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가 생각하는 잘 된 수술과 환자가 생각하는 잘 된 수술은 다릅니다. 의사와 환자 모두가 잘 됐다고 느끼는 수술이 되도록 지금도 저는 배우는 중입니다.” 새로운병원에서 2023년 3월부터 진료를 시작한 김승호 원장의 말이다.
김 원장은 삼성서울병원 정형외과 교수와 마디병원장을 지낸 국내에 몇 안 되는 ‘어깨 내시경 수술’ 대가다. 그가 대가로 불리는 이유와 어깨 수술을 성공으로 이끄는 비결은 무엇인지, 직접 만나 이야기 나눴다.
◇검사법·치료법 개발해 전 세계 교과서에 수록
김 원장이 ‘어깨 수술의 길’을 걷기로 결정한 계기는 군의관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육군특수전사령부(특전사)에서 복무했는데, 고된 훈련에 무릎과 어깨를 다치는 환자를 많이 봤다. 전역 후 자연스레 무릎과 어깨를 주로 진료했다. 그 당시 무릎 수술을 하는 의사는 많았지만, 어깨 수술을 하는 의사는 손에 꼽을 정도로 적었다.
“새로 개척해야겠다고 결심한 뒤 미국 로스앤젤레스로 가서 이 분야 명의로 꼽히는 스나이더 박사에게 어깨 내시경 수술을 배웠습니다. 당시 어깨를 절개하지 않고 수술을 세 시간 만에 끝내는 모습을 보며 감명을 받았죠. 한국으로 돌아와 어깨 내시경 수술을 하려고 보니, 수술에 필요한 기구나 장비가 전혀 마련돼 있지 않았어요. ‘목 마른 사람이 우물을 판다’는 심정으로 의료기기를 만드는 회사와 손을 잡고 어깨 내시경 수술에 필요한 기구·장비를 만들었습니다.”
김 원장의 노력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수술을 할 수 있게 된 후에는 어떻게 하면 더 쉽게 할 수 있을 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내시경 수술을 위해서는 기구를 집어 넣을 피부에 작은 구멍을 내야 하는데, 환부(患部)가 잘 보이고 기구를 잘 움직일 수 있는 위치에 정확히 뚫는 게 중요하다. 김 원장은 수술이 더 편히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구멍의 위치·개수를 알아내 발표했고, 이는 현재 전 세계의 어깨 내시경 수술의 표준으로 자리 잡았다.
이후에는 매듭법을 연구했다. 파열된 어깨 힘줄을 뼈에 제대로 붙이기 위해서는 매듭이 중요하다. 어깨 부위를 절개해 수술하면 환부를 직접 보며 손으로 매듭을 지을 수 있지만, 내시경을 넣어 수술할 땐 기구로 매듭을 지어야 한다. 그렇다 보니 첫 매듭이 느슨해지거나 풀리는 등의 문제가 종종 발생했다. 그러면 힘줄이 뼈에 잘 붙지 않아 수술 실패로 이어진다. 김 원장은 90년대 후반, 미국 관절경학회의 매듭법 워크샵에 참여하고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12시간 동안 이 매듭법에 대해 고민했다. 한국으로 착륙하기 전 마침내 그 방법을 알아냈고, 병원으로 돌아와 생물역학적 실험을 시행해 보니 결과가 좋았다. 스나이더 교수는 이 매듭법에 대해 “Truly Masterpiece(진정한 걸작)”라고 극찬했다. 정형외과의 바이블이라 불리는 캠벨 교과서에 이 매듭법이 게재되기도 했다. 덕분에 정형외과뿐 아니라 내시경 수술을 시행하는 진료과에서는 모두 사용할 수 있는 매듭법으로 자리 잡았다.
◇”환자 말에 귀 기울여야 ‘진짜’ 치료법 나와”
김 원장은 수술 후 통증 관리에 대한 연구도 했다. ‘수술 후 2년이 지난 후 봤더니 경과가 좋더라’는 식의 연구 논문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환자가 수술 직후, 한 달 뒤, 두 달 뒤에 느끼는 삶의 질이라고 그는 말한다. 수술은 잘 됐는데 회복실에서 아파하던 환자의 비명 소리를 우연히 들은 적이 있다. 이때부터 어깨 내시경 수술을 할 땐 전신마취 대신 신경마취를 한다. 수술 직 후 겪는 통증을 막을 수 있었다. 진통제 주입 펌프나 체외충격파 등을 도입해 환자의 통증을 관리했다.
“의사가 생각하는 수술의 경과와 환자가 느끼는 수술의 경과가 모두 좋은 수술이야 말로 성공한 수술”이라고 말하는 김 원장은 지금도 끊임 없이 환자의 얘기에 귀 기울인다. 김 원장은 “진료 시간에 환자 한 사람 한 사람과 많은 대화를 나눈다”며 “그래야 그들이 갖고 있는 문제를 파악하고, 해결해줄 수가 있다”고 말했다. ‘의사는 환자를 치료하는 사람’이라는 게 김 원장의 진료 철학이다. 그래서 김 원장의 진료실 앞은 대기하는 환자로 늘 북적인다.
◇'진단·수술’ 넘어 ‘재활·예방’에도 주목할 것
수술이 필요한 상황인데 비수술 치료만 반복적으로 받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비수술 치료를 받아도 안 낫거나, 나았어도 재발이 반복되면 어딘가에 문제가 있다는 신호다. 수술이 필요한 것은 아닌지 정확히 들여다봐야 한다.
어깨 힘줄 파열은 결국 퇴행성 질환이다. 파열 정도에 따라 통증이 비례해 나타나는 게 아니라서, 통증이 느껴진다면 한 번쯤 정확한 진단을 받아볼 필요가 있다. 어깨 주변을 강화하는 스트레칭을 하는 것도 좋다. 그 중 하나가 ‘수면 자세 신장 운동’. 딱딱한 바닥에서 아픈 쪽 어깨가 땅에 닿도록 옆으로 눕는다. 아래쪽 팔을 몸통과 수직이 되도록 뻗고, 팔꿈치가 직각이 되도록 굽혀 들어올린다. 그 다음, 반대편 손으로 아픈 쪽 손목을 잡고 바닥 쪽으로 지긋이 내려 5~10초간 유지한다. 이 운동은 팔을 내회전시키도록 도와 어깨 힘줄을 단련해준다. 김 원장은 “어깨가 아픈 환자들을 위한 재활 방법도 열심히 연구하고 있다”며 “보다 많은 환자들이 어깨 통증 없이 편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끊임없이 고민하고 공부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