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후탕’(밥 먹은 뒤 탕후루)이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냈던 탕후루 열풍이 사그러드는 모양새이다. 최근 젊은층의 간식 입맛은 중국을 떠나 이란에 상륙했다. 탕후루의 뒤를 이어 이란의 전통 간식 라바샤크(lavashak·라바삭)가 독특한 디저트로 인기를 얻고 있는 것이다. 페르시아어로 ‘과일 가죽’을 뜻하는 라바샤크는 과일과 껍질을 졸인 후 이를 갈아 낸 것을 넓게 펴서 말린 뒤 돌돌 말아 만든다. 설탕이나 레몬즙을 넣어 새콤 달콤한 맛을 추가하기도 하고, 석류 시럽을 뿌려 먹기도 한다.
과일에 설탕 시럽을 발라 굳혀 먹는 중국식 간식 ‘탕후루’는 디저트의 왕에서 폐위될 위기에 처했다. 행정안전부 지방행정인허가데이터에 따르면 폐업을 신고한 탕후루 업체는 작년 상반기 24곳에서 하반기 86곳으로 3배 이상 늘었다. 새로 문을 여는 탕후루 가게도 점점 줄고 있다. 가히 ‘열풍’이라 불리던 탕후루의 인기가 식은 것에 대해 과일 가격 급등 같은 거창한 이유를 대는 사람도 있지만 사실 과일 가격이 비쌌던 것은 최근의 일만이 아니다. 그것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우리의 입맛이 변한 것 아닐까? 맛있는 음식은 어디서든 새로 나타나니까. 원래 우리의 입맛은 변덕스러웠던게 맞다.
◇무엇을 먹으며 컸나요?
빠르게 바뀌는 디저트 유행 덕분에 학창시절 추억의 간식이 무엇이냐에 따라 연령대를 추정할 수 있다. 30~40대 직장인들이 추억하는 학창시절의 간식은 떡꼬치와 쫀디기, 피카츄라는 캐릭터의 이름을 그대로 딴 싸구려 돈까스 튀김이었다. 길거리 노점상에서 순대 꼬치를 먹기도 했고, 500원짜리 토스트나 핫도그는 식사를 대신할 수 있는 든든한 간식이었다.
지금은 흔해진 ‘버블티’가 인기를 끈건 2012년 쯤. 서울 강남역이나 홍대 부근 소형 점포를 버블티 브랜드가 점령하고, 공차와 퀴클리, 이지웨이, 차타임 같은 해외 브랜드가 한국 시장을 공략했지만 몇 개 브랜드 밖에 남지 않았다. 2014년 허니버터칩은 대형마트와 슈퍼마켓, 편의점으로 뛰어가 줄을 서는 ‘오픈런’의 시초가 됐다. 2016년 대만의 대왕 카스테라, 2017년 명랑핫도그, 2018년 딸기 샌드위치·찹쌀떡, 2019년 마라탕이 인기를 끌었다. 당신이 중학생 때, 고등학생 때 수업이 끝나기만을 기다렸다가 뛰어가 먹었던 최애 간식이 무엇이냐에 따라 당신의 연령대를 유추할 수 있는 이유이다. 디저트의 유행 주기가 빨라지면서 그만큼 전성기도 짧아지는 것 역시 특징이다.
◇추억의 간식도 인기
새로운 것만 대접받는건 아니다. ‘아는 맛’이 제일 무서운 법. 건강과 다이어트 등의 이유로 어린 아이들의 간식 섭취가 줄어드는 시대를 걱정한 식품 업체들은 자기 지갑이 생긴 어른들의 ‘추억’을 공략한다. 지난 2022년, SPC 삼립의 ‘포켓몬 빵’은 첫 출시 당시인 1998년에 학창시절을 보낸 ‘포켓몬 세대’를 다시 편의점으로 이끌었다. 최근 몇 년 동안은 인절미·곶감 같은 어르신 입맛의 간식인 ‘할매니얼’ 트렌드가 이어지고 있다. 어린 시절 할머니 무릎에 앉아 받아먹던 간식의 맛을 추억과 함께 떠올리기 때문이다. 가수 비비의 노래 ‘밤양갱’이 유행하면서 앨범이 발매된 이후 보름 동안 편의점 4사의 연양갱 매출은 전월 동기 대비 최대 40% 증가하기도 했다. 1986년 설립된 중소 제과업체 청우식품은 최근 배우 황정민씨를 모델로 참깨스틱 광고를 제작했다. 어르신들의 간식으로 여겨졌던 참깨스틱을 젊은 층에도 알리는 것이다.
어른이 되어서 좋은 점, 어린 시절 감질나게 사먹어야 했던 간식을 자유롭게 사먹을 수 있다는 것 아닐까. 간식은 추억의 또 다른 이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