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생태수도’ 전남 순천시가 우주항공 산업 중심지로 떠오르고 있다. 순천시는 앞서 2023년 세계 5대 연안습지 ‘순천만’과 국내 1호 ‘국가정원’ 등에서 국제정원박람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하며 ‘생태관광 경제성’ 효과를 입증했다. 순천 율촌산업단지에서 차세대 발사체를 제작·조립하는 ‘스페이스 허브 발사체 제작센터’가 내달 문을 열 예정이다. 우주항공 산업 경쟁력마저 강화할 태세다.

전남 순천시 순천만국가정원 동서쪽 정원을 잇는 ‘우주 다리’(스페이스 브리지) 모습. 우주인이 정원에 착륙하는 모습을 형상화하는 우주선 조형물을 얹혔다. /순천시 제공

◇내달 순천서 차세대 발사체 제작·조립 센터 완성

25일 순천시에 따르면, 항공우주·방위 산업 대표 기업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오는 4월 순천 율촌 1산단에서 ‘스페이스 허브 발사체 제작센터’를 완성한다. 한국형 차세대 발사체 등을 제작·조립하는 곳이다. 순천시 관계자는 “발사체 제작·조립 사업을 통해 관내 소재 부품 기업의 업종 전환은 물론 관외 기업 유치까지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시는 또 발사체 소재부품 시험평가센터 구축과 방위산업 클러스터 조성 등에도 나선다. 우주·방위 산업 지원 인프라 구축 사업에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노관규 순천시장은 “우주산업은 미래 먹을거리를 책임질 성장 동력”이라며 “기업 지원은 물론 발사체 조립·시험평가 원스톱 시스템을 구축하면 우주경제 선순환 구조가 완성된다”고 말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국내 최고 기술력을 보유한 민간 발사체 제작 기업이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과 공동으로 한국형 차세대 발사체 제작에 나서고 있다. 순천 발사체 조립장은 국내 최대 민간 우주산업 인프라로 손꼽힌다. 2026년 발사하는 누리 5호기를 비롯한 차세대 발사체 제작의 중심 기지가 될 전망이다.

◇발사체 조립기업 10곳 유치, 기존 업체들 우주·방산 전환 지원

세계적 우주항공 산업 경제 규모는 지난해 800조원에서 2035년 2490조원으로 대폭 성장할 전망이다. 첨단 기술 개발과 타 산업으로의 기술 파급, 국방력 강화 등을 통해 막대한 경제적 파급 효과 창출이 기대된다고 시는 밝혔다. 정부는 지난해 5월 개청한 우주항공청 올해 예산을 전년 대비 27% 증액한 1조원 규모로 편성하고 민간 주도의 우주항공 산업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순천시는 이러한 우주항공 산업 시대를 대비한다. 시는 항공우주 산업 정책위원회 구성과 우주 산업 육성 기본 계획 수립 등으로 정책 지원에 나서고 있다. 국립순천대학교는 우주항공·첨단 소재를 특화 분야로 내세워 글로컬대학에 선정되기도 했다. 앞서 순천시의회는 시와 협력해 2023년 9월 ‘순천시 항공우주산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조례’를 제정했다. 항공우주 산업 육성을 위해 관련 기업, 연구기관 등을 지원하는 법적 근거를 마련한 것이다.

순천시는 ‘순천형 뉴스페이스’ 생태계 조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발사체 관련 소재·부품·장비 기업 유치에 주력한다. 5만9504㎡(1만8000평) 규모로 조성 중인 발사체 조립장 부지 내에 최대 10곳의 추가 협력 업체를 유치할 계획이다. 항공우주 품질인증시스템(AS9100)을 만족하는 전문성 있는 강소 협력사를 유치한다는 복안이다. 협력사 유치만으로 400~500여 개의 양질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시는 전망한다.

현재 순천 해룡·율촌 산단 내에는 철강·합금, 금속탱크·저장용기 제조업 등 뿌리 기술을 보유한 기업이 다수 집적(67.5%)돼 있다. 우주·방산 분야로의 연계·확장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는 관내 기업이 우주·방산 분야로 확장을 희망하면 사업 전환, 기술 개발을 지원할 방침이다. 순천시는 또 우주항공 산업과 밀접한 방위 산업까지 경제 지형을 확대할 계획이다.

◇“생태도시 성공 자신감, 우주경제 산업 허브로”

순천시는 국내 최고 생태도시 명성을 쌓아왔다. 2023년 개최한 순천만 국제정원 박람회는 순천의 가치와 역량을 최대로 보여준 행사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7개월 동안 관람객 981만명이 박람회장을 찾았다. 애초 목표였던 800만명을 크게 웃돌았다. 국제정원박람회장은 2023년 단일 관광지로는 용인 에버랜드를 제치고 관람객 수 전국 1위를 달성했다.

노관규 전남 순천시장.

경제 효과도 톡톡했다. 박람회 개최로 333억원의 수익금이 창출됐다. 박람회가 끝난 이듬해 국가정원에 디지털 기술, 문화 콘텐츠를 결합한 새로운 정원 문화를 선보였다. ‘우주인도 놀러 오는 순천’을 주제로 다시 문을 연 국가정원은 순천만습지가 가진 생명력 등을 표현한 ‘스페이스 허브’, 어린이의 꿈을 미래로 실어 나르기 위한 활주로 ‘스페이스 브리지’ 등을 갖추며 완전히 새로워진 모습이었다. 지난해 1년간 400만명 이상의 관람객이 찾아 100억원 이상의 ‘가든머니’가 창출됐다.

노관규 순천시장은 “가든머니를 재원으로 노인·아동·장애인 등 사회 취약 계층을 위한 각종 복지 정책을 확대했다”며 “생태 중심 경제 모델을 성공적으로 구축해 낸 경험과 자신감을 원천으로 이제 생태를 넘어 우주 경제 산업 허브로 도약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