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은 대학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상식’을 깬 병원이 있다. 대림성모병원은 200병상 규모의 종합병원이지만 웬만한 대학병원만큼 유방암 치료를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

2015년 분당서울대병원 유방외과 교수였던 김성원 이사장이 합류하면서 유방암 환자가 급증했다. 그가 부임하기 전 10건도 안됐던 유방암 수술 건수는 2020년 코로나로 주춤한 것을 제외하고는 한 해 평균 230건으로 크게 늘었다. 최근에는 6년 만에 유방암 수술 1000건을 달성했다.

대림성모병원 김성원 이사장은 “대학병원의 전문성과 클리닉의 신속성을 특화시키면서 거둔 성과라고 생각한다”며 “최근에는 다른 병원에서 진단을 받고 우리 병원에서 수술을 하기 위해 전라도·제주도 등 멀리서 온 환자가 늘었다는 것이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대림성모병원은 2차병원이지만 유방외과 전문의, 유방 영상의학과 전문의가 웬만한 대학병원보다 많다. 환자가 기다리지 않고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받기 위한 시스템을 만들었다. /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유방암 수술 1000건, 5년 생존율 97.3%로 높아

대림성모병원 유방센터 의료진이 유방암 수술 1000건을 분석한 결과, 환자의 평균 연령은 51.9세였다. 40대와 50대가 각각 33%, 32%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으며, 20~30대도 11%나 됐다. 수술 방법은 유방보존술(유방암 부위만 부분적으로 절제하는 수술)이 가장 많았고, 유방보존율은 67%를 기록했다. 병기에 따른 수술 환자는 조기 유방암인 0~2기 사이가 전체 88% (0기 23%, 1기 43%, 2기 22%)를 차지했고, 3기 이상 유방암은 12%였다.

특히, 유방암 수술 환자를 추적 관찰한 결과 5년 생존율이 97.3%였다. 이는 2019년 국가암등록통계에 보고된 유방암 5년 생존율 93.6%보다 높은 수치다. 김성원 이사장은 “우리 병원의 5년 생존율이 높은 이유는 조기 유방암 환자가 많고, 중간 추적 기간(2.1년)이 짧은 이유도 있겠지만, 이를 고려하더라도 괄목할만한 치료 성적이라 할 수 있다”고 했다. 5년 국소 재발률과 원격전이 발생률 또한 각각 4%와 5%로 좋은 성적을 보여주었다.

◇유방암 진단·치료에 전문 시스템 갖춰

대림성모병원은 유방센터 개소 초기부터 대학병원 같은 전문적인 시스템을 갖추기 위해 노력했다. 외과·영상의학과·혈액종양내과·산부인과 등의 유방암 진단과 치료에 필요한 전문 의료진을 대학병원 등에서 영입했다. 먼저 김성원 이사장은 분당서울대병원 유방센터장을 역임했으며, 안젤리나 졸리가 유방을 모두 절제해 이슈가 된 유전성 유방암의 국내 최고 권위자로 꼽힌다. 한국유방암학회에서 총괄책임자로서 유방암 유전자 검사 대상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다. 김성원 이사장을 포함해 현재 대림성모병원에 유방외과 전문의는 모두 4명이다. 또한 유방만 전문적으로 판독하는 영상의학과 전문의는 5명이나 있다.

유방암은 내시경처럼 암을 눈으로 직접 보는 것이 아니라, 기본적으로 엑스레이·초음파 등 영상 촬영에 의해 진단한다. 김성원 이사장은 “오진 위험이 있어 진단 정확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유방만 보는 영상의학과 전문의는 진단 숙련도가 높으며, 환자들이 영상 검사를 기다리게 하고 싶지 않아 많은 영상의학과 전문의를 뒀다”고 말했다. 그 외에도 유방암 수술 후 시행되는 항호르몬·항암치료를 전문적으로 담당하는 혈액종양내과 전문의, 유방암 환자에게 잘 생기는 자궁내막 합병증을 치료하는 산부인과 전문의가 있다.

◇환자 불안감 줄이기 위해 빠른 진단

대림성모병원은 진료 효율성을 높여 검사 결과가 나오기까지 대기 시간을 크게 줄이고 있다. ‘0­0­2′원칙을 모토로 예약없이 방문해도 첫 진료 당일 유방 검사와 결과 상담이 가능하며(0), 이상 소견이 있으면 당일 조직검사를 받을 수 있다(0). 조직검사 결과는 이틀 뒤면 확인이 가능하다(2).

김성원 이사장은 “각 지역에서 유방암 환자들이 찾는 전국구 종합병원으로 성장한 데에는 ‘0­0­2 유방검진 시스템’이 주효했다”고 말했다. 특히 조직검사 결과가 이틀만에 나오는 병원은 유일무이하다. 이는 병원 내 병리과 의사가 상주하고 있고, 병리과 의사가 거의 실시간으로 조직검사 진단을 내리고 주치의에게 알려주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 가능한 일이라는 설명이다. 김성원 이사장은 “유방암 조직검사를 받는 환자의 80% 이상이 암이 아니다”며 “조직검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불필요한 걱정을 하는 것이 안타까워 이틀 만에 조직검사 결과가 나오도록 시스템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유방암 환자와 소통 힘써

김성원 이사장은 유방암에 대한 인식을 고취시키기 위해 병원 밖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대표적 캠페인으로는 수술 상처로 대중목욕탕 이용에 어려움을 겪는 유방암 환우에게 목욕할 기회를 제공하는 ‘핑크 버블 캠페인’, 국민의 유방암 인식을 높이기 위해 개최한 ‘핑크리본 유방암 영화제’ ‘핑크스토리 창작 시 공모전’이 있다. 아티스트 임지빈 작가와 콜라보하여 유방암 예방을 상징하는 컬러인 핑크색을 띄는 대형 베어브릭 아트벌룬을 병원 옥상에 설치하기도 했다. 김성원 이사장은 “유방암을 여러 방법으로 알리고자 시작한 작업”이라며 “많은 사람이 유방암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책 ‘유방암 명의의 유방암 희망 프로젝트’의 개정증보판이 나왔다. 유방암 치료에 대한 최신 치료 방법, 건강보험 적용 여부부터 치료 비용, 실생활에 유용한 다이어트 팁 등을 담았다. 개정판에는 김성원 이사장이 코로나 와중에도 13㎏을 감량한 경험을 토대로 한 ‘유방암 예방을 위한 다이어트’ 정보를 추가했다. 강의 영상을 QR코드로 삽입했으며, 영상은 ‘유방건강TV’를 통해 만나볼 수 있다.

/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김성원 대림성모병원 이사장

”전문 의료진 포진, 최고의 유방센터 만든다”

“유방암 진단과 치료에 있어 ‘어벤져스팀’을 만들고 있다.”

대림성모병원 김성원<사진> 이사장의 말이다. 김성원 이사장은 “유방암 진단과 치료에 있어 의료진의 역량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의료진 영입에 공을 들이는 이유”라고 말했다.

대림성모병원에는 유방외과 전문의 4명, 유방 영상의학과 전문의 5명이 있는데, 이는 빅4 대학병원을 제외하고는 가장 많은 의료진 숫자다.

유방암 환자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노력도 게을리하지 않는다. 검사 결과를 기다리지 않게 하기 위한 노력이 대표적이다. 김성원 이사장은 최근 유방 성형도 같이 하고 있다. 환자와 유방암 절제 단계부터 재건 성형에 대해 소통을 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말한다. 김 이사장은 “외과의사가 암을 뗄 때 재건까지 생각하면서 절제를 하면 종양학 측면, 미용적인 측면에서 유리한 면이 있다”고 말했다. 수술 시간도 단축되고 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

최근에는 6년 만에 유방암 수술 1000례를 달성했다. 김성원 이사장은 “1000명이 넘는 유방암 환자가 대림성모병원을 믿고 암 수술을 맡겨준 것에 대해 감사함을 느낀다”며 “최고의 유방센터가 되기 위해 더 많은 것을 갖춰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