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을 때는 과식해도 시원하게 비워내니 걱정이 없다. 그러나 나이 들수록 쾌변(快便)이 어렵다. 힘을 줘도 좀처럼 나오지 않고, 보고 나서도 묵직하고 찜찜하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70대 이상 3명 중 1명은 변비인 것으로 나타났다. 나이 들수록 그 횟수가 증가해도, 변비는 일시적이라고 생각해 방치하기 쉽다. 그러는 동안 변비가 만성화되면 장 속에 쌓인 대변이 대장을 막아 장폐색으로 악화된다. 심하면 장을 절제해야 하며, 심혈관계 질환의 위험 또한 커진다. 만성 변비 환자의 뇌 노화가 더 빠르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노화 촉진하고 대장암 유발하는 ‘노인성 변비’
고령층 변비는 배변 횟수 감소보다 배변 시 힘을 많이 줘야 하는 것이 더 큰 문제다. 무릎·허리 등 불편한 곳이 늘고, 주로 앉거나 누워있어 신체활동이 줄어든다. 이 때문에 대변을 밖으로 밀어내는 힘이 떨어지게 된다.
이완성 변비는 이렇게 대장의 운동능력이 떨어지면서 생긴다. 장의 연동운동이 약해지면 변이 장 속에 오래 머무르게 된다. 그리고 수분이 흡수되면서 변의 부피가 줄고 단단해진다. 시간이 지날수록 배가 팽팽해지고 더부룩하며, 아랫배에서 딱딱한 것이 만져진다. 이러한 이완성 변비는 통증이 없고 소화불량과 비슷해 간과하기 쉽다. 노인성 변비는 증상이 크게 악화된 뒤에야 인지하는 경우가 많다. 요양시설에 입소한 65세 이상 365명 대상으로 변비 관리 실태를 조사한 결과, 10명 중 약 7명이 “변비가 없다”고 답했다. 그러나 이중 절반 이상(56%)이 변비 위험군(群)으로 나타났다.
매일 규칙적으로 배변하더라도 잔변감이 있고 그 과정이 원활하지 않다면 변비를 의심해야 한다. △배변할 때 무리한 힘이 필요한 경우 △대변이 딱딱하게 굳은 경우 △배변감이 완전하지 않은 경우 △항문·직장 폐쇄감이 있는 경우 △대변 파내기 또는 회음부 누르기 등의 손동작이 필요한 경우 △배변 횟수가 일주일에 3번 미만일 경우 등 6개 기준 가운데 2개 이상이면 변비로 진단한다.
작고 딱딱하게 굳어진 변이 장 속에 오래 머물면 약해진 장을 자극한다. 이것이 심해지면 장을 절제해야 할 수도 있다. 배설되지 못한 변의 독소가 장을 통해 혈액에 흡수되면 피부 노화가 심해진다. 또 두통·피부발진 등이 나타나며, 대장암으로 진전되기도 한다.
◇수용성·불용성 식이섬유, 숙변 밀어내고 대변 부드럽게
노인성 변비는 잘 낫지 않고 만성화되기 쉽다. 젊었을 때는 배변이 원활했지만 나이 들어 생기는 경우가 흔하다. 때로는 자신도 모르게 일정량의 대변이 새어 나오는 ‘변실금’을 경험하기도 한다. 변비 개선에는 충분한 식이섬유 섭취가 중요하다. 식이섬유는 불용성과 수용성으로 나뉘는데, 각각 우리 몸에 다른 작용을 한다. 두 식이섬유 모두 골고루 먹어야 한다.
불용성 식이섬유는 장의 연동운동을 더욱 활발하게 한다. 물에 잘 녹지 않는 대신 수분 흡수로 변의 부피를 증가시킨다. 이 과정에서 장내 찌꺼기와 독소 등을 흡착해 함께 배출한다. 이로써 변비는 물론 장염과 대장암 등의 위험을 줄일 수 있다.
수용성 식이섬유는 대변의 수분 함유량을 증가시킨다. 딱딱할 때는 좀처럼 움직이지 않던 대변을 부드럽게 쑥 내려가도록 하는 것이 수용성 식이섬유의 역할이다. 두 식이섬유를 함께 섭취한 결과, 배변 빈도와 변의 무게가 증가했다. 그리고 변의 단단함은 감소하면서 배변 시 통증도 줄었다.
소화가 불편한 고령층이 두 식이섬유를 음식으로 보충하기는 어렵다. 수용성 식이섬유는 과일·해조류에, 불용성 식이섬유는 고구마·감자 등의 구황작물과 콩류에 많다. 이 모두를 음식으로 많이 섭취하기는 힘들다. 따라서 나이 들수록 수용성과 불용성 식이섬유를 골고루 함유한 건강기능식품이 필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