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지역이 화마(火魔)에 큰 피해를 입으면서 서울 자치구들도 산불 예방책 마련에 나섰다. 서울 곳곳에도 삼림이 많아 산불이 일어나지 않으리라고 보장할 수 없기 때문이다. 대다수 자치구들은 5월 중순까지를 ‘봄철 산불조심기간’으로 정하고 산불 방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전 송전철탑에 설치된 산불감시 상황관찰기 모습. /구로구

◇자치구들 산불 예방 대응 태세 갖춰

행정구역의 55%가 산림으로 이뤄진 강북구(구청장 이순희)는 등산객이 많이 찾는 북한산을 중심으로 산불전문예방진화대를 배치했다. 대원들은 산불 발생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현장순찰 및 산불 예방 활동을 한다. 소방서와 경찰서, 국립공원공단 등과도 협력 체계를 구축했다. 산림 근접지역에서는 불법 소각 행위를 집중 단속하고, 주민과 등산객에 산불신고 요령 및 처벌 규정을 알리는 사전 계도 활동도 강화했다. 지난 3월에는 강북소방서와 협력해 산불발생 취약지역에 친환경 산불지연제를 살포한 바 있다.

강북구 산불전문예방진화대가 산불 취약 지역을 살피고 있다. /강북구

강서구(구청장 진교훈)는 지난 3월 25일 진교훈 구청장 주재로 산불 예방 긴급 대책회의를 열었다. 진 구청장은 국장 및 실무 부서장들과 산불 예방을 위한 비상 대응 체계를 점검했다. 구는 산불 예방을 위해 화재 진화 인력 188명과 진화 전문 차량, 고압수관 등 화재진화장비 16종 1233대를 확보했다. 아울러 봉제산과 개화산, 우장산 등 지역 7개산을 중심으로 산불예방전문진화대 등 15명을 투입해 산불 예방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구청 공식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산불방지 안전수칙도 전파하고 있다.

진교훈(오른쪽) 강서구청장이 구청 재난안전상황실에서 ‘산불 예방 긴급 대책회의’를 열고 발언하고 있다. /강서구

금천구(구청장 유성훈)는 드론을 산불 예방에 활용하고 있다. 드론은 가파른 산림지대 등 광범위한 지역을 감시할 수 있어 순찰 사각지대를 최소하는 데 도움이 된다. 취사, 화기물질 소지, 흡연 등 산림 내 불법행위에 대한 단속도 실시하고 있다. 또 산불취약지역에는 산림화재 초동진화를 위한 산불소화시설(수관수막타워)을 설치하고, 상수도 구경확대 및 수압증설 등을 통한 산불진화시스템을 구축할 방침이다.

구로구(구청장 장인홍)는 ‘정보통신기술(ICT) 산불감시 시스템’을 구축해 산불 대응 태세를 강화했다. ICT산불감시 시스템은 산에 설치된 상황관찰기가 포착하는 연기나 불꽃을 인공지능(AI)으로 분석하고, 산불 여부를 신속히 판단해 관리자에게 전달한다. 이 과정에서 자율적으로 비행하는 무인기(드론)는 피해지역을 관제하는 역할을 한다. 이와 함께 인공지능 심층 학습(딥러닝)을 통해 실제 산불이 발생한 상황과 그 밖의 상황을 구분하는 데 필요한 정보를 지속적으로 수집하고 있다.

노원구(구청장 오승록)도 첨단장비를 활용한 산불 상시 감시체계 구축에 나섰다. 먼저 산림 내 송전탑에 무선 IP CCTV(산불 감시 카메라)를 설치했다. LTE/5G 무선통신을 이용한 무선 IP CCTV는 고지대 및 암반 등에도 설치할 수 있다. 열화상 드론도 활용한다. 무선 CCTV 감시 중 산불이 발생하면 첨단 드론에 부착된 열화상 카메라로 피해지역을 촬영해 산불 확산 경로 등을 파악한다. 이어 암반 등 접근이 어려운 곳의 화재는 진화 드론으로 진압한다.

오승록(왼쪽에서 두 번째) 노원구청장이 수락산 염불사 주차장에서 산불 감시 플랫폼과 연계한 드론을 점검하고 있다. /노원구

마포구(구청장 박강수)는 산불이 발생했을 때 신속히 진화하기 위해 마포구 공무원 267명으로 구성한 진화대를 조직했다. 등산로와 임야를 주 1회 이상 순찰하고, 수시로 산 곳곳을 살핀다는 방침이다. 올해는 기존 운영 중인 산불예방 무인감시카메라 2대에 추가로 4대를 설치하고, 휴대용열화상카메라 1대도 새로 도입했다.

박강수(가운데) 마포구청장이 와우산 등산로에서 산불 예방 홍보물을 배포하고 있다. /마포구

자치구 관계자는 “봄철 산불은 작은 불씨가 큰 화재로 이어지는 만큼 주민들께서도 산불 예방에 적극적으로 동참해 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서울시도 첨단 ICT기술 동원

서울시(시장 오세훈)는 산림에 연기·불꽃 등을 실시간 감지·판독하는 ‘지능형 산불방지 ICT(정보통신) 플랫폼’을 강북권역(노원구 수락산)과 강남권역(구로구 천왕산)에 총 2개소 구축한다고 밝혔다. 송전탑에 설치된 카메라가 AI 컴퓨터와 연동해 삼림에 발생된 연기나 불꽃이 화재로 인한 것인지 수중기인지 등을 판별하는 시스템이다. 산불로 확인되면 드론이 현장에 자동으로 출동해 상황을 실시간으로 전송한다.

시 관계자는 “송전탑에 설치된 산불감시카메라, 드론과 연동해 산불을 조기 감지하고 신속히 대응할 수 있다”고 했다. 향후 은평구 북한산과 관악구 관악산에도 이같은 시설을 설치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