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3만2000여 명의 고장 전남 강진군이 먹고 살고 즐기려는 사람들로 떠들썩하다. 관광·인구·경제 등 다양한 분야에서 새로운 정책을 꾸준히 시도했던 강진군이 이끌어낸 변화다.

강진원 강진군수와 군민들이 올해 ‘강진 반값여행’ 활성화를 위한 캠페인 행사를 벌이고 있다. /강진군 제공

전남 강진군은 “지난 10일 기준 올해 ‘강진 반값여행’을 사전 신청한 2만844팀 중 1만998팀이 강진에서 28억9000만원을 소비했고, 13억2000만원을 지역 화폐인 강진사랑상품권으로 돌려받았다”고 25일 밝혔다.

반값 여행은 관광객이 강진에서 사용한 여행 비용의 50%를 지역 화폐로 돌려주는 강진군만의 관광 경제 정책이다. 강진군은 작년 ‘반값 강진 관광의 해’를 선포하고 개인은 최대 10만원, 2인 이상 관광객은 최대 20만원까지 여행 비용을 강진사랑상품권으로 돌려줬다.

◇반값여행, 경제적 파급 효과 100억원 이상

관광 소비를 늘려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추진됐다. 반값 여행 사업은 올해도 계속되고 있다. ‘강진반값 홈페이지’ 등을 통해 사전 신청하고 강진에서 여행을 마치고 강진사랑상품권을 받으면 된다.

강진군이 관광객들에게 돌려준 강진사랑상품권은 지역으로 재투자된다. 강진군은 지난해 강진에서 47억원을 쓴 반값여행 참여자들에게 22억원을 지역 화폐로 돌려줬다. 지역 화폐는 강진에서 써야 한다.

강진군 관계자는 “지난해 반값여행 덕분에 1800여 업체에서 총 69억원이 소비됐고 올해도 반값여행에 참여한 1만998팀에 지원한 강진사랑상품권 중 5억4000만원이 쓰여 지금까지 관광 소비 규모는 34억3000만원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반값 여행이 지역경제에 미친 영향은 명목 소비 규모보다 더 클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심원섭 목포대 관광학과 교수는 지난 2월 한국은행의 ‘산업 파급효과 분석 모델’을 활용해 반값 여행 사업의 영향으로 강진에서 240억원 이상 생산 유발 효과와 100억원 이상의 경제적 파급 효과가 유발됐다고 발표했다.

반값 여행으로 인해 강진 생활 인구와 일자리가 늘어나고, 지역 화폐 유통이 활성화되면서 뒤따른 효과라는 분석이다. 이재이 강진군 기획홍보과장은 “반값 여행 사업에 투입한 예산 대비 5~13배에 이르는 투자 수익 효과”라고 말했다.

지난해 4월 전남 강진군에서 열린 서부해당화 봄꽃축제를 찾은 관광객들이 꽃길을 걷고 있다.

◇강진 빈집 모집 경쟁률 14대 1… 합계출산율 전국 2위

이 밖에 강진은 여러 정책에서 구체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다. 강진군은 민선 8기 들어 빈집을 고쳐 도시민들에게 싼값에 빌려주고 정주인구를 늘리는 빈집 리모델링 사업 ‘강진품애(愛)’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빈집 소유주가 5년 또는 7년 동안 무상 임대하면, 강진군이 5000만원 또는 7000만원 사업비를 들여 리모델링하고 귀촌인들에게 보증금 100만원, 월 임대료 1만원에 빌려주는 인구 증가 정책이다.

보금자리를 찾아 강진에 정착하는 도시민이 늘고 있다. 지난 7일 올해 첫 5가구 입주자 선정에 71가구가 신청해 14대1 경쟁률을 기록했다. 광주광역시와 충남 천안, 전남 영암과 해남 등에서 이사 온 16명이 강진에 새로 둥지를 틀었다. 강진군 관계자는 “빈집 증·개축으로 강진에 60가구 163명이 정착했다”며 “빈집 사업은 단순히 낡은 집을 수리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삶을 설계할 기회를 제공하는 사업”이라고 말했다.

아이들 울음소리도 늘었다. 강진군은 지난해 합계출산율 1.60명을 기록했다. 전국 2위에 달하는 기록이다. 강진군이 2023년에도 1.47명으로 전국 2위를 기록했던 만큼, 2년 연속 전국 최상위권 저출산 극복 지자체로 입지를 다진 것이다.

◇아이 한 명당 총 8154만원 지원… 출생아 수 2년 만에 2배쯤 늘어

강진을 젊게 만든 저출산 극복 비책으로 전국 최고 수준인 ‘육아 수당’이 손꼽힌다. 강진군은 2022년 10월부터 부모 소득과 자녀 수에 상관없이 월 60만원의 지역 상품권을 7년간 총 5040만원의 육아 수당으로 준다.

강진군이 육아수당을 막 도입한 시점인 2022년 출생아 수는 93명이었지만 2023년 154명, 작년에는 170명으로 늘었다. 강진군 관계자는 “육아수당에 부모 급여, 산후조리비 등 지원금을 모두 더하면 아이 한 명당 8154만원이 지원된다”며 “육아수당 지급 대상자 중 첫째 출산 후 둘째를 낳은 가정이 22가구(44명)에 달해 출산율 증가에 의미 있는 이바지를 했다”고 했다.

◇체험형 농촌 민박 10년간 7만명 체험… 강진원 군수 “관광·인구·경제정책 효과 톡톡”

강진군은 농민들의 소득을 끌어올리기 위한 다양한 정책도 시도해왔다. 강진은 지역의 역사와 문화, 자연, 농촌의 정서를 기반으로 한 체험형 농촌 민박 관광인 ‘강진푸소(FU-SO)’로 이름난 곳이다. 2015년 처음 시작해 10년 동안 체험형 관광 서비스를 제공한 농가들에 소득을 안겨줬다. 지난해에는 연말 기준 약 7만명의 체험객이 푸소 관광을 찾아 농가들이 64억원 상당의 수익을 거뒀다.

강진군은 2017년 농업인들의 경영 안정을 위해 전국 최초로 논과 밭을 대상으로 한 경영안정자금 지원을 결정하고 이듬해 지급했다. 총 70만원으로 이 중 절반인 35만원은 지역화폐로 줬다.

강진원 강진군수는 “강진군의 관광·인구·경제정책 모두 지역경제를 살리고 군민 소득을 증대시키기 위한 간절함에서 시작했다”며 “반값 여행, 육아 수당, 빈집 리모델링 등 정책마다 강진에 불러온 놀라운 수치의 파급 효과가 확실한 투자였음을 증명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