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오후 7시쯤 전남 여수시 소라면 복산리 섬달천 서쪽 선착장. 반도(半島) 여수와 고흥 사이 여자만(汝自灣)이 펼쳐져 있었고, 점점이 떠 있는 섬 사이로 붉은 석양이 내려앉고 있었다. 20여분 뒤면 일몰이다. 섬달천의 남서쪽에 자리한 ‘어느 멋진날’과 ‘달, 커피’ 두 카페와 그 앞 주차장에 60여명이 몰려 있었다. 수평선 너머 뉘엿뉘엿 저무는 저녁볕을 앵글에 담으려는 사진작가뿐만 아니라 낙조로 물들어가는 바다의 ‘생생한’ 장면을 추억에 새기려는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비스듬히 비치며 명맥을 유지하던 석양은 바다가 금세 삼켰다. 황혼의 잔양에 모두 숨을 죽였다. 사위는 어스름이 짙어 갔다. 이 섬에서 나고 자란 강영두(51)씨는 ‘어느 멋진날’ 카페 대표다. 그는 “3~4년 전부터 일몰을 감상하기 위해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며 “주말은 200여명가량이 일몰 시간대에 몰린다”고 말했다.
섬달천은 여수의 서쪽에 위치한 작은 섬이다. 면적은 전남대 광주 용봉동 캠퍼스 크기에 불과하다. 주민 90여명이 거주하는 이 미니 섬은 최근 일몰 명소로 주목을 받고 있다. 섬 주변에 자전거 도로와 해안 도로가 개설되면서 방문객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그전에는 관광 섬으로 유명한 여자도(汝自島)를 방문하는 관광객이 잠시 들르는 섬이었다. 매일 네 차례 섬달천에서 여자도를 오가는 여객선이 뜬다. 섬달천은 길이 240m의 연륙교(連陸橋)가 육지와 연결돼 있어 차량, 도보, 자전거 등으로 입도(入島)가 가능하다.
최근 관광 인프라가 개선됐다. 4년 전 섬의 야트막한 언덕에서 문을 연 ‘어느 멋진날’ 카페는 매일 손님이 몰리자 지난해 6월 카페 2호점을 내며 확장했다. 바로 옆에는 ‘달, 커피’라는 카페도 생겼다. 어느 멋진날은 펜션도 운영한다. 강영두씨는 “저 멀리 고흥의 명산 팔영산이 손에 잡힐 듯 보이고, 여자만의 풍광이 빼어난 데다 저녁 무렵이면 노을이 아름다워 섬달천은 ‘여수의 숨은 명소’가 됐다”고 말했다. 여자만의 2640만㎡ 광활한 갯벌은 생물종 다양성과 생태적 가치를 인정받아 2003년 연안 습지 보호구역으로 지정됐다.
섬달천의 특산물은 꼬막과 바지락. 박형열 여수시 관광과장은 “여수는 유인도만 48곳에 이른다”며 “크고 작은 섬은 저마다 역사와 이야기가 스며 있어 모든 섬이 보석처럼 소중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