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둣빛 망고 포도’…

/ 게티이미지뱅크

샤인머스캣은 껍질이 얇고 씨가 없어 먹기 편하고, 식감도 아삭하다. 무엇보다 일반 포도(당도 14~16brix)보다 진한 달콤함(18~20brix)으로 사랑받고 있다. 입에만 달다고 하면 서운하다. 각종 항산화 성분과 비타민·마그네슘·철분 등이 풍부해 몸에도 좋다. 칼륨은 적포도보다 무려 20배 넘게 함유하고 있다. ‘과일계의 에르메스(명품)’ 샤인머스캣은 명절 선물로도 선호도가 높다.

최근 몇 년간 각 백화점 및 대형마트에서 샤인머스캣이 포함된 과일 선물 세트 매출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유통업계는 올 추석에도 샤인머스캣의 활약을 기대하며 전년 대비 물량을 20~25% 늘렸다.

비단 국내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포도계의 아이돌’로도 불리는 샤인머스캣은 중국·베트남·홍콩·싱가포르 등에서도 인기를 끌고 있는 ‘K과일’로, 정부가 수출 확대를 위해 집중 관리하는 ‘스타 품목’이다.

◇해외에서 큰 인기…국내 포도 산업에 활기 불어넣어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포도 수출액은 3862만 달러(약 520억원), 수출량은 2315t으로 역대 최고 기록을 달성했다. 2020년 수출액 3115만 달러, 수출량 2108t보다 각각 23.9%, 9.8% 증가한 수치다. 수출량에 비해 수출액 증가가 높은 것은 수출 단가가 높은 샤인머스캣의 비중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샤인머스캣은 전체 포도 수출액의 약 83%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중국에서는 프리미엄 농식품 소비가 늘고 있으며, 한국산(産) 과일은 안전하다는 인식이 퍼져 현지 중산층 중심으로 수요가 많다. 베이징 SKP백화점에 입점한 한국산 샤인머스캣 한 송이는 12만원이다.

이처럼 샤인머스캣은 내리막을 걷던 우리나라 포도 산업에 활기를 불어넣었고, 몇 년 새 많은 국내 포도 농가가 샤인머스캣으로 재배 품목을 바꿨다. 샤인머스캣 재배 면적은 2016년 278ha에서 올해 5700ha로 무려 20배 넘게 넓어졌다. 특히 샤인머스캣 최초 재배지인 경상북도에서 재배가 집중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지난해 경북의 포도 수출액은 전체의 약 85%(3267만 달러)를 차지하는데, 그중 샤인머스캣의 비율이 약 97%(3172만 달러)다.

◇샤인머스캣 원조 일본을 제치고 ‘저온 유통체계’ 구축 등으로 가파른 성장

포도 수출 산업의 ‘효자 품종’ 샤인머스캣은 일본에서 태어났다. 일본 아키즈 과수연구소에서 2006년 등록한 품종이다. 외국서 신품종보호권을 인정받으려면 자국에 품종을 등록한 지 6년 이내에 해외 등록도 마쳐야 하는데, 일본은 이 시기를 놓쳤다.

우리나라에서는 2012년 이후 일본에 로열티를 지급하지 않고 재배 및 수출할 수 있는 정식 권리를 획득했다. 2019년부터 우리나라 샤인머스캣의 수출액이 일본을 앞섰고, 그 규모는 약 5배에 달한다.

원조국을 제치고 수출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생산자의 자발적인 품질 향상 노력과 정부 기관의 협력이 있다. 농림축산식품부·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는 고품질 품종 육성부터 마케팅까지 수출 전 과정을 지원했다.

그중 하나가 저온 유통체계 구축이다. 샤인머스캣은 통상 3개월까지 저장할 수 있는데, 경상북도농업기술원 등이 장기 저장 기술을 개발해 이를 5~6개월까지 늘렸다. 항균 기능이 있는 아황산가스 발생 ‘선도(鮮度) 유지제’를 넣고, 랩으로 포장한 뒤 0도에 가깝게 저장해 수분 증발은 막고 신선도는 유지하는 방식이다. 농식품부는 저온 저장고 시설과 접이식 상자를 지원해 힘을 보탰다. 이를 통해 주 수출 시기인 11월~다음 해 1월에서 2개월 연장된 3월까지도 수출이 가능하게 됐다. 다른 국가의 포도 공급이 적어지는 시기에도 유통돼 수출 단가를 약 30% 이상 올릴 수 있었다.

한편, 한국포도수출연합은 고품질의 수출 규격 포도 생산을 지원하고 수출 업체와 협의해 가격이 비상식적으로 낮게 책정되지 않도록 앞장서고 있다. 한국포도수출연합은 농식품부·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의 지원을 받아 2019년 5월 생산자 및 수출업체가 공동 설립한 포도 수출 통합 조직이다. 현재 91개 생산자 단체와 95개 수출 업체가 참여하고 있다. 황의창 한국포도수출연합 대표는 “최근 저가의 중국산 샤인머스캣 유통량이 급증하고, 국내서도 샤인머스캣 재배가 늘어나며 저품질 상품들이 출하되는 경우가 있다”며 “지금의 성장세를 유지하기 위해 까다롭고 철저한 품질 관리와 농가·정부·관련 단체들의 협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제작 지원: 2022년 FTA 이행지원 교육 홍보 사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