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곡물 ‘파로’는 스펠트·엠머·아인콘이라고 불리는 3가지의 고대 곡물을 통틀어 이르는 말로 혈당 관리와 면역력 증진 등에 효과적이다./그레인온 제공

한국인들의 일일 탄수화물 섭취량은 권장량(100g)의 세 배가 넘는 307.8g 수준으로, 밥은 한국인에게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다. 안부를 물을 때조차 밥이라는 단어가 꼭 들어갈 만큼 밥은 삼시세끼 식단에서 빠질 수 없다.

하지만 백미와 같은 탄수화물의 과잉 섭취는 혈당을 빠르게 상승시키고 비만 등 각종 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 이에 혈당 관리에 도움을 주고 다이어트에도 효과적인 고대 곡물 ‘파로’(Farro)가 주목받고 있다.

◇고대 곡물 ‘파로’ 혈당 관리·면역력 증진·노인성 질환 예방 효과적

파로는 스펠트·엠머·아인콘이라고 불리는 3가지의 고대 곡물을 통틀어 이르는 말이다. 하지만 이 중 엠머 밀을 주로 파로라고 부른다.

파로는 ▲높은 저항성전분 ▲풍부한 섬유질 ▲다양한 항산화 물질과 영양소를 함유하고 있다. 높은 저항성전분은 소화를 천천히 도와 혈당 급상승(혈당스파이크)을 억제하고 포만감을 유지해 체중 감량에 도움을 준다. 파로의 저항성전분 수치는 백미의 2670%, 현미의 약 650%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파로의 풍부한 섬유질은 변비를 예방하고 장 내 독소 배출을 원활하게 돕는다. 파로의 섬유질은 백미의 234% 이상, 현미의 약 216% 이상에 달한다. 특히 파로는 고단백·저탄수화물·저당 식품으로도 알려져 있는데, 저당 곡물인 카무트(7.84g)보다도 당 수치가 3배 이상 낮은 2.4g 수준이다. 이렇게 낮은 파로의 당수치는 혈당 관리에도 도움을 준다.

실제 당뇨병 환자의 식단에 파로를 첨가한 결과, 지방·LDL콜레스테롤·공복 혈당 수치 농도가 모두 감소했다. 또한 파로는 구리·마그네슘·철·칼슘과 같은 성분들과 흡착해 인간의 미네랄 흡수를 방해해 영양결핍을 유발하는 피트산의 함량을 현저히 낮춰 건강한 영양소를 흡수하고 원활한 소화를 돕는다.

이 외에도 파로는 필수 아미노산 10종과 비타민 10종, 무기질 9종을 풍부하게 함유하고 있다. 루테인·셀레늄·카로티노이드·페룰산 등의 항산화 물질이 풍부한데, 이 물질들은 면역력 증진과 노인성 질환 예방, 피부노화 개선 등에 도움을 준다.

파로를 이용해 밥을 지어 먹으면 체중 감량과 건강 관리에 도움이 되며, 오늘날 고든램지 등 유명 스타 쉐프들은 파로를 이용한 다양한 레시피를 선보이고 있다.

◇고대 로마 시대부터 존재한 파로… 오늘날 세계 각국에서 주목

농촌진흥청은 이런 신체 건강에 다양한 도움을 주는 파로를 ‘주목해야 할 10가지 고대 작물’ 중 하나로 선정했다. 특히 파로는 탄수화물 섭취량이 많은 이탈리아, 유럽, 미주 등에서도 큰 화제를 모으고 있다. 오늘날 고든램지 등 유명 스타 쉐프들은 파로를 이용한 다양한 레시피를 선보이고 있다.

한편, 파로와 달리 높은 생산효율을 위해 변형된 현대 곡물들은 여러 차례의 교배를 거치면서 병충해에 취약하다. 섭취 후 혈당 급상승 등 여러 건강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이 알려지면서 변형되지 않고 높은 영양소를 함유한 고대 곡물로의 식단 전환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파로의 역사는 고대 로마 시대부터 이어졌다. “주사위는 던져졌다”라는 명언을 남긴 고대 로마 장군 ‘율리우스 카이사르(시저)’가 장기간의 전쟁에서 파로를 군인들의 주식으로 사용했을 만큼 영양소가 풍부한 곡물이다. 또 당시 로마 내에서 파로를 화폐로 사용하기도 했다.파로는 이탈리아 토스카나 지역에서 주로 경작되는데, 이 지역은 고도가 높고 추우며 건조하다. 하지만 파로는 이런 환경에서도 강인한 생명력으로 잘 자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경작지에서는 파로의 품질이 우수하게 유지되도록 화학 살충제나 제초제, 비료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또한 EU 법령을 준수해 윤작을 통해 파로를 재배함으로써 2년간의 땅 휴지기를 준다.

한 끼를 먹더라도 무엇을 먹는지가 더 중요해진 시대지만, 바쁜 현대인들에게 식단 자체를 통째로 바꾸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하지만 매일 지어 먹는 밥만 고대 곡물을 포함한 종류로 개선해도 건강관리와 체중 감량 등을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