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석유화학산단으로 성장한 ‘여수국가산업단지’ 기업들이 지속가능한 탄소 감축을 위한 ‘탄소 포집·활용·저장기술(CCUS) 클러스터’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25일 여수시에 따르면, 여수산단 기업들은 “에너지 전환 시대를 맞아 공장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여야 한다”며 “CCUS 클러스터 구축은 정유와 석유화학 업계가 직면한 탄소 배출 문제를 해결할 방안”이라고 입을 모은다.

2027년 조성되는 율촌 융복합 물류단지에 추진중인 대규모 수소생산·발전 및 탄소포집·액화 공장시설 조감도. /광양만권경제자유구역청 제공

CCUS는 탄소 포집과 저장에 이어 자원화, 직접사용 활용 등에 관한 포괄적 기술 분야를 일컫는다. 탄소 배출량이 많은 산업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를 대기로 내보내지 않고 모아서 저장하거나 자원화하는 기술로 최근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여수산단 업계에 따르면 여수산단과 가까운 여수 ‘율촌 융복합 물류단지’에 CCUS 클러스터를 구축하는 구상이 검토되고 있다. CCUS는 탄소 배출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기술이지만, 설비 구축과 운영 비용이 많이 들어 경제성이 주요한 과제로 거론된다. 개별적인 CCUS 기술 도입 형태가 아닌, 클러스터 개념의 시설 도입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CCUS 클러스터를 구축하면 각 기업 굴뚝에서 포집된 이산화탄소를 공용 배관을 통해 이송하고 나서 액화·저장·활용 단계를 거치게 된다.

개별 기업의 독립적인 설비 구축과 달리, 여러 기업이 공동 인프라를 활용하면 시설 설치 비용을 줄이고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고 한다. 여수산단처럼 탄소 배출량이 많은 정유·화학기업이 밀집해 있다면, 오히려 효율적인 공동 인프라 구축이 가능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수산단이 CCUS 클러스터를 도입하고 확산할 최적지라는 평가다. 여수산단 한 대기업 관계자는 “기업별 투자 부담을 줄이는 동시에, 탄소 감축을 보다 효과적으로 달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GS 칼텍스 관계자는 “여수산단 주요 기업들의 생산량을 감안하면 연간 300만t 이상의 이산화탄소를 포집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해외 CCUS 클러스터는 배출 공장과 액화·터미널 시설이 근접해 있다. 경제성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포집 시설과 액화·터미널 시설을 가까운 거리에 둔 것이다. 영국 ‘이스트 코스트 클러스터(East Coast Cluster)’, 네덜란드 ‘포르투스(Porthos) 프로젝트’, 노르웨이 ‘롱쉽(Longship) 프로젝트’ 등이 산업 단위 배출원 인근에 온실가스 터미널이 운영돼 효율성을 확보한 대표적 사례로 손꼽힌다.

다만 중국의 저가 공세 등으로 고전하는 석유화학 업계들이 신산업 투자에 나서기가 녹록지 않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정부 지원을 기반한 CCUS 클러스터가 구축돼야 공급과잉, 수요감소, 원자잿값 폭등으로 위기를 맞은 석유화학 기업들의 지속가능한 성장과 산업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