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가 포항제철소 주조 실험동에서 개발 중인 전기 용융로 시험 설비의 모습. 기존 전기 아크로의 단점을 보완해 고급 철강 제품을 위한 쇳물 생산이 가능하다. /포스코 제공

포스코는 ‘아시아 철강사 최초 2050 탄소중립 달성’을 목표로, 석탄을 사용하지 않는 수소환원제철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동시에 인공지능(AI)과 로봇기술이 융합된 ‘인텔리전트 팩토리’로 전환해 미래형 제철소 구현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수소환원제철은 화석연료 대신 수소를 사용하여 철을 생산하는 혁신적인 기술이다. 석탄이나 천연가스와 같은 화석연료는 철광석과 화학 반응하면 이산화탄소가 발생하지만, 수소는 물이 발생하기 때문에 수소환원제철은 철강 제조 과정에서 탄소를 저감할 수 있다. 포스코는 2030년까지 한국형 수소환원제철 기술인 하이렉스(HyREX) 개발을 완료하고 2050년까지 포항·광양 제철소의 기존 고로 설비를 단계적으로 수소환원제철로 전환한다는 계획이다.

수소환원제철 기술은 국가 안보 차원에서의 전략적 중요성과 국민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력을 인정받아 지난해 국가 전략 기술로 선정됐다. 이 기술을 조기 안착시키는 데 필수적인 ‘철광석 최적화 기술 개발 프로젝트’도 국가가 관리하는 대표 과학기술 프로젝트로 선정됐다.

포스코의 스마트 팩토리는 지난 2019년 세계경제포럼(다보스포럼)에서 국내 최초의 ‘등대공장’으로 선정된 바 있다. 등대공장은 어두운 밤 등대가 길을 안내하듯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을 적극 도입해 세계 제조업의 미래를 선도하는 공장을 말한다.

포스코는 기존 스마트 팩토리에 AI를 결합한 인텔리전트 팩토리로의 전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인텔리전트 팩토리는 ‘스마트 팩토리’를 넘어, 모든 공정에서 발생하는 데이터를 자동으로 수집·통합해 이를 기반으로 의사 결정까지 수행하는 지능형 공장을 의미한다. 포스코 관계자는 “이를 바탕으로 주문·생산·판매·마케팅 등 제조의 전 단계를 관통해 한 단계 높은 원가, 품질, 안전 경쟁력이 구현되는 지능형 자율 제조를 구현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현재 전남 광양의 2제강공장에 도입된 ‘전로(電爐) 원터치 취련 자동화 기술’도 그 일환이다. 이 기술은 한 번의 버튼 조작으로 모든 취련 작업을 100% 자동으로 수행하는 시스템이다. 그동안은 단계마다 취련사의 세심한 조작이 필요해 작업 피로도가 높고, 1600도 이상의 조업 환경에서 취련사들이 직접 설비를 조작해 사고 위험도 있었다. 포스코 측은 “원터치로 바꿔 취련사의 안전을 보장하고, 일관된 조업 품질 유지도 가능해졌다”고 했다.

포스코는 로봇 도입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현재 포스코의 스마트팩토리에는 4족 보행 로봇이 사람 대신 고로 풍구(고로에 열풍을 불어넣는 통로)를 점검하고 있다. 설비 점검 경로를 따라 자율 주행하면서 점검 데이터를 자동으로 수집하고, 이상 상황을 감지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기존에는 약 1200도의 열풍이 오가는 통로를 직접 사람이 가까이 가서 육안으로 수시 점검해야 했다. 이 때문에 전체적인 온도 측정이 어려웠을 뿐 아니라 작업자가 화상, 가스 중독 등의 위험에 노출되는 문제가 있었는데 로봇이 이를 해결한 것이다.

포스코가 3년간 외부 로봇 업체와 공동 개발해 제작한 ‘스마트와이어볼’은 컨베이어벨트(석탄·철광석 등의 연원료 이송 설비)의 고장 유무를 점검·진단하는 로봇이다. 음향·영상·열화상 센서를 통해 밀폐 상태인 이송 설비의 상태를 점검한다. 기존에는 포항과 광양에서 각각 수십명의 작업자가 300km에 달하는 연원료 이송설비를 수작업으로 진단해왔다. 사람이 점검하려면 이송 설비 전원을 차단한 뒤 수십 개의 문을 열어 직접 안을 들여다봐야 했다. 포스코 관계자는 “스마트와이어볼은 외부에서 소리와 열을 체크해 작업자에게 데이터로 전송해줘 업무 효율성이 높을 뿐만 아니라 설비 관리에도 유용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