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스타트업 ‘크레이버’가 판매하는 화장품 ‘스킨천사(1004)’의 ‘마다가스카르 센텔라 라인’ 앰플 세럼은 미국 아마존 닷컴 베스트셀러다. 21일(현지 시각) 제품을 써본 아마존 고객 리뷰만 1659개, 고객 평점은 5점 만점에 4.5점이다. 스킨천사 관계자는 “2015년 연매출 14억 정도였으나 2022년엔 330억원으로 불어났고, 이 중 90%가 해외 시장에서 발생한 매출”이라면서 “특히 미국·동남아시아 시장에서 반응이 좋다. 최근엔 남미 코스트코에도 제품을 입점시켰다”고 말했다.
글로벌 ‘조선미녀(Beauty of Joseon)’라는 브랜드도 국내에선 생소하지만 미국 소비자들에겐 제법 알려졌다. 이 브랜드의 ‘광채 프로 폴리스 세럼’은 페이스 세럼 20위권에 종종 오르는 제품으로 꼽힌다. 21일 기준 고객 리뷰는 1461개다. ‘조선미녀’를 판매하는 회사 ‘구다이글로벌’ 관계자는 “북미 소비자들이 가장 많은 편”이라면서 “특히 작년 블랙프라이데이 때 평소 매출의 15배가 넘게 제품을 판매했다”고 말했다.
CJ 올리브영은 최근 자체 색조 브랜드인 ‘웨이크메이크(WAKEMAKE)’를 앞세워 중동 시장 공략에 나선다고 밝혔다. 웨이크메이크는 CJ올리브영이 2015년 선보인 화장품 브랜드다. 작년 8월 중동 아마존(Amazon.ae)과 현지 유명 이커머스 플랫폼인 눈닷컴(Noon.com)에서 상품 판매를 시작했다. 히잡으로 얼굴을 가리는 여성 소비자들에게 특히 아이라이너나 아이섀도, 아이브로우 같은 제품이 큰 반향을 일으키자 판매처를 확대하기 시작했다. 올해 1월엔 세포라·페이시스 같은 오프라인 매장에도 입점했다. CJ 올리브영 관계자는 “올해 웨이크메이크 판매를 시작으로 ‘브링그린’ 같은 자체 기초 브랜드의 수출도 순차적으로 준비하고 있다”면서 “화장품 소비를 많이 하는 30대 미만 여성 인구가 많은 아랍에미리트를 중동 진출 거점으로 택했고, 이를 발판으로 삼아 판매처를 주변 국가로 확장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국 화장품 업계가 일본과 미국, 남미와 중동까지 전세계 신(新)시장 개척에 나서고 있다. 중소기업·스타트업 브랜드의 약진(躍進)이 특히 돋보인다. 작년 한해 중국이 코로나로 인해 강력한 봉쇄 정책을 펼치면서 주요 판매처가 크게 축소돼 실적 쇼크를 겪었던 아모레퍼시픽·LG생활건강도 올해는 북미·일본 시장을 확대해 나가기 위해 박차를 가하는 모습이다.
◇일본·미국·중동으로 뻗는다…신(新)시장 개척하는 K뷰티
21일 국내 중소기업 올리브인터내셔널은 자사 화장품 브랜드 밀크터치가 작년 한해 동안 일본에서만 제품을 90만개 가량 판매했다고 밝혔다. 일본 ‘로프트’ ‘플라자’ ‘도큐핸즈’ ‘아토코스메’ 같은 대형 멀티숍과 드럭스토어 같은 소매점 4000여곳에서 제품을 판매한 결과다. 올해 4월까지 1300여 매장에 제품을 추가로 입점시킬 계획이다. 베스트셀러 제품은 ‘올데이 롱앤컬 마스카라’. 일본 오픈마켓 큐텐이 작년 11월 열었던 연중 최대 세일 행사에서 마스크라 부문 전체 판매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서양송악 데일리 앤 퀵 수딩 마스크’도 인기 제품이다. 이달 초 일본에 론칭하자마자 2시간만에 2000개가 팔렸고 이틀만에 6000개가 팔렸다. 밀크터치 관계자는 “가성비가 좋으면서도 품질이 우수해 일본 내에서도 K뷰티 제품을 찾는 20~30대 소비자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영업손실을 내던 네이처리퍼블릭도 재작년 일본 법인을 설립하고 현지 매장을 늘리면서 작년 3분기 흑자로 돌아섰다. 기초 스킨케어 제품 ‘그린더마 시카’ ‘비타페어C’ 같은 제품을 소매점 6000곳에 입점시킨 덕분이다. 작년11월 진행된 큐텐 메가와리 행사에서도 역대 최고 매출을 기록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2022년 1~10월까지 한국은 일본에 665억4600만엔(약 6432억원)어치 화장품을 수출해 화장품 전통 강국 프랑스를 제치고 일본의 화장품 수입국 1위에 올랐다. 프랑스·미국·중국이 2~4위였다. 한국무역협회 관계자는 “일본은 시세이도·SK2 같은 현지 브랜드 위상이 높고, 자국 상품 선호가 강해 한국 업체가 진입하기 어려운 시장으로 여겨졌다”며 “엔화 약세에도 우리 화장품이 일본에서 수입국 1위에 오른 것은 상당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대기업도 일본 진출 확대를 서두르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작년 9월 글로벌 브랜드 라네즈의 도쿄 하라주쿠점을 열었다. 일본 아토코스메 온라인에도 상품을 공식 입점 시켰다. 도쿄 하라주쿠에 체험형 플래그십 스토어 ‘@cosme TOKYO’도 열었다. 다른 브랜드 ‘이니스프리’ 판매도 확대하고 있다. 일본 도쿄 하라주쿠에 두 번째 매장을 연 데 이어 로프트 같은 소매점에도 입점해 유통망을 넓히고 있다.
LG생활건강은 재작년 1월부터 일본 시장에 진출, 현재까지 로프트·도큐핸즈 같은 소매점 1만4000곳에 CNP 브랜드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작년 일본 홋카이도에 마이크로바이옴 센터도 건립했다.
◇현지 기업 인수하고, 기술 확장 시도
해외 현지 기업을 인수하고 기술 제휴를 시도해 시장을 확장하려는 움직임도 계속되고 있다. LG생활건강은 작년 미국 프로페셔널 헤어케어 전문기업 파루크 시스템즈와 손잡고 스마트 맞춤형 염모제 시스템을 개발해 미국 시장에 내놨다. 고객이 원하는 최적의 헤어 컬러를 그 자리에서 바로 제조해 제공하는 신개념 고객 맞춤형 염모 시스템이다. AR(증강현실) 기술을 적용해 염색 시술 후 변화한 모습도 미리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아모레퍼시픽은 작년 미국의 럭셔리 클린 뷰티 브랜드 ‘타타 하퍼(Tata Harper)’를 인수했다. 유전자 조작 원료(GMO), 첨가제, 인공 색소 및 향료, 합성 화학물질을 넣지 않아 북미 시장에서 팬덤을 거느린 브랜드다. 아모레퍼시픽은 타타 하퍼 인수를 통해 올해 북미 럭셔리 스킨케어 시장에서 입지를 더욱 강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타타 하퍼와의 공동 연구를 통해 제품 경쟁력을 높이고 신규 카테고리도 확장하려 한다”면서 “북미는 물론이고 유럽 비즈니스와 아시아 시장도 더욱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편집국 산업부 송혜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