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쁘띠베레 피노누아' 무알코올 레드 와인. /르쁘띠베레 제공

술 같지만 술은 아니다. 그런데 요즘 술보다 더 빠르게 팔려 나간다. 이른바 ‘논알코올’ ‘무(無)알코올’ 음료다.

술과 맛이 무척 흡사하지만 알코올을 걷어냈기 때문에 많이 마셔도 심하게 취하진 않는다. 논알코올 음료는 흔히 알코올이 1% 미만 포함된 음료를 일컫고, 무알코올 음료는 알코올이 전혀 들어있지 않은 제품을 가리킨다. 논알코올·무알코올 음료는 매년 두자릿수씩 성장하고 있다. 코로나를 거치면서 폭음을 하기 보다는 한두 잔 정도만 가볍게 마시는 문화가 사회 전반에 확산됐고, 여기에 건강을 챙기는 소비자가 크게 늘어난 것도 영향을 끼쳤다. 맥주뿐 아니라 와인, 막걸리, 샴페인까지 무알코올 음료가 나오면서 선택의 폭도 점점 더 넓어지고 있다.

마켓컬리에서도 각종 무알코올 음료를 판매하고 있다. /하이네켄 제공

◇맥주보다 가파르게 팔린다, 논알코올 맥주

시장조사전문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국내 무알코올 맥주 시장 규모는 2021년 기준 200억원 정도다. 아직 작지만 성장세가 무섭다. 2019년부터 2024년까지 일반 맥주 시장과 예상 성장률을 비교해보면 논알코올 시장은 맥주보다 7배나 더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식품산업통계정보(FIS)에 따르면 세계 무알코올 음료시장 규모는 2024년까지 연평균 약 23.1%의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글로벌마켓인사이트는 2019년 175억 달러 규모의 세계 논알코올 맥주 시장이 2026년까지 290억 달러로 커질 것이라고 봤다.

오비맥주는 호가든 오리지널·푸릇브루 같은 제품을 내놨다. /오비맥주 제공

국내 논알코올 음료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차지하는 제품은 오비맥주의 ‘카스 0.0’이다. 지난 2020년 10월 출시된 이후 꾸준히 판매량이 성장해 작년 4분기엔 시장점유율 33.2%를 기록했다. 하이트진로음료의 ‘하이트제로 0.00’가 그 뒤를 좇는 제품이다. 2012년 11월 처음 출시된 뒤 지난 1월 누적 판매량 1억1000만캔을 돌파했다.

하이트진로 '하이트제로 0.00'. /하이트진로 제공

맥주 브랜드 ‘칭따오(TSINGTAO)’가 내놓는 음료 ‘칭따오 논알콜릭’도 가파르게 판매량을 늘려가고 있다. 작년 판매량은 전년보다 44% 증가했다. 하이네켄코리아가 내놓은 ‘하이네켄 0.0’의 작년 입점 매장 수도 전년보다 50% 가량 늘었다. 수제맥주 업체에서는 세븐브로이가 논알코올 맥주 3종 ‘넌강서’·'넌한강’·'곰표논알콜’을 출시했다.

칭따오 논알콜릭. /칭따오 제공

◇막걸리, 샴페인, 와인도 무알코올

논알코올·무알코올 시장이 폭발적으로 커지면서 판매하는 음료 종류도 다양해지고 있다. 논알코올 전통주도 최근 나왔다. ‘발왕산막걸리제로’는 국내에서 첫 출시된 논알코올 막걸리 탄산음료다. 강원도 평창군 특산물인 발왕산막걸리를 알코올 함량 1% 미만으로 낮춰 술에 약한 사람도 막걸리 맛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투썸플레이스 논알코올 스파클링 음료 '토스트'. /투썸플레이스 제공

논알코올·무알코올 와인이나 샴페인도 계속 나오고 있다. 프리미엄 디저트 카페 투썸플레이스는 논알코올 스파클링 음료 ‘토스트’를 출시했다. 샴페인·와인 대신 파티 자리에서 즐길 수 있는 음료다. 편의점 ‘세븐일레븐’은 무알코올 와인 ‘퍼플독 제로와인’ 4종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스파클링 화이트, 스파클링 로제를 비롯한 4가지 맛으로 나온다. 2년 연속 노벨상위원회 만찬에 등장한 음료이기도 하다. ‘르쁘띠베레 피노누아’는 국내에선 거의 보기 힘든 무알코올 레드 와인이다. 프랑스 비날리 2021 은메달 수상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