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수(왼쪽)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원장이 울산 울주군에 있는 굿팜즈를 찾아 김재홍 대표와 스마트팜을 둘러보고 있다. KISTI는 굿팜즈와 데이터팜 기술 개발을 공동 추진했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제공

지난 24~25일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은 제주에서 ‘2022 전국 ASTI 리더스포럼’을 열었다. ‘KISTI-ASTI 협력을 통한 디지털 혁신의 도약’이라는 주제로 열린 이번 포럼에서는 KISTI와 과학기술정보협의회(ASTI·Association of Science & Technology Information), 출연연구소 산·학·연 전문가들이 참여해 디지털 기반의 다양한 혁신 사례를 공유하고 디지털 혁신을 위한 발전 방안을 논의했다. 이날 김재수 KISTI 원장은 “ASTI를 통한 산·학·연·정 협력 및 DX-ASTI 전략은 최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발표한 ‘대한민국 디지털 전략’에 대한 중소기업의 대응책이 될 것”이라며 “이번 포럼을 계기로 기업들이 기술을 교류하며 새로운 기회를 발견하기를 바란다”고 했다.

◇13년 동안 2000여 기업 지원

ASTI는 KISTI가 운영하는 선순환 산·학·연·정 협력 네트워크다. 지난 13년간 중소기업의 성공적인 기술개발과 기술사업화를 목표로 정보 제공과 교류를 이어오고 있다. 국내 최대 규모 과학기술 분야 협의체로 산업체 8000곳, 회원 1만2000여 명이 참여하고 있다.

KISTI 관계자는 “그동안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기업 2000여 곳을 지원하면서 신규고용 창출, 신기술 및 신제품 개발에 이바지해 왔다”며 “신규 사업에 진출해 매출이 몇 배 증가하고, 전략적 분석 정보를 받아 코스닥 상장에 성공한 기업 등 다양한 성공 사례가 있다”고 말했다.

강원 춘천에 있는 에코비즈넷은 미생물 배양기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었지만, 출연연-연구장비활용 기술개발 사업의 도움을 받아 ‘지능형 미생물 배양기’ 개발에 성공했다. 해당 제품은 미국, 뉴질랜드, 중국, 베트남, 인도 등 해외 시장에서 큰 관심을 받고 있다. 대전에 있는 수처리 업체 부강테크는 KISTI의 수퍼컴퓨터를 활용해 수처리 설비 세척과 관련한 문제를 해결했다. KISTI 관계자는 “수처리 설비의 구조물 깊이가 1m 정도 줄어들면서 토목공사비를 10%가량 절감할 수 있게 됐다”며 “노후 하수처리장 개선, 하수처리장 현대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전남에서 유일하게 자체 기술로 개발한 태양광 모니터링 설루션을 판매하는 티이에프는 KISTI와 신성장동력사업 공동기획과 기술사업화에 나서면서 지역 중소기업으로는 드물게 대형국책연구과제 주관기업에도 선정됐다.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ASTI를 통한 매출 증대 효과는 1조9000억원, 고용창출은 2800여 명, R&D(연구·개발) 과제 수주는 2000여 억원, 신제품 개발은 500여 건으로 집계됐다.

◇중기, 디지털 전환에도 도움

KISTI는 지난해부터 디지털 ASTI 실현을 위해 DX-ASTI라는 전사 전략을 기반으로 디지털 전환 지원에 나서고 있다. KISTI 관계자는 “DX-ASTI는 현장수요 상시발굴, 모바일 서비스와 협력 활성화 등을 기반으로 한 맞춤형 서비스”라며 “KISTI가 보유한 분석 인프라, 데이터, AI(인공지능) 등을 바탕으로 기업 지원 과정을 디지털화하는 것은 물론, 내부 역량 부족으로 디지털 전환에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들의 디지털 전환도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의 연구개발과 사업화 과정을 단계별로 분해하고, 단계마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문제해결과 의사결정이 가능하도록 모델을 구축하고 있다. 아이디어 단계에서는 데이터를 활용해 미래 유망 영역을 발굴하고 사업화 가능성을 예측하며, 연구개발 단계에서는 논문과 특허 정보를 활용해 경쟁기술 및 경쟁기업 정보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한다. 생산 단계에서는 수집된 데이터로 최적화 상태로 운영하고, 이상 상태에 대비한 디지털 지원체제를 구축한다.

김재수 원장은 “KISTI가 개원하던 1962년은 울산 공업단지에 역사적인 기공식과 함께 경제개발 계획이 시작되었던 해로 당시만 해도 기업이나 개인은 접근이 어려웠던 과학기술정보를 수집, 가공해 산업계에 제공하는 게 KISTI의 역할이었다”며 “이제 달라진 시대에 맞춰 그동안 쌓은 경험과 분석, 데이터, 수퍼컴퓨팅 인프라를 활용해 기업들이 디지털 전환에 대비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