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시는 올해 여수항 개항 100년을 맞아 내달 1~4일 여수 이순신광장 일원에서 ‘여수개항 100주년 기념식’을 연다. 사진은 여수 도심과 돌산읍을 잇는 돌산대교(가운데)를 중심으로 펼쳐진 여수항 전경. / 여수시 제공

지난 26일 오전 전남 여수시 덕충동 여수엑스포역. 전라선 고속철도(KTX) 종착역에서 수백명의 관광객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왔다. 역사(驛舍)에서 걸어서 5분쯤 거리에 최대 15만t급 크루즈(호화·대형 여객선) 입·출항이 가능한 ‘크루즈 전용부두’가 있었다. 관광객 일부는 크루즈 터미널과 인접한 여수엑스포 해양공원 일대를 산책했다. 코로나 사태로 3년 동안 전면 금지됐던 크루즈 입항은 지난해 10월 재개됐다. 내달 4일 승객 382명 등 677명을 태운 2만8000t급 미국 선사 소속 ‘실버위스퍼호’가 입항할 예정이다. 올해 5·10월 두 차례 추가 입항이 예정돼 있다. 신영자 여수시 관광과장은 “여수를 전 세계에 알릴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여수 밤바다’로 유명한 전남 여수시 종포해양공원 앞 바다에서 지난여름 불꽃쇼가 열리고 있다. / 전남도 제공
개항 전인 1907년 대한제국 당시 여수 구항 모습. / 여수시 제공
1980년대 여수 종화동 인근의 여수 구항 풍경. / 여수시 제공

◇KTX역·크루즈 터미널 어우러진 전국 유일 항만

크루즈 부두 바로 옆에는 동백섬 ‘오동도’의 인근 바다와 ‘여수 밤바다’로 유명한 종포해양공원 앞바다를 거치면서 운항하는 소형 유람선 부두가 있었다. 관광객 문치웅(51·서울 마포구)씨는 “가족과 유람선을 즐기고 해양 절벽길(비렁길)로 유명한 금오도 등 여수의 여러 섬을 방문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크루즈와 유람선 부두가 함께 들어선 곳은 ‘여수 신북항’으로, 여수 신항 옆에 조성됐다. 여수의 무역항 기능을 담당했던 신항은 2012년 여수엑스포 행사 부지(박람회장)로 편입됐다. 해양수산부는 2015년부터 신항을 대체하는 신북항을 조성 중이다. 올해 말 준공을 앞두고 있다. 정병식 여수상의 부국장은 “여수의 신북항은 남해안을 대표하는 ‘해양관광 거점항’으로 떠오르고 있다”며 “육상의 주요 교통 인프라 ‘고속철도역’과 해상의 핵심 교통 시설 ‘크루즈 부두’가 한데 어우러진 항만은 전국에서 여수가 유일하다”고 말했다.

◇'관광·제조·수산업’ 세 분야 경쟁력 최상위권

남해안 반도(半島) 여수는 항만을 기반으로 ‘관광·제조·수산업’을 일으켰다. 세 분야 경쟁력은 모두 국내 최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여수는 10여년 전 국내 해양관광의 ‘강자’로 급부상했다. 교통 인프라 개선 등에 12조원을 투입한 ‘2012여수엑스포’ 개최가 계기가 됐다. 이후 해마다 1000만명 이상의 관광객이 여수를 찾는다. 코로나 악재도 금세 극복했다. 코로나가 덮친 2020년 관광객은 872만명으로 감소했다. 그러다 2021년 977만명으로 늘었고, 지난해 1200만명이 넘어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회복했다. 올해는 순천에서 내달 1일부터 7개월 동안 ‘2023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가 열려 관광객이 더 늘어날 전망이다.

여수는 문화체육관광부가 2년마다 발표하는 ‘지역관광 발전지수’에서 2019·2021년 연속 1등급에 선정되며 관광 경쟁력을 인정받았다. 외국인 관광객 비중도 늘고 있다. 하나카드가 코로나 이전과 이후 외국인 관광객의 소비패턴을 비교 분석했더니, 이용 금액이 가장 큰 폭으로 뛴 도시는 여수였다. 2019년 12월 대비 올해 2월 지역별 이용 금액 증감률을 보면, 서울(-41.5%)과 부산(-26.6%) 등은 감소폭이 컸다. 반면 여수는 이용 금액이 94.5% 늘어났다.

여수 관광의 힘은 항만과 바다 등 해양 관광 자원에서 나온다. 여수 신북항은 물론 여객선터미널이 들어선 여수 구항은 해양관광 전용항만 기능을 한다. 여객선터미널의 연간 이용객은 2017년 197만명, 2019년 148만명이었다. 코로나 사태 이전 기준 국내 항만 중 최상위권이었다. 공주식 여수시 공보담당관은 “올해 여객선 이용객은 코로나 이전 수준을 회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수에는 항만을 기반으로 발전한 국내 최대 석유화학 공업단지(여수국가산단)가 있다. 어촌이던 여수는 박정희 정부가 1967년 중화학 육성 정책에 따라 여수에 석유화학 공업단지를 세우면서 임해형 공업 도시로 변모했다. 여수산단은 56년이 흘러 국내 최고 종합 석유화학 산단으로 성장했다. 지난해 말 기준 301개 업체의 생산액은 101조7100억원이었다. 전남 전체 산단 생산액의 70%쯤을 차지했다.

수산업 성장세도 꺾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어민들이 조기·장어·삼치·돔·갈치 등의 수산물을 인근 해역에서 잡아 여수 국동항에 있는 여수수협에 위탁판매한 금액(위판액)은 1910억원에 달했다. 최근 5년간 전국 항만 도시 중 위판액은 최상위 규모다. 김상욱 여수시 빅데이터통계팀장은 “급증한 관광객 수만큼 수산물 수요가 늘었고, 덩달아 어획 수산물과 어업 종사자도 여수로 쏠리고 있다”고 말했다.

◇여수항 개항 100주년… 내달 1일 기념행사

여수항은 올해 개항 100년을 맞았다. 여수시는 내달 1~4일 여수 이순신광장 일원에서 ‘여수개항 100주년 기념식’을 연다. 여객선터미널이 들어선 여수항(여수 구항)은 수산 물류 중심항이자 무역항으로서 여수 발전의 중심축이었다. 1923년 4월 1일 개항한 여수 구항은 여수엑스포 이후 무역항의 기능이 축소되고 해양관광의 기능이 월등히 커졌다. 여수시는 중장기 사업 일환으로 2149억원을 투입해 박람회장 리모델링, 크루즈 전용 터미널 확장, 해안 경관 정비, 항만 진입 도로 확장 등의 사업을 추진한다. 정기명 여수시장은 “여수항의 성장 잠재력은 아름다운 해안 경관을 자랑하는 ‘미항(美港)’이면서 해상 관광과 교통 거점이라는 데 있다”며 “여수항 발전을 위한 백년지대계의 주춧돌을 세워 여수항의 새로운 100년을 준비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