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가운데, 우리 주요 기업들은 ‘혁신 경영’을 통해 위기를 극복하고 있다. 글로벌 공급망 위기 등 불확실성을 기회로 반전할 수 있는 ‘게임 체인저(Game Changer)’로 거듭날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기술 발전 속도가 빠를 뿐 아니라 모든 산업으로 확산하고 있는 인공지능(AI) 영역에서 경쟁 우위를 점하려는 경쟁이 치열하다. AI 산업에 쓰이는 기술 경쟁과 제품 생산은 물론이고, AI를 활용해 기존 주력 사업의 성과를 높일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미래 시장 선점에 필요한 기반 마련을 위해 연구·개발(R&D) 투자에도 적극적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연구개발비를 역대 최대 규모인 28조3397억원 지출했다. 지난해 전체 매출의 10.9%에 달한다. 핵심 사업인 반도체 산업의 불황이 길었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회복세로 접어들면서 미래를 위한 더 과감한 투자에 나선 것이다. 이뿐 아니라 초거대 AI 시대에 최적화한 차세대 메모리 설루션(Solution)을 개발하며 메모리 패러다임의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여기에다 전사적으로 AI 역량을 고도화해 차세대 전장(자동차 전자 부품), 로봇, 디지털 헬스 등과 같은 신사업도 적극 육성 중이다.
◇AI 기술 선점으로 혁신 경영 선도
차세대 반도체 시장을 선도하는 SK하이닉스는 올해 1분기 연결기준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144.3% 증가한 12조4296억원을 기록됐다. 영업이익은 2조8860억원이다. 지난해 1분기 3조4023억원 영업손실(적자)에서 흑자로 돌아선 것이다. SK하이닉스는 “HBM(고대역폭메모리) 등 AI 메모리 기술 리더십을 바탕으로 AI 서버 제품 판매량을 늘리는 한편, 수익성 중심 경영을 지속한 결과 전분기 대비 영업이익이 734% 증가했다”고 했다. 지난 3월 초고성능 AI용 메모리 신제품인 HBM3E를 세계 최초로 양산하고 글로벌 AI 빅테크 시장을 공략한 성과다.
현대자동차도 올해 1분기 연결기준(잠정) 매출액 40조6585억원, 영업이익 3조5573억원을 기록했다. 전기차 시장 수요 둔화에도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3% 소폭 감소로 선방했고, 매출액은 7.6% 증가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고금리 지속과 중동발(發) 지정학적 리스크에 따른 환율 변동성 확대 등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음에도 주요 해외 시장의 수요 확대에 따른 지속적인 판매 성장세에 8% 이상의 안정적인 수익성을 유지했다”고 말했다. 앞으로 전용 전기차 브랜드 ‘아이오닉’ 라인업 확대, 신규 하이브리드 모델 보강 등을 통한 친환경차 판매 제고 등을 통해 점유율 확대 및 수익성 방어에 집중하겠다는 계획이다.
◇불황에도 신규 투자, 신사업 발굴
롯데그룹은 기존 사업에 AI를 도입해 경쟁력을 높이는 한편, ‘바이오앤웰니스’ ‘모빌리티’ ‘지속가능성’ ‘뉴라이프 플랫폼’이라는 4개 테마의 신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지난달 ‘AI+X 시대를 준비하는 롯데’를 주제로 최고경영자(CEO) 콘퍼런스를 열었다. AI+X는 커머스·디자인·제품 개발·의료·에너지 등 다양한 분야에서 AI를 활용할 수 있다는 의미로, CEO가 먼저 AI를 이해하고 비즈니스에 도입하자는 취지다. 롯데정보통신의 경우, 올 1월 기업 고객을 위해 자체 개발한 비즈니스 생성형 AI 플랫폼 ‘아이멤버(Aimember)’를 롯데그룹 모든 계열사에도 도입했다.
포스코그룹은 지난 19일 7대 미래 혁신 과제를 발표하고, 미래 핵심 경영의 양대 목표로 ‘원가 절감’, ‘신성장 동력’ 발굴을 제시했다. 새 경영비전 ‘미래를 여는 소재, 초일류를 향한 혁신’을 제시하고, 철강설비를 효율화해 매년 1조원 이상의 원가 절감을 달성한다는 목표도 세웠다. 기존 스마트팩토리를 AI와 로봇 기술이 융합된 인텔리전트 팩토리(Intelligent Factory)로 업그레이드해, 수주-생산-판매 전반에 확대 적용함으로써 생산성을 높여 나간다는 계획이다. 또 신사업은 미래소재 분야에 특화해 발굴·육성하기로 하고, 3년 내 유망 선도 기업에 대한 인수·합병(M&A)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