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중반 여성 A씨는 어느 날 아침에 일어나 발을 디딜 때 발뒤꿈치에 찢어지는 듯한 통증을 느꼈다. 평소 마라톤과 축구를 즐기는 30대 후반 남성 B씨 역시 기상 후 침대에서 내려와 일어서는 순간 소스라치게 놀랄 정도로 발바닥이 아팠다. 두 사람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1~2분 정도 걷자 통증이 점점 줄어들었지만, 저녁이 되자 다시 통증이 심해지는 현상이 반복됐다.

A씨와 B씨처럼 기상 후 첫발을 디딜 때 심한 통증을 느끼는 것은 족저근막염의 대표적인 증상이다. 족저근막은 발뒤꿈치에서부터 발바닥의 발가락 부분까지 이어지는 근육을 싸고 있는 두껍고 질긴 막이다. 족저근막에 센 힘이 가해지면서 미세한 파열이 발생하고 염증이 동반돼 통증이 발생하게 되는데 이를 ‘족저근막염’이라고 한다.

족부질환 치료의 대가인 서동교 힘찬병원 족부클리닉 원장은 “족저근막염은 젊은 층부터 노년층까지 광범위하게 발생하는 질병”이라고 했다. 족저근막염 환자 중 40~60대의 비율은 전체 환자의 약 70%에 달한다. 특히 중년 여성은 폐경기를 맞아 여성 호르몬이 감소하면서 발바닥의 지방층이 얇아져 족저근막염의 발생 위험이 더 높아진다. /고운호 기자

특히 요즘처럼 바쁜 시대에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족저근막염을 달고 사는 이가 많아지고 있다. 족저근막염이 무엇이고 최선의 치료책에 대해 알아보고자 족부질환 치료의 대가 서동교 힘찬병원 족부클리닉 원장을 직접 만났다.

◇족저근막에 과도한 자극 가하면 발병 위험 높아

족저근막염은 너무 많이 뛰고 걷거나 신발의 밑창이 딱딱하고 얇은 경우, 과체중이거나 종아리 근육이 짧은 경우 등 족저근막에 지속적으로 과도한 긴장과 자극이 주어지면 발병 위험이 높아진다. 이런 족저근막염은 젊은층부터 노년층까지 광범위하게 발생한다. 그중 40~60대의 비율이 전체 환자의 약 70%에 달하고, 남성에 비해 여성 환자의 비율이 높은 편이다.

서 원장은 “특히 중년 여성은 폐경기를 맞아 여성 호르몬이 감소하면 발바닥의 지방층이 얇아지는데, 이로 인해 족저근막염의 발생 위험이 더 높아진다”고 했다. 또한 발바닥 근육의 유연성이 떨어지는 40대 이상의 중년층도 발바닥이 충격을 견디지 못해 통증이 생길 가능성이 크다. 20~30대 젊은층은 마라톤, 축구, 농구 등의 격렬한 운동, 바닥이 얇고 딱딱한 신발이나 하이힐 착용으로 족저근막염이 발생하기도 한다.

◇족저근막염 초기는 스트레칭으로 호전

족저근막염 초기에는 충분한 휴식과 더불어 약물 치료, 물리 치료 등 보존적 치료로 증상을 완화시킬 수 있다. 필요에 따라 보조기를 착용하기도 한다. 최대한 걷고 서 있는 시간을 줄여 체중이 발에 실리는 것을 피해야 한다. 어느 정도 통증이 줄어들면 발바닥 마사지와 종아리 스트레칭으로 유연성을 늘려주고, 편한 신발과 맞춤 깔창 등으로 발을 보호해야 한다.

특히 발바닥 마사지와 스트레칭을 해주는 것이 좋다. 발바닥을 만져보면 인대처럼 딱딱하게 만져지는 막이 있는데, 이것이 바로 족저근막이다. 이 부분을 주먹 쥔 손으로 천천히 위에서 아래로, 반대로 아래에서 위로 번갈아 가며 마사지하면 족저근막염 발생을 낮추는 데 도움 된다. 또 벽 앞에 서서 두 손을 벽에 대고 한쪽 발을 한 발짝 뒤로 하고, 뒷발의 발꿈치를 바닥에 붙인 채 무릎을 곧게 펴 종아리 뒤쪽이 당기도록 스트레칭해주는 것도 좋다.

하지만 보존적 치료에도 통증이 지속되면 주사 치료, 체외 충격파 치료 등 비수술적 치료를 받아야 한다. 증상이 심하면 수술적 치료를 받아야 하기도 한다.

◇보존적 치료 호전 없을 경우, PDRN 주사 등 비수술적 치료 시행

대부분의 주사 치료는 족저근막 부위에 국소 스테로이드 주사로 치료를 하고 있다. 하지만 스테로이드 주사를 과하게 맞으면, 오히려 부작용으로 인해 증상이 심해질 수 있다. 서 원장은 “스테로이드 주사를 너무 많이 맞으면, 발바닥의 살이 얇아지고, 혈관이 수축해 족저근막이 더 약해져버린다”고 설명했다. 이에 족저근막 급성 파열과 뒤꿈치 지방 패드의 위축이 발생하기도 한다.

서동교 힘찬병원 족부클리닉 원장이 족저근막염을 앓고 있는 환자에게 ‘PDRN’ 주사를 놓고 있다. /힘찬병원 제공

이런 부작용을 피하기 위해 최근에는 송어와 연어의 생식세포에서 분리한 DNA 분절체인 비스테로이드제 성분의 ‘PDRN’ 주사가 사용되고 있다. PDRN 주사는 염증을 가라앉게 할 뿐만 아니라, 피부조직을 재생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 약해진 족저근막을 튼튼하게 만들어주기 때문에 스테로이드 주사처럼 부작용이 발생하지도 않는다.

최근 힘찬병원 관절의학연구소는 족저근막염의 PDRN 주사 치료에 대한 임상 평가 결과를 발표했다. 2024년 1월부터 10월까지 내원한 족저근막염 환자 20명의 시술 전과 시술 3개월 후 효과를 조사해 보니, 환자가 느끼는 통증의 강도를 0에서 10중에 통증 정도를 선택하는 통증 평가 척도(VAS·Visual Analog Scale)가 시술 전 평균 7.5점에서 시술 3개월 후 평균 2.7점으로 통증이 약 64% 완화됐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이연주

▲통증 ▲장애 ▲활동 제한의 세 가지 영역에서 발의 기능을 평가하는 발 기능 척도(FFI·Foot Function Index) 역시 시술 전 평균 143.6점에서 시술 3개월 후에는 평균 65.8점으로 발의 기능이 약 54%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지수는 점수가 높을수록 통증이 심하고 기능에 제한이 있음을 의미한다.

◇예방 위해 쿠션감 있는 편한 신발·스트레칭·체중 관리 O, 과한 운동 X

족저근막염을 예방하려면 평소 발이 너무 꽉 끼지 않고 쿠션감이 있는 편안한 신발을 신고, 적정 체중을 유지하며 무리한 운동을 피하는 등 발바닥에 가해지는 충격을 최대한 줄이는 것이 좋다. 평소 발바닥 마사지, 발바닥과 종아리 스트레칭을 통해 유연성을 늘려주는 것도 도움이 된다.

족저근막염 역시 다른 질환과 마찬가지로 방치하지 않고 조기에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또 재발이 잘 되는 편이기 때문에 치료 후에도 방심하지 말고 꾸준히 관리해야 하는 질환임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