5~6개가 나온다. 늦게 나올수록 더 맛이 좋다고 알려졌다.
두릅은 날로 먹을 때보다 익혀 먹어야 고유의 맛과 향이 살아난다. 제대로 데치려면 두릅 잎을 손으로 쥐고 끓는 물에 줄기부터 10~20초 담근다. 물에 소금을 조금 넣어야 비타민이 파괴되지 않고 초록빛이 선명하게 유지된다. 줄기를 데친 뒤 전체를 끓는 물에 10~15초 넣는다. 데친 뒤 바로 건져 차가운 물에 넣어 열기를 빼줘야 식감과 색감이 산다. 물은 차가울수록, 얼음물이면 더 좋다. 열기가 다 빠지면 건져 물기를 제거하고 요리한다.
‘두릅숙회’는 두릅 본연의 풍미를 가장 잘 즐기는 요리이다. 주꾸미나 낙지를 데쳐 곁들이면 금상첨화. 밀가루와 달걀옷을 입혀 기름 두른 프라이팬에 지져내는 ‘두릅전’도 아삭한 식감을 즐기기 좋다. ‘두릅산적’도 맛있다. 간장·참기름 등으로 간한 소고기를 굽는다. 프라이팬에 남은 양념과 육즙을 두릅에 묻혀 살짝 지진다. 꼬치에 소고기와 두릅을 교차해가며 끼운다. 오래 두고 먹으려면 ‘두릅장아찌’를 담근다. 간장·설탕·물·식초를 같은 양(1:1:1:1)으로 섞어 데친 두릅에 붓는다. 너무 달거나 시면 설탕과 식초 양을 살짝 줄인다(0.8). 일주일 숙성시키면 먹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