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욱 중앙대 교수

소형모듈원전(SMR)은 출력 300MW(메가와트) 이하 원전이다. 안전성은 대형보다 월등히 높다. 세계적으로 수십 종(種)이 치열한 경쟁 중이다. 소형모듈원전은 무탄소 전원으로 탄소 중립에 핵심적 역할을 할 것이란 기대를 받고 있다. 안전성뿐 아니라 다양한 이용 가능성도 주목받는다. 그중 하나가 분산전원이다. 분산전원은 수요지 근처에 발전소를 짓고 필요한 전기를 공급하는 개념이다. 우리 동네에서 만드는 것이니 주민 친화성이 높고, 대규모 송전망 건설도 필요 없다.

태양광·풍력 같은 재생에너지는 수요지 근처에 지을 수 있고 규모도 작아 분산전원으로 좋다. 다만 재생에너지는 간헐성 때문에 단독으로 분산전원을 구성할 수 없다. 가스발전이나 배터리로 보완하기에는 가격도 높고, 충분한 용량의 배터리 급전도 아직 요원하다. 소형모듈원전은 단독으로 또는 재생에너지와 결합해 분산전원으로 적절하다. 24시간 전기가 필요한 산업단지 전용으로도 유용하다. 애당초 소형모듈원전은 송전망이 닿지 않는 지역의 전력 공급을 염두에 뒀다. 분산전원의 역할을 생각하고 개발한 것이다.

분산전원 촉진을 위한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이 내년 6월 시행된다. 여기에 소형모듈원전은 재생에너지와 같이 분산전원으로 포함됐다. 소형모듈원전을 분산전원으로 쓰려면 수요지 근처에 지어야 한다. 하지만 현재의 원전 규제에서는 방사선비상계획구역이 이를 어렵게 한다. 방사선비상계획구역은 대형원전을 기준으로 설정돼 원전에서 20~30㎞까지 구역을 포함한다. 소형모듈원전은 사고 가능성이 현저히 낮을 뿐 아니라 방사성 물질의 양도 적어 비상계획구역 축소가 가능하다. 이미 미국 소형모듈원전 뉴스케일은 안전규제기관으로부터 원전 부지 이내로 비상계획구역을 정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더 나아가 미국은 소형모듈원전에 대해선 비상계획구역을 조정할 수 있는 규정 제정도 추진하고 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 역시 원자로 출력에 따라 방사선비상계획구역 범위를 조절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소형모듈원전은 대형원전과 차별적 특성이 있어 여러모로 유용하다. 하지만 대형원전과 똑같은 규제를 적용하면 그 특성을 이용하기 어렵다. 앞으로 분산전원은 더욱 필요하다. 소형모듈원전이 분산전원에 이바지하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