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송파구 동주민센터 직원들은 녹음과 녹화가 가능한 웨어러블 캠(영상기록장치)을 몸에 부착하고 근무한다. 금천구 역시 지난 4월 민원담당 공무원 보호를 위한 ‘바디캠’을 도입했다. 집게 형식으로 간단한 조작을 통해 녹화·녹음할 수 있는 장비다. 지난해 6월 양천구 신월동 주민센터에서는 주취상태 민원인이 쇠망치를 들고 폭언과 자해로 직원을 위협한 ‘쇠망치 사건’이 발생했던 양천구는 악성민원 발생빈도가 높은 신월동 지역 3개 동에 청사 방호 전담 직원을 배치했다. 방호 직원은 평상시 민원 발급을 돕다가 폭언 및 폭행 상황이 발생하면 담당공무원과 주민을 보호하는 역할을 맡는다. 구청들은 이런 장치를 통해 폭력 등 피해가 발생하는 경우 법적 증거자료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구청들의 이런 조치는 공공기관 민원실 등에서 민원인이 직원에게 주먹을 휘두르거나 폭언하는 사례가 늘면서 자구책 차원에서 마련되고 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민원인의 각종 위법행위는 2018년 1만8525건에서 2021년에는 5만 1883건으로 크게 증가했다.
강동구청에서는 1년간 6000여건의 주정차 단속 업무를 하던 공무원이 악성민원에 시달리다 한강에 투신하는 일도 있었다. 민원 업무를 담당하는 한 구청 공무원은 “폭언이나 협박을 넘어 주먹을 휘두르거나 물건을 던지는 민원인도 있다”면서 “심적인 고통이 커 병원에서 상담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공무원노조 강북지부가 서울 구청 직원 51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65%는 ‘최근 1년 동안 악성민원인으로 인해 고통이나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답했다.
악성민원 급증에 따라 행정안전부는 지난해 7월 민원처리법 시행령을 개정, 안전장비 설치와 안전요원 배치 등 의무적 조치 사항을 구체적으로 규정했다. 지난 4월 시행된 이 개정안엔 민원인 폭언·폭행에 대한 법적 대응 업무를 총괄하는 전담 부서를 의무적으로 지정토록 하는 내용도 담겼다.
다만 웨어러블 캠의 활용도가 높지 않다는 점은 숙제다. 행안부 표준지침에 따르면 웨어러블 캠은 상시 촬영이 불가능하다. 한 자치구 관계자는 “격앙된 상태의 민원인에게 지금부터 녹화를 시작하겠다고 고지하면 더 큰 일이 벌어질까 걱정스럽다”고 했다. 안전요전을 두는 경우도 연 3800만원 내외의 예산을 들여 주민센터에 배치하기는 부담스럽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공무원노조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직접 나서서 악성민원인 차단 조처를 법규로 명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 기대가 된다”면서도 “악성민원인 위법 행위에 대한 명확한 처벌 기준이 없는 점은 아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