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영월군은 역사문화축제의 고장으로 유명하다. 단종문화제, 동강뗏목축제, 동강국제사진제, 김삿갓문화제가 대표적이다.
◇단종문화제, ‘비운의 왕’ 단종을 기린다.
조선 6대 임금인 ‘단종’은 ‘비운의 왕’으로 불린다. 1452년 12세의 나이로 왕위에 올랐으나, 1455년 숙부인 세조에게 왕위를 찬탈당하고 강원 영월군 청령포로 유배돼 열일곱 꽃다운 나이에 죽임을 당했다.
영월군민들은 1967년 단종의 넋을 기리기 위해 주민주도로 단종제를 지내기 시작했다. 지난 1990년부터 단종제는 단종문화제로 이름을 바꿔 역사와 문화가 함께하는 영월 대표 축제로 자리매김했다.
올해도 오는 28일부터 30일까지 영월읍 장릉과 동강 둔치 일원에서 ‘다시 찾아온 영월의 봄’을 주제로 제56회 단종문화제가 열린다. 단종문화제의 메인 프로그램은 29일 오후 6시 진행되는 단종 국장(國葬)이다. 단종은 폐위 이후 1698년(숙종 24년) 왕으로 복위됐으나, 조선 27명의 왕 중 유일하게 국장을 치르지 못했다. 영월군민들은 단종이 승하한 지 550년이 되던 지난 2007년 단종을 기리는 마음을 담아 국장을 치르게 됐다. 단종 국장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조선시대 국장을 재현하는 행사다. 동강 둔치에서 단종이 잠들어 있는 장릉(莊陵)까지 국장 행렬이 이어진다. 철저한 고증을 통해 영월군민들이 조선시대 복식(服飾)을 차려입고 국장에 참여한다.
단종문화제 첫날엔 정순왕후 선발대회가 화려한 축제의 막을 연다. 1454년 열다섯의 어린 나이에 왕비에 책봉된 정순왕후는 82세 고인(故人)이 될 때까지 단종을 그리워하며 외로이 살다 간 비운의 왕비다. 단종과 영월의 인연을 보여주는 ‘드론 라이트 쇼’도 예정돼 있다. 행사 마지막 날인 30일엔 영월 전통 민속놀이인 칡 줄다리기가 펼쳐진다. 칡 줄다리기는 단종이 복위된 숙종 때부터 시작됐다고 알려졌다.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중단됐다가 1967년 단종제와 함께 부활했다. 칡 줄다리기는 칡으로 만든 길이 70m의 줄을 양쪽에서 마주 잡고 힘을 겨루는 놀이다. 동강을 중심으로 영월 군민들이 동편과 서편으로 나뉘어 편장의 지휘 아래 줄을 당긴다.
체험 프로그램도 다양하다. 단종의 발자취가 남아있는 유배 길을 알아보고 체험할 수 있는 역사교육 체험 프로그램인 ‘단종과 놀로(路와)!’가 준비돼 있다. 정부 표준 영정 제100호로 지정된 단종 어진(임금의 초상화)을 볼 수 있는 단종 어진 전시관도 운영한다. 건강과 환경을 동시에 지킬 수 있는 ‘단종문화제 플로깅(Plogging)’도 준비돼 있다. 플로깅은 달리기를 하면서 동시에 쓰레기를 줍는 운동이다. 플로깅 참가자에겐 봉사활동 시간과 굿즈도 증정된다. ‘깨비마켓’에선 영월 지역 특산물을 싼값에 살 수 있고, 먹을거리 장터에선 영월 전통 먹을거리인 메밀전 등을 맛볼 수 있다.
◇국제 사진계의 흐름을 한눈에…
동강국제사진제는 국내외 사진작가와 영월군민, 사진 애호가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축제다. 21회째인 올해 축제는 오는 7월 21일부터 9월 24일까지 66일간 열린다. 우수 국내작가 1인을 선정해 작품을 전시하는 ‘동강사진상 수상자전’, 이탈리아 현대 사진작품을 전시하는 ‘국제 주제전’, 공모를 통해 전 세계 사진작가 20인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는 ‘국제 공모전’ 등이 준비돼 있다. 특히 국제 주제전의 경우 현대 이탈리아 사진가 10인이 파편화된 사회적 현실과 환경적 풍경에 대해 친밀하고도 혁신적인 시각으로 담아낸 작품을 선보여 벌써부터 관심이 쏠린다.
◇동강, 여름을 품다.
7월 28일부터 30일까지 동강 둔치에서 열리는 동강뗏목축제는 ‘뗏목’을 소재로 열리는 이색적인 여름 축제다. 동강 뗏목의 역사는 1867년 임진왜란 때 불타버린 경복궁을 재건하는 과정에서 동강 상류의 소나무를 엮어 서울로 수송하면서 시작됐다. 육로가 발달하지 않았던 당시 뗏목은 나무를 운반하기 위한 유일한 수단이었다. 뗏목을 통한 목재 운반은 1960년대까지 이어졌고, 뗏목은 주민들의 생활수단이자 교통수단이 됐다.
영월군은 땀과 애환이 배어 있는 뗏목을 주제로 지난 1997년부터 동강뗏목축제를 열고 있다. 축제 기간 뗏목 시연을 통해 전통문화를 계승한다. 뗏목경주와 수상보트 줄다리기 등 체험 프로그램도 다채롭다. 야간에는 드론 라이트 쇼가 밤하늘을 수놓을 예정이다.
◇'방랑시인’ 김삿갓의 재조명
김삿갓문화제도 영월을 대표하는 역사문화축제다. 경기 양주에서 태어나 영월에서 자란 조선후기 방랑시인 김삿갓의 시대정신을 이어받아 지난 1998년 제1회 축제가 열렸다. 오는 10월 26회 축제가 예정돼 있다. 김삿갓 묘역에서 김삿갓의 넋과 예술혼을 기리는 ‘추모 제례’와 김삿갓 정신을 표현하는 ‘문인화 퍼포먼스’가 진행된다. 이 외에 조선시대 과거제를 재현한 ‘조선시대 영월 과거대전’과 ‘유가행렬’, 전국 시인을 대상으로 공모하는 ‘김삿갓문학상’ 등이 준비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