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수성 근육 위축증(Spinal Muscular Atrophy·SMA)은 신체 운동 기능이 지속적으로 쇠퇴해 완치가 어려운 유전자 질환이다. 환자 60%가 생후 6개월 미만의 신생아로 90% 이상이 만 2세 전 사망한다. SMA 환자는 주기적으로 병원에 가서 운동기능 평가 후 질병 진행을 파악해야 한다. SMA 치료는 대부분 병원에 왔을 때의 운동 기능만 측정하기 때문에 일상생활 기능을 평가하는 수단이 없고, 내원(來院)의 번거로움 등 여러 한계가 있다.
글로벌 제약사 한국 로슈는 SMA 신약 개발을 위해 ‘SMA 모니터링 설루션 개발’이 절실했다. 이에 인공지능(AI) 기반 질병 디지털 바이오마커(Biomarker·몸 안의 변화를 알아낼 수 있는 지표) 분석 기술을 보유한 엑소시스템즈가 한국 로슈와 협업을 희망하며 ‘세상을 바꾸는 선한 영향력’으로 뭉치게 됐다.
한국표준협회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캠페인’으로 양사의 징검다리 역할을 맡았다. 이를 통해 SMA 환자에게 꼭 필요한 ‘희망의 기술’이 탄생하며, 스타트업-글로벌 대기업 간 ‘협업의 가치’도 세상에 드러낼 수 있었다.
이러한 대기업과 스타트업의 상생 프로젝트는 ▲독자 해결할 수 없는 사회 문제에 대해 협업하며 ▲환자 삶의 질을 개선하고 ▲사회 문제에 대한 국민 인식 개선 및 관심을 촉구하기 위해 진행됐다. 한국 로슈와 엑소시스템즈는 손잡고 ‘SMA 관련 임상연구 및 인공지능 기반의 환자 근기능 평가·모니터링 설루션’을 개발했다. ▲AI 기반 생체신호 수집 ▲환자의 근·골격계 기능평가 기술 ▲병원 방문 없이 생체신호를 수집할 수 있는 웨어러블(wearable) 기기 등이 주요 개발 품목이다. ‘선한 영향력으로 만든 희망의 기술’을 선보인 이후만 엑소시스템즈 대표를 만났다.
―엑소시스템즈는 어떤 회사인가?
“엑소시스템즈는 ‘건강한 삶을 위한 기술’ 개발에 매진하고 있는 기업이다. ▲생체 신호를 측정하고 분석하는 AI 기술 ▲로봇공학 기반의 웨어러블 하드웨어 기술 등이 융복합된 디지털헬스 중재 설루션을 제공한다. 정부출연연구소에서 연구하던 기술을 바탕으로 2017년에 설립했다. 현재 의료전달체계의 사각지대를 최소화하기 위한 기술과 이러한 기술을 효율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제품 및 서비스 개발에 앞장서고 있다.”
―프로젝트 진행 과정을 이야기해 달라.
“엑소시스템즈의 기술을 SMA에 접목·조율해 임상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한국 로슈와 격주로 미팅하며 프로젝트를 전개 중이다. 양사가 함께 워크숍을 진행하는 등 협업이 순조롭다. IRB(인간을 대상으로 하는 임상 연구 계획의 윤리적·과학적 타당성 심의)가 승인돼 환자분들도 참여하기 시작했다. 현재 생체신호를 수집할 수 있는 웨어러블 기기로 임상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기대되는 효과는 무엇인가?
“SMA 환자는 일상생활은 물론 병원에 오시는 것도 힘들어하신다. 환자 상태를 매일매일 실시간 체크할 수 있다면, 내원의 불편도 해소하면서 장기적이고 지속적으로 관리할 수 있게 된다. 데이터가 쌓이고 좀 더 체계적으로 정보를 수집·축적하면, 이를 활용해 더욱 혁신적인 기술 개발 및 환자 맞춤형 케어까지 가능해진다. 예를 들어 한국 로슈가 ‘먹는 SMA 신약’을 개발한 후 엑소시스템즈의 웨어러블 기기로 환자의 몸 상태를 점검하면, 적절한 약물 복용 시기를 파악하는 형태로 활용할 수 있다. 일상에서 더욱더 ‘정밀한 의료’가 가능해지는 것이다.”
―글로벌 기업과의 협업이 좋은 동기 부여가 됐을 것 같다.
“대학과 대학원에서 로봇공학을 전공한 후 창업 전까지 연구원으로 활동했다. 창업은 비단 연구·개발뿐 아니라 누군가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어야만 생존할 수 있다. 너무 기술적으로 치우치면 아무도 쓸 수 없고, 누구나 쉽게 개발할 수 있는 정도의 기술은 가치가 없을 수 있다. 한국 로슈와의 협업은 그 사이에서 밸런스를 잡는 데 도움이 됐다. 한국 로슈는 큰 시장을 가진 대기업이라 시장 확보가 어려운 스타트업에게 좋은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한국 로슈는 스타트업과 협업함으로써 새로운 도전에 대한 리스크는 줄이고 다양한 가능성은 검증할 수 있기에 위험 부담을 줄이는 장점이 있다.”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성장한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
“한국 로슈와 1년 넘게 협업하며 스위스 본사와도 미팅을 진행했다. 본사 차원에서도 디지털 기술에 대한 관심이 많아 전 세계적으로 이니셔티브(initiative·주장이 되는 위치에서 이끌거나 지도할 수 있는 권리)를 살피고 있다는 걸 알았다. 엑소시스템즈에 좋은 자극이 됐다. 전 세계의 기업들과 기술력으로 경쟁해서 이겨야 한다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한국 기술이 정말 압도적으로 뛰어나다’는 걸 전 세계에 보여줘야겠다는 자극을 받았다.”
―엑소시스템즈의 이후 행보가 궁금하다.
“내년 상반기에 한국 로슈와의 첫 번째 프로젝트 결과를 확인한 후 사업화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프로젝트 종료 후에는 관련 기술 연구를 확대해 더 다양한 환자 대상으로 ‘분산형 임상’을 성공시키고 싶은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