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개관하는 국립저작권박물관 내 체험공간 모습. 이용자가 직접 저작물을 만들면서 저작권의 개념과 중요성을 느낄 수 있는 체험을 제공한다. /한국저작권위원회 제공

음악·그림·영상·책·건축물 등 각종 창작물을 만든 사람의 노력과 가치를 인정하고, 그 권리를 보호하는 ‘저작권’에 대한 모든 것을 다루는 복합문화공간이 경남 진주 혁신도시에 들어선다. 국립저작권박물관이다.

한국저작권위원회는 22일 경남 진주 혁신도시에 있는 저작권교육체험관 내에 국립저작권박물관을 개관한다. 이곳은 우리나라에서 유일한 저작권 전문 전시체험시설이다. 본지는 개관에 앞서 한국저작권위원회의 협조를 받아 막바지 작업 중인 국립저작권박물관을 둘러볼 수 있었다.

지난 14일 오후 진주 충무공동 혁신도시에 있는 한국저작권위원회. 지상 6층 규모의 이곳 건물 1~3층에 국립저작권박물관이 들어섰다. 면적 4865㎡다. 이곳은 다소 생소한 저작권의 개념을 체험과 각종 전시물 등을 통해 보다 쉽게 이해하고, 나아가 저작권 존중 문화를 확산하고자 국비 273억원을 들여 조성했다.

저작권은 창작물을 만든이(저작자)가 자기 저작물에 대해 가지는 배타적이고 독자적인 법적 권리이자 자산을 말한다.

경남 진주시 혁신도시에 있는 한국저작권위원회. /한국저작권위원회 제공

국립저작권박물관은 ‘박물관’이라는 이름처럼 저작권의 역사와 종류를 알아볼 수 있도록 다양한 전시물을 갖추고 있다. 우리나라 최초로 저작권 제도에 대해 언급한 자료로 평가되는 조선후기 정치가 유길준의 ‘서유견문’을 비롯해 구텐베르크 성서 영인본, 에디슨 원통형 음반 유성기 등 역사적·사료적 가치가 있는 유·무형의 자료 415점을 소장·전시한다. 가수 이미자의 동백아가씨 LP음반과 함께 ‘빽판’으로 불리는 우리나라 첫 불법 음반, 강원 강릉시의 인기 카페인 ‘테라로사’ 건축 디자인 저작권을 침해한 한 카페 등 실제 일상 속 저작권 침해·갈등 사례를 소개한 부분도 눈길을 끈다.

여타 박물관과 다른 점은 ‘체험’ 시설이 많다는 것이다. 이민주 한국저작권위원회 학예사는 “박물관 주 타깃을 10대 청소년으로 설정하고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통해 저작권을 쉽게 이해하고 보다 재미있게 체험할 수 있도록 체험형 전시시설로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청소년들에게 인기가 많은 ‘방 탈출 게임’의 형식을 빌어 저작권의 개념 등을 미션을 풀어가면서 자연스레 익히도록 했고, 음악·어문·사진·미술·영상 등 콘텐츠별로 자신만의 창작물을 만들어 보며 이용자를 넘어 창작자이면서 저작자가 되는 과정을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를 통해 이름을 알린 정은혜 작가 등 실제 저작자로부터 작품 저작권을 기증받아 전시하고, 명화 등 저작권이 만료된 저작물을 활용해 이용자들이 2차 저작물을 만들 수 있도록 한 것도 색다른 재미를 느끼게 한다.

2층은 전시체험과 연계해 저작권을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이 마련되는 공간이다. 캐릭터 디자이너, 유튜브 크리에이터, 콜라주 화가 등 직접 디지털 창작체험도 해볼 수 있고, 나만의 창작 캐릭터 피규어, 이모티콘 등을 만드는 체험도 할 수 있다. 한 프로그램당 2시간 정도 체험할 수 있다고 한다.

한국저작권위원회가 올해 초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저작권산업의 부가가치(명목) 규모는 224조 3098억원에 달한다. 전년 대비 42조 5981억원이 증가했다. 2020년 저작권산업의 부가가치(명목) 경제기여도는 11.6%로, 전체 산업 중 제조업(24.8%)에 이어 두 번째로 조사됐다. 코로나 확산으로 2020년 우리나라 전체 산업의 부가가치와 고용 규모는 마이너스 성장을 보였음에도 저작권산업의 부가가치와 고용규모는 전년 대비 각각 23.4%, 23.5% 성장했다. 전 세계적으로 음악·영화·드라마·음식 등 K-Culture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저작권산업 역시 덩달아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최병구 한국저작권위원회 위원장은 “누구나 이용자이자 저작자가 되는 마법의 공간, 세계 최초·유일의 국립저작권박물관 개관을 통해 저작권에 대한 긍정적 인식이 확산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며 “앞으로 다양한 교육, 문화행사 등을 통해 박물관의 문턱을 낮춰 누구나 즐기고 쉬어갈 수 있는 저작권 복합문화공간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