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4차산업혁명의핵심 기술로 꼽히는인공지능(AI) 등정보통신기술이의료 시스템과결합되고 있다.수술용 로봇이바로 그것.이미 중국 등해외에선이를 의료현장에적극 활용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이러한 움직임이 포착됐다. 바로 뇌수술 보조 의료로봇 ‘카이메로’다. 카이메로는 수술부위를 최단경로로 확인하고, 최소 침습을 통해 환자의 신체손상을 최소화하면서 수술 성공률을 높일 수 있도록 돕는다.
세브란스병원이 이를 의료현장에 활용하며 뇌수술 의료산업의 비약적인 발전을 이뤄냈다는 점이 주목할만하다. 실제 수술을 진행한 장원석 세브란스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기존에는 오차 발생의 가능성이 있었고, 수술 시간도 오래 걸렸다”며 “카이메로 덕분에 정확하고 안전한 수술이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10월 31일 그를 만나 카이메로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들어봤다.
―카이메로는 정부의 연구개발 지원으로 만들어졌다고 들었다.
“그렇다. 카이메로는 지난 2011년 산업통상자원부의 국책과제로 개발돼 2016년 말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제조와 판매허가를 획득했다. 입체전도, 뇌심부자극술, 미세뇌수술, 생검을 통해 뇌전증·파킨슨병·뇌종양 치료에 사용된다. 약 2년간의 임상시험을 끝내고 현재 뇌수술 치료에 활용 중이다.”
―카이메로의 특징은 ‘내비게이션 플랫폼’과 ‘자동입체 정위 시스템’의 구성이다.
“쉽게 말해 길 안내라고 생각하면 된다. 우리가 운전을 할 때 내비게이션 안내에 따라 길을 찾는 것과 유사하다. 컴퓨터단층촬영(CT)이나 자기공명영상(MRI) 장비로 찍은 환자의 뇌 사진을 내비게이션 화면에 입력한다. 이후 자동입체 정위 시스템을 통해 정확한 수술 부위와 경로를 찾아내는 것이다. 그만큼 수술 오차 범위를 줄여 안전한 치료가 가능하다.”
―카이메로 상용화 성공에 세브란스병원의 많은 활약이 있었다고 들었다.
“카이메로 출시 전부터 제조사와 협력해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2020년엔 우리 병원이 카이메로를 이용한 뇌수술 임상 실험을 마친 후 100회 이상 수술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사실 해외 뇌수술 의료 장비는 뇌전증 수술에 특화됐지만, 그 외 수술에는 활용이 어렵다. 우리 병원은 제조사와 유기적으로 소통해 이러한 단점을 개선했다. 이후에도 다른 개선 사항을 발견하면 제조사에 연락해 치료적인 완성도를 높였다.”
―해외에서도 뇌수술용 장비로 개발된 로봇이 있다. 국산 수술용 로봇인 카이메로만이 가진 장점은 무엇인가.
“수술 시 공간 확보가 용이하다는 점이다. 종전의 수술용 로봇은 침대 미부착형인 큰 다관절 로봇으로 돼 있다. 이는 필요한 장비를 수술실에 들여야 해서 불필요한 공간을 차지한다. 국내 수술실 규모는 이러한 장비들을 들일 정도로 크지 않다. 반면 수술을 집도하는 카이메로의 로봇 팔은 침대 부착형으로 돼 있기 때문에 정확도는 높이고, 안전성은 확보했다.”
―소아 환자에게도 사용 가능한가.
“두개골이 완벽히 붙기만 하면 가능하다. 따라서 만 4세 이상부턴 누구에게나 활용 가능하다.”
―수술용 로봇이 국내 의료현장에 도입됨에 따라 향후 환자 치료는 어떻게 달라지겠는가.
“일반적으로 뇌 수술은 장애를 남기거나, 자칫 목숨을 잃을 정도의 위험이 동반된다. 이 때문에 환자들은 뇌 수술을 쉽게 결정하기 힘들다. 카이메로와 같은 수술용 로봇이 활성화 되면 안전성이 보장된다. 그만큼 수술 결과가 더 좋아질 수 있다는 얘기다. 다만, 현재 보험 적용은 어렵기 때문에 경제적인 부담이 가중된다는 단점이 있다. 보험 급여를 통해 혜택 범위를 넓힌다면 더 많은 환자의 생명을 살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