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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식품의약품안전처를 중심으로 인공지능(AI) 기반 의료기기에 대한 논의가 시작된 것은 2016년부터였다. 2017년 인공지능 기반 의료기기의 품목별 등급이 정해졌고, 이어 ‘인공지능 기반 의료기기의 임상 유효성 평가 가이드라인’도 발표됐다.

그러나 국내 인공지능 분야의 스타트업 기업 수는 세계적 기준에서 볼 때 아직 매우 낮은 수준이다. 현재 국내 재활의료 부문에서는 치료의 반복성·정량성·정확성 확보가 가능하나, 인공지능 활용을 위한 재활치료의 빅데이터 구축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환자 상태에 따른 진단과 치료 등 단계별 평가를 통한 맞춤형 재활 서비스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광주광역시는 인구 고령화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비해 지난 2013년부터 의료산업을 집중 육성, 연평균 10% 이상의 고(高)성장까지 이뤘다. 국가 인공지능 집적단지 조성 등에 힘입어 AI 의료·헬스케어산업을 신(新)성장 동력 산업으로 키우고 있다.

이를 배경으로 광주광역시는 지난 5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이 추진 중인 ‘AI융합 지역특화산업지원’ 사업의 의료·헬스케어산업 부문 지원 대상에 선정됐다. 광주가 AI 의료·헬스케어산업의 중심지로 거듭난 것은 헬스케어 분야의 AI 기술 개발 및 산업육성에 필요한 자원(데이터·기술·인력)과 인프라(슈퍼컴퓨팅·데이터센터·실증기반시설 등)가 집약돼 있기 때문이다.

허성욱 정보통신산업진흥원 원장은 “인공지능은 기존 산업 혁신과 경쟁력 강화에 유용한 디지털 도구”라며 “수도권-지역 간 격차 해소 및 인공지능산업 생태계 구축을 위해 지역별 특화산업과 연계할 뿐만 아니라 AI 융합 지원 사업도 적극적으로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는 인공지능 집적단지가 조성된 AI 의료·헬스케어산업 중심도시로서, 의료 관련 기업만 463개에 이른다. 앞으로 AI 기술과 지역 특화산업의 융복합 연계로, 헬스케어 서비스를 고도화하고 양질의 일자리 창출 및 삶의 질 향상에 앞장설 계획이다. 또한 이를 통해 231억원의 산업 연관 효과와 531억원의 총생산 유발 효과로 지역 경제 성장에도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내년 12월까지 계속되는 이 사업은 광주정보문화산업진흥원이 주관하며 정신건강의학 및 의료·헬스케어 분야 인공지능 기술 도입을 원하는 수요 기업 8곳, AI 개발 전문기업 5곳(대신정보통신·인디제이·티맥스인공지능개발센터·이코르·인비즈)이 참여하고 있다.

현재 의료계에서는 다량의 데이터와 AI를 활용한 질병 진단·예측 및 개인 맞춤형 치료 서비스가 확산되고 있다. 그런 가운데 광주의 의료·헬스산업 중심인 수요 기업들과 AI 전문기업들이 어떤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는지 살펴본다.

[인비즈·허브보리]

유전자 검사로 체질 분석한 후 건강식품 추천하는 AI 솔루션

체중조절 및 키 성장과 관련된 건강기능식품을 만드는 허브보리는 셰이크·단백질 파우더 등의 자연 친화적 제품 생산에 주력해왔다. 관련 특허 및 인증서만 20여 개에 달한다. 이 회사는 설문조사로 체중조절 관련 컨설팅을 제공해왔으나, 정확성이 떨어져 좀 더 정밀한 분석법이 없을지 고민해 왔다. 이를 위해 의료 분야 인공지능 특화 기업 인비즈가 AI 기술 지원 파트너로 나섰다.

인비즈는 차세대 염기서열분석(NGS) 기반 데이터와 통계적 기법, 부스팅 알고리즘(예측 데이터 분석의 오차를 줄이기 위해 기계 학습에 사용되는 방법)이 이용된 진단지능화 솔루션을 개발 중이다. 키 성장 및 체중 증가 판별이 가능한 바이오마커(생물학적 변화를 예측할 수 있는 지표) 발굴이 핵심이다. 인비즈가 유전 바이오 정보에 기반한 체중 증가 및 키 성장 건강식품 추천 AI 솔루션을 완성하면, 허브보리의 체중 증량 및 키 성장 컨설팅 서비스도 한층 더 고도화된다. 유전자 검사를 통해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체질 분석이 가능해지고, 맞춤형 기능성식품 추천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비즈·디투리소스]

안면 인식으로 고객 감정 진단해 AI가 고객에 맞는 건강茶 추천

디투리소스는 AI 기반 무인화 기술 고도화로 결제부터 조리 매장 관리까지 아우르는 주방 무인화(無人化) 플랫폼을 개발하는 회사이다. 매장 무인화 시스템 ‘시트로오더’와 친환경 다회용컵 서비스 ‘컵버스’를 운영 중이다.

이 회사는 무인 매장에서 주문 고객의 안면 영상 인식으로 감정을 진단, 인공지능이 해당 고객에게 건강차(茶) 추천까지 해 주는 서비스를 원하고 있다. 이런 목적으로 이번 사업에 수요기업으로 참여한 디투리소스 역시 ‘AI 융합 지역특화산업지원’ 사업에서 기술 지원 파트너로 의료영상 인공지능 특화 기업 인비즈를 만났다.

디투리소스의 요구에 따라 진단지능화 솔루션을 개발 중인 박성철 인비즈 대표는 “안면 영상 감정분석을 통한 건강차 추천 AI 솔루션의 핵심은 분석에 필요한 시간”이라며 “인공지능이 그날의 감정에 따라 빠르게 건강차를 추천해주면, 디투리소스의 무인 매장에서 기존에 60초 이상 걸리던 제품 주문 시간이 절반 이상 줄어들고 고객 회전율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코르·대신정보통신]

AI로 불면증 추론 및 예측 맞춤형 건강기능식품 추천

프라임제약은 의약품, 건강기능식품 및 식품, 화장품 등을 제조하고 폐쇄몰 형태의 웹 쇼핑몰도 운영한다. 이 회사는 불면증으로 고생하는 고객에게 개인 맞춤형 건강 정보와 건강 개선에 필요한 제품을 추천해주는 솔루션이 필요했다. 이런 솔루션을 찾던 차에 이번 사업의 수요 기업으로 참여하게 됐다.

한국프라임제약을 위해 디지털 치료 분야 검사지능화 기술 보유기업 이코르와 추론지능화기술 보유기업 대신정보통신 2곳이 나섰다.

이코르는 우울증 및 심리치료를 위한 디지털 치료제 분야의 전문기업이다. 한국프라임제약의 회원 헬스케어 데이터를 분석한 후 의료 빅데이터와 연동해 회원 건강에 맞는 제품 추천이 가능한 모바일 앱 개발을 완료했다. 향후에는 회원 건강정보를 분석해 다양한 건강기능식품 및 기능성 화장품까지 추천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강은성 이코르 대표는 “이 솔루션으로 한국프라임제약은 AI 기능이 강화된 쇼핑몰 구축 및 신제품의 판매 촉진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신정보통신 또한 한국프라임제약 회원들을 위해 ‘불면증 추론 및 맞춤형 건강기능식품 추천 AI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다. 이 솔루션은 전남대병원의 임상데이터와 일상 정보(life log)를 학습해 불면증에 영향을 주는 특징만 추출한다. 또 선별된 문진 항목을 통해 ‘불면증 위험도 분류 결과’까지 안내하며 고객 맞춤형 건강기능식품도 추천하는 방식이다.

대신정보통신은 정신건강 관련 데이터의 가공·검수·인공지능 모델 개발 등으로 ‘의료·헬스케어 데이터 세트(data set)’ 구축 사업 분야를 선도하고 있는 AI 기업이다. ▲공장과 물류설비 자동화 ▲클라우드 컴퓨터 시스템 ▲인공지능·빅데이터 기술을 도입해 컴퓨터 시스템 통합 자문 및 구축 서비스까지 제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