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공원에서 시원한 캔맥주와 함께 피크닉을 즐기는 이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트렌드와 취향에 따라 고르는 맥주 종류는 수십 가지다. 그중 흑맥주 선호파라면 선택지는 거의 정해져 있다. 바로 세계 흑맥주 판매 1위, 기네스다.
◇크림처럼 부드럽고 풍부한 질감의 거품
기네스는 아일랜드를 대표하는 스타우트의 한 종류이다. 보리를 볶아서 제조하기 때문에 짙은 검은색을 띠며, 작은 입자의 부드러운 거품이 특징이다. 마치 크림을 마시는 것처럼 부드럽고 풍부한 질감의 거품(크리미 헤드) 때문에 기네스를 즐기는 마니아가 많다.
기본적으로 맥주 거품은 톡 쏘는 탄산을 위해 담아낸 이산화탄소 방울이다. 물이 녹일 수 있는 것보다 많은 이산화탄소를 담아내기 위해 캔맥주는 높은 압력을 유지하고 있는데, 캔을 따는 순간 압력이 사라지면서 녹지 않은 이산화탄소가 기체 방울로 떠오른다. 그 과정에서 맥주의 원료인 보리 등 곡물에서 나온 단백질 덩어리가 엉겨 붙어 맥주 거품이 생성된다.
기네스 맥주 거품이 유난히 두텁고 단단한 이유는 무엇일까? 기네스 맥주에는 이산화탄소뿐만 아니라 질소가 주입된다. 질소는 물에 녹는 용해도가 이산화탄소보다 훨씬 낮아서 모이는 기체 방울의 크기가 작다. 작은 질소 방울이 떠오르며 더 많은 단백질과 단단히 엉기게 돼, 다른 맥주에 비해 훨씬 오래가고 부드러운 거품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기네스는 약 7대3으로 질소와 이산화탄소를 섞어서 사용한다.
◇기네스 캔맥주에 담긴 과학 ‘위젯’
뛰어난 접근성과 휴대성으로 캔맥주를 찾는 이들이 많이 늘었지만, 펍(pub)에서 갓 따라내 신선한 거품이 올라간 생맥주에 비하면 아쉽다. 잔을 기울이지 않고 급하게 따르면 거품이 너무 많아지기도 한다.
기네스 또한 캔맥주에 질소를 주입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질소의 용해도가 낮은 탓에 거품을 잘게 만드는 효과가 있지만, 거품이 아예 생기지 않는 경우도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기네스는 질소 발생 장치인 ‘위젯(widget)’을 고안해냈다.
기네스 캔에는 플라스틱 볼 형태의 위젯이 들어있다. 캔에 위젯을 넣은 채 질소를 주입하고 포장하면 압력이 높아진다. 맥주가 다 녹일 수 없는 여분의 질소가 이 위젯 안으로 들어간다. 이후 캔을 따는 순간, 압력이 낮아지면서 위젯 안의 질소가 위젯의 미세한 구멍을 통해 다시 빠져나온다. 그 미세한 방울들이 떠올라 기네스의 부드러움과 풍미를 만들어 낸다.
위젯은 영국에서 인터넷보다 위대한 발명품으로 뽑히기도 했다.
◇기네스 캔맥주를 생맥주처럼 마시는 방법
맥주 거품은 맥주 표면이 직접 공기에 닿아 산화되지 않도록 보호막 역할을 해 마지막 한 방울까지 향과 탄산을 신선하게 유지해 준다.
기네스가 제안하는 ‘캔맥주를 생맥주처럼 마시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미리 상온에 꺼내둔 맥주를 오픈 후 약 5초 정도 놔둔다. 깨끗하고 잘 마른 기네스 전용 잔을 45도 각도로 기울인 뒤 천천히 따르다가 잔의 80% 정도가 찼을 때 잔을 똑바로 세운다. 나머지 맥주를 따른 뒤 크림과 맥주가 완전히 분리될 때까지 기다린다. 공식적으로 119.5초가 소요된다. 맥주에 녹아 있던 기포가 분리되며 진한 검은색이 되는 순간, 가장 맛있게 즐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