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 체결국이 다양해지는 가운데 RCEP(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PTPP(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등 메가 FTA 확산으로 세계 농산물 경쟁은 더 치열해지고 있다. 하지만 신규 발효 FTA를 통해 우리 농식품의 시장 진출 기회가 오히려 확대되기도 했다.

우리 농축산업계는 세계인이 선호하는 농식품 맛과 품질,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주력해 왔다. 때마침 다양해진 글로벌 K컬처(Culture) 수요에 힘입어 지난해 농림축산식품 수출은 사상 최고 실적인 90억3000만달러를 달성했다. 조선일보는 메가 FTA 속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국내 수출 품목 및 업체의 성공 사례와 농식품 산업의 신성장 동력 창출 노력 등을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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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귤·오렌지·레몬 등 시트러스(감귤류) 계열만큼 활용도가 높은 과일도 없을 것이다. 그중 우리에게 친숙한 제주도의 대표 특산물인 감귤·한라봉이 세계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다. 전 세계인에게 이질감이 없으면서도, 조금 다른 맛과 모양으로 호기심까지 자극한다.

◇감귤 수출… 지속적인 성장을 위한 수출 시장 다변화에 박차

2023년 감귤 수출은 전년 대비 32.3% 증가한 455만달러(3920t)를 기록했다. 주요 수출국은 러시아·미국·캐나다 등이다. 특히 러시아는 전체 수출 금액의 약 40%를 차지하는 주력 시장으로, 전년 대비 43% 증가한 190만달러를 기록했다. △현지 선호도가 높은 큰 사이즈 △10Brix 이상의 고당도·고품질로 경쟁국인 중국산보다 품질 우위를 확보한 결과다. 미국 시장도 53% 증가한 75만달러를 기록했다.

또한 지난해 12월에는 뉴질랜드 수출길이 23년 만에 열렸다. 한국산 온주 밀감과 한라봉·천혜향 등 만감류(晩柑類)의 뉴질랜드 수출 검역 협상이 최종 타결된 것이다. 이는 오세아니아 시장 진출의 교두보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일본도 타깃이다. 한국감귤수출연합은 올해 ‘일본 수출 감귤 재배 농가 육성 사업’과 일본 바이어 발굴 및 시범 수출을 추진한다. 2017년 감귤의 일본 수출이 중단되고 나서 7년 만이다.

한편 한국감귤수출연합은 지난해 9월 홍콩에서 열린 ‘2023 아시아 신선 농산물 박람회(Asia Fruit Logistica 2023)’에 참가 후 홍콩·말레이시아·싱가포르 등지로 652t의 감귤을 수출하는 성과를 냈다.

◇대표 만감류 한라봉… 해외에서도 인기

지난해 4월 제주 만감류가 농림축산식품부의 ‘농축산물 수출검역협상 중점추진품목 선정위원회’에서 중점 추진 품목으로 선정됐다. 만감류는 감귤나무 품종과 당귤나무(오렌지) 품종을 섞어 만든 재배 감귤류 과일이다. 한라봉·천혜향·레드향 등이 만감류에 속한다.

‘오렌지 천국’ 미국에서도 만감류는 히트 상품이다. 오렌지와 달리 껍질을 쉽게 깔 수 있고 휴대성도 좋아 소비자 선호도가 높다. 이러한 해외 소비 트렌드에 힘입어 제주도 대표 특산물 한라봉이 세계 시장에서 입지를 넓히고 있다. 한라봉은 2015년부터 미국·싱가포르·태국·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홍콩 등으로 수출하고 있고 2016년 아제르바이잔, 2017년 러시아·아랍에미리트(UAE) 수출길을 텄다. 한라봉은 △13Brix 이상의 고당도 △부드러운 과육 △풍부한 과즙을 자랑한다. 여기에 씨가 없고 껍질이 두껍다는 것도 장점이다. 적절한 온도와 습도를 유지하면 신선하게 오랫동안 저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한라봉 수출에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한다.

◇제주 조천 한라봉 농가 ‘이가원’…뛰어난 품질 관리로 싱가포르·말레이시아 등에 수출

제주 조천의 농가 ‘이가원’은 총 2.3ha(약 7000평) 규모의 농장에서 한라봉을 필두로 레드향·황금향·천혜향까지 재배한다. 이에 그치지 않고 새로운 품종 도입을 위한 육묘장도 운영 중이다. 최근 육성된 홍한라봉(써니트)도 고접(高椄) 형태로 0.3ha(약 1000평)가량 갱신했다.

이가원은 2020년 싱가포르에 한라봉 7t을 처음 수출한 후 말레이시아 등으로 시장을 꾸준히 넓혀 왔다. 이가원 한라봉은 뛰어난 품질 관리로 해외 시장에서도 프리미엄 과일로 인정받고 있다.

우선 나무 밑부분 가지는 대부분 과감히 제거해 과실이 햇빛을 골고루 받아 크기와 맛을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도록 한다. 10월 초 무렵에는 산도(酸度) 측정 후 물의 양을 조절한다. 또한 젤라틴과 키틴 성분을 분해할 수 있는 미생물 친환경 농법인 ‘GCM 농법’을 적용해 작물이 건강하게 성장하도록 돕는다. 김양숙 이가원 대표는 “정확한 수확 시기를 지킨 한라봉은 그 어떤 만감류보다 맛이 뛰어나다”며 “3대에 걸쳐 감귤 농사를 짓고 있는 만큼 세계인들에게 진정한 제주 한라봉을 맛보게 해줄 수 있다”고 자신했다.

제작지원: 2024년 FTA 분야 교육홍보사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