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오후 부산 사하구 신평장림공단 안 S기업. 트랜스미션 등 자동차부품을 만들어 현대·기아·폭스바겐 등에 납품, 연간 350억원을 넘는 매출을 올리는 탄탄한 이 회사는 요즘 AI 기술에 기반한 ‘스마트 팩토리’ 도입에 열중하고 있다. 이날 S기업을 찾은 박동석 부산시 첨단산업국장은 그 현장을 둘러봤다.
박 국장은 “부산의 AI 기술 적용 현장을 살펴보고 기업들의 요구 등을 들어 시정에 반영하기 위해 찾았다”며 “초정밀 절삭 등 AI센서와 학습, 검사 등을 통해 보다 품질이 좋은 제품을 만들고, 가격, 품질 등 여러 방면에서 경쟁력이 높아진다는 걸 직접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부산인재개발원은 다음달 7일 예정된 ‘공공기관 최고리더 과정’에서 ‘AI가 바꾸는 공공서비스의 미래’란 주제의 강연을 진행한다. 이 과정은 부산교통공사·도시공사·관광개발공사·테크노파크 등 시 산하 22개 공공기관장을 대상으로 한다. 성희엽 부산시 정책수석은 “시 산하 기관들에 ‘AI마인드’를 확산시키는 마중물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이 ‘AI 드라이브’에 나섰다. 아니, AI가 부산을 바꾸고 있다. S기업처럼 산업 현장이나 부산인재개발원 등뿐만 아니라 공공, 생활, 시정(市政) 등 곳곳에 AI 기술이 확산 중이다.
부산시 정나영 인공지능소프트웨어과장은 “자동차 및 기계부품·항만물류·헬스케어 등 풍부한 AI 관련 산업 및 기술 수요, 22개 대학에서 배출되는 우수한 전문인력, 강서구 에코델타시티 안 스마트시티 시범도시 등 다양한 인프라를 갖추고 있는 부산의 AI 잠재력은 아주 크다”고 말했다.
박혜경(53) 주무관은 ‘부산시 데이터 전문가’다. 작년 5~6월 두달간 4주 집중과정의 ‘데이터 인재양성’ 교육을 끝냈다. 박 주무관은 프로그램 언어와 데이터 추출 및 분석, 챗-GPT 등을 배웠다. 그는 “교육을 받은 후 업무 데이터를 주제별, 시기별 여러 변수에 따라 적절하게 추출하고 체계적 분석을 할 수 있게 됐다”며 “그러니 현상이나 문제의 원인, 대책 등을 일목요연하게 알 수 있게 되더라”고 말했다. 지난 2023년 시작된 이 과정을 마친 데이터 전문가는 84명이다.
부산시 이준승 부시장은 “AI자원이 많다고 그 잠재력이 크다고 바로, 저절로 AI 선진, 주도 도시가 되진 않는다”며 “S기업, 부산시 데이터 전문가처럼 현장에서 AI기술이 퍼져나가고 그를 위한 인프라로 받쳐주고 이런 실행들이 종합적, 체계적으로 추진돼야 한다”고 말했다.
부산시의 이 같은 실행, 노력들은 여러 분야에서 진행되고 있다. 작년부터 312억원을 들여 항공산업에서 AI기반 로봇·장비 등을 제조공정에 결합시켜 자율화를 구현하는 ‘AI 자율제조 선도 프로젝트’도 추진 중이다. 올 연말 본격 운용에 들어갈 ‘부산 산업전환 녹색펀드’도 이처럼 지역 기업, 산업에 AI를 접목, 융합해 확산시키기 위한 것이다.
또 중소기업 등이 자체적으로 마련하기에 버거운 고성능 AI반도체 장비센터를 시가 구축해 민간에 빌려줘 AI기술 활용, 확산을 가속화시키는 방안도 추진되고 있다. 부산국제금융센터 등 3곳에 ‘AI 장비공동이용센터’를 만들어 부산을 동남권 AI허브로 만든다는 구상이다. 강서구 에코델타시티 안에 조성 중인 ‘스마트시티 시범단지’는 향후 ‘부산 AI 스마트시티 기술’을 구축하고 활용하게 할 주요 인프라다.
AI도 결국 사람이 하는 일. 시는 지난 2022년 부산디지털혁신아카데미(BDIA)를 설립하고 매년 AI 등 ICT(정보통신기술) 인재 2000명을 양성하고 있다. 2026년까지 1507억원을 투입, 총 1만명의 인재를 키워낼 계획이다. 향후 이 BDIA의 AI 관련 교육 프로그램을 온라인으로 제공, 모든 직장인과 시민들에게 서비스한다는 구상도 하고 있다.
또 부산대 ‘디지털-X AioT 연구센터’, ‘인공지능융합 혁신인재양성 사업’, 동의대 ‘부산 AI 그랜드 ICT연구센터’, 동서대·동아대·부산대·부경대 SW중심대학‘, 부경대·동아대·동의대 ‘SW전문인재 양성사업’ 등 대학과 연계한 AI 인재 육성도 하고 있다.
AI는 행정서비스나 시민생활에도 변화를 가져온다. 시는 AI기술을 이용해 저소득층 시민들에게 자립지원에 대한 꿀정보 제공과 상담, 신청 등의 서비스를 해주는 ‘자립 꿀단지 챗봇’이나 지하철·택시 등에서 잃어버린 물건을 쉽게 찾을 수 있는 AI 기반 ‘파인딩 올’ 서비스를 시행 중이다.
여기에 더해 공공·민원·건강·여가·취미·생활 등 각종 맞춤형 정보를 시민들 취향이나 상황에 맞춰 전해주고 한자리에서 그 같은 다양한 서비스를 누릴 수 있도록 하는 ‘부산시민 플랫폼’도 구축 중이다. 당연히 AI기술이 데이터 축적, 학습을 통해 시민 개인의 취향, 수요, 필요에 맞춘 서비스를 제공한다. 부산시는 또 다음달 초 ‘AI 종합전략’을 발표하고 그에 따라 AI 기술로 부산을 바꾸어 나가는 작업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AI는 제때 산업구조 전환을 하지 못해 뒤처진 위기의 부산을 신산업으로 돈을 벌고 더 부유하게 만드는 기회”라며 “또 부산 사람들이 좀 더 편리하고 재미있는, 보다 슬기로운 삶을 살 수 있게 할 도약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