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오전 전남 무안군 청계면 국립목포대학교(목포대) 70주년 기념관. 대학은 물론 기업체, 지방정부, 공공기관, 정계 등 각계각층 관계자 500여 명이 모였다. 이들은 이구동성 목포대가 ‘글로컬 대학 30′ 사업에 최종 지정되고 관련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길 기원했다.
◇‘지자체·산업계·학계·연구기관’ 협력 강화
목포대와 전남도는 이날 함께 ‘지산학연(地産學硏)’ 협력 거버넌스(공동 의사결정 기구) 출범식을 열었다. 전남도·목포시·영암군·신안군 등 ‘지방자치단체’와 HD현대삼호 등 ‘산업계’, 국립목포대·한국에너지공대 등 ‘학계’,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 등 각종 ‘연구기관’이 글로컬 대학 30 사업을 공동 추진하기로 손을 잡은 것이다.
정부는 2026년까지 글로컬(Glocal) 대학 30개교를 지정한다. 비수도권 지역 대학이 대상이다. 글로컬은 세계화(Global)와 지역화(Local)를 합쳐 만든 조어다. 정부는 낙점된 혁신 대학에 최대 1000억원의 사업비를 5년 동안 지원한다. 정부가 글로컬 대학 30을 추진하는 이유는 저출산으로 학생 수가 감소해 비수도권 대학이 재정 위기 등을 겪기 때문이다. 이들 대학에 학과와 전공 등의 벽을 허물게 하고 예산을 집중적으로 지원해 세계적인 수준의 역량을 갖추도록 할 방침이다.
앞서 목포대는 지난 4월 글로컬 대학으로 예비 지정됐다. 이달 말 본지정을 위한 실행계획서를 교육부에 제출할 예정이다. 이후 교육부의 대면평가 등을 거쳐 9월 중 최종 성적표를 받는다. 차주환 목포대 기획처장은 7일 “올해 정부가 계획한 10개 글로컬 대학에 포함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글로벌 해양특성화 대학으로 성장”
목포대는 ‘지역과 함께 신해양시대를 견인하는 글로벌 해양특성화 대학’이라는 글로컬 대학 비전을 내세웠다. 이에 따라 목포대와 전남도는 글로벌 그린해양 산업의 지산학(地産學) 협력 모델을 구축하기로 했다. 산업 연계 인재 육성뿐만 아니라 지역 산업 활성화와 정주 여건 개선, 일자리 창출, 인구 증가를 위한 협력사업을 추진한다. 목포대는 또 전남도립대와 통합해 지역에서 역할을 더욱 강화할 목표를 세웠다. 목포대 관계자는 “학령인구 급감과 대학 정책 변화 등을 지자체와 공동 대응해 ‘거점대학’ 입지를 다지겠다”고 말했다.
송하철 목포대 총장은 “친환경 선박과 해상풍력 등 특화 분야 연구를 더욱 강화하고 다양한 연계 사업을 발굴하겠다”며 “세계와 지역은 물론 ‘글로벌 그린해양 산업’을 선도하는 대학으로 거듭나겠다”고 말했다. 김영록 전남지사는 “지역 거점대학을 육성하는 가장 중요한 핵심 프로젝트인 글로컬 대학 선정을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세계 첫 ‘소형 모듈형 원자로(SMR) 선박연구소’ 목포대서 개소… “차세대 친환경 무탄소 선박 등 개발”
지난 2일 목포대에선 소형 모듈형 원자로(SMR·Small Modular Reactor) 선박연구소 개소식이 열렸다. SMR 선박 제조는 글로벌 그린해양 산업을 선도할 미래기술 중 하나다. 우리나라에 SMR 선박연구소가 들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목포대와 한국수력원자력이 공동으로 운영한다. 목포대 관계자는 “글로벌 기후 변화와 환경오염에 대응하기 위한 탄소 중립 실현과 인공지능(AI), 자율주행자동차 기술 발전 등으로 에너지 수요가 폭발하고 있다”며 “이에 대응하려는 방안으로 SMR에 대한 관심이 높다”고 말했다.
SMR은 300MWe(메가와트 일렉트릭·1MWe는 100만W의 전기 출력) 이하의 전기 출력을 가진 소형 원자로다. 기존 대용량 발전 원자로 전기 출력은 1000MWe 이상이다. SMR은 안전성을 높이고 건설 비용·소요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또 탄소배출이 전혀 없는 친환경 전기에너지 공급 해결책으로 전 세계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기존 원전의 100분의 1 수준으로 크기를 축소할 수도 있다. ‘한국형 SMR’ 원천기술을 보유한 한국수력원자력은 2030년 국내 처음 상업적으로 운전할 계획이다.
목포대는 SMR 선박연구소를 글로컬 대학 30 사업과 연계해 한국수력원자력과 공동으로 운영한다. 국내 대표 조선소 HD 현대삼호를 비롯해 HD 현대 미포와 삼성중공업, 조선해양 분야 국내 유일 국책연구기관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 국내 하나뿐인 에너지분야 특성화 대학 ‘한국에너지공대’ 등과 협력 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송하철 목포대 총장은 “SMR 선박 연구를 위한 최첨단 연구 장비와 실용화 프로젝트를 직접적으로 활용하는 세계적 수준의 글로벌 교육 과정을 도입할 예정”이라며 “국내 대학과 연구소, 해외 연구자와 유학생은 물론 국내 기업에도 개방해 SMR 선박의 글로벌 인재를 양성하고 차세대 친환경 무탄소 선박 등을 개발하겠다”고 말했다.
◇“해상풍력 미래기술 선도한다”
전남 서남권은 국내에서 가장 풍부한 해상풍력 잠재력을 보유해 대규모 해상풍력 발전단지 조성 최적지로 손꼽힌다. 현재 세계 최대 규모인 8.2GW(원전 8기) 규모의 발전단지가 조성 중이다. 앞서 목포대는 2010년부터 해상풍력 인재 양성 사업의 중심대학으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국내 최초로 조선해양 산업 중심의 대불 산학융합지구(영암군)와 에너지 중심의 에너지밸리 산학융합지구(나주시) 등 2개를 운영하며 실무 중심의 인재를 육성하고 있다. 글로컬 대학 사업을 통해 핵심부품인 베어링과 변압기 개발을 기업과 공동으로 수행하는 ‘초대형 해상풍력 실증센터’를 구축할 계획이다.
목포대 관계자는 “조선해양, 에너지 분야 연구 역량을 바탕으로 무탄소 선박과 해상풍력 미래기술을 선도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18일 전남도와 노르웨이 해상풍력 발전사 딥윈드오프쇼어(DWO), 서부노르웨이 응용과학대학(HVL), 국립목포해양대와 함께 ‘해상풍력 연구개발·인력양성 협력 업무협약’을 했다. 해상풍력 연구 개발과 맞춤형 인력 양성에 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