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의 발걸음을 바라보며 자랐다. 어린 시절, 학교 운동장에서 맨발로 뛰놀던 순간마다 발이 튼튼한 것에 감사함을 느꼈다. 발이 좋았던 나는 의대에 들어가 정형외과를 전공하면서도 척추나 무릎 대신 발에 더 관심을 가졌다. 전공의 생활을 하면서는 ‘우리나라에서 발을 가장 잘 보는 의사’가 되기로 다짐했다.

가운데부터 시계 방향으로 연세건우병원 박의현, 주인탁, 이호진, 서민규, 유종민 원장. /연세건우병원 제공

◇‘발 제대로 보는 병원 만들겠다’는 다짐

봉직의 시절, 수많은 환자들이 발 통증이나 변형을 참거나 임시방편으로 해결하는 모습을 보았다. 그때 결심했던 게 있다. 바로 “발과 발목을 제대로 치료할 수 있는 병원을 만들겠다”는 것. 그렇게 2014년, 국내 최초로 족부 질환을 전문으로 하는 병원, 연세건우병원을 만들었다.

그 당시만해도 대부분의 발과 발목 환자들이 대학병원이나 종합병원의 정형외과에 의존해야 했고, 족부 질환에 대한 전문적 치료와 연구는 매우 미흡했다. 찾아오는 환자 한 사람 한 사람에 최선을 다해 진료하고, 글로벌 최신 트렌드를 놓치지 않으려 애쓰다 보니 현재 단일병원으로는 국내에서 가장 많은 족부 전문의 다섯 명이 일하는 족부 중점 병원으로 성장하게 됐다.

족부 전문의가 많다는 것은 단순한 숫자 이상의 의미가 있다고 본다. 발만 보는 의사가 가득하니, 더 체계적인 협진이 이뤄진다. 여러 전문의가 함께 진단하고 치료 방안을 모색함으로써 보다 정확하고 최적화된 치료 계획을 제공할 수 있다. 그런 차별화는 다시 환자들의 신뢰로 이어진다. 2014년 개원 이래 3만5000건의 수술을 집도했다. 국내에서 이뤄지는 무지외반증 수술 네 건 중 한 건은 우리병원에서 진행된다. 환자들이 선택하지 않았다면 달성하기 힘들었을 수치라는 걸 잘 알고 있다.

사실 수술 건수나 전문의 수가 다는 아니다. 환자 편의를 최우선으로 고려한 원스톱 서비스와 전담팀제 협진 시스템을 도입했다. 외래 진료부터 검사, 수술, 입원, 재활에 이르는 모든 치료 과정을 한 곳에서 한번에 일사천리로 진행할 수 있게 체계적인 시스템을 마련했다. 먼 곳에서 찾아오는 환자도 불편하지 않게 진료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천편일률적인 치료 대신 환자의 발 상태, 생활패턴, 환자 요구에 최적화된 수술법을 제시하는 것도 아주 중요하다. 우리 병원을 찾는 환자가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도록 끊임없이 노력해왔다.

박의현 연세건우병원장

◇올바른 보행을 위한 환자와 의사의 노력

발을 좋아하던 꼬마는 발에 사명을 가진 의사가 됐다. 사람들이 나이 먹어서도 잘 걸을 수 있도록, 편히 산책이나 여행을 떠날 수 있도록 돕는 게 나의 목표다. 그래서 환자나 주변 사람들에게 항상 당부하는 게 있다. 발 건강은 단순한 미용상의 문제가 아닌 전신 건강의 기초라는 것을 잊지 말라고 한다. 발이 건강해야 올바르게 보행할 수 있고, 올바른 보행은 우리의 일상생활과 운동 능력, 나아가 삶의 질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무지외반증과 같이 엄지 보행을 근본적으로 저해하는 질환은 단순한 미용 문제가 아니라 정상적인 보행 패턴을 회복하기 위해서 반드시 치료돼야 한다. 작은 이상이라도 무시하지 말고 조기에 족부 전문의를 찾아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받음으로써, 족저근막염이나 지간신경종 등 다른 합병증을 예방하자.

이 글을 읽는 독자들도 발이 단순한 이동 수단이 아니라, 인생의 여정을 열어주는 소중한 동반자임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 올바르게 걷는 한 걸음 한 걸음이 모여 삶의 풍요로운 이야기가 만들어지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이 칼럼은 연세건우병원 박의현 원장​의 기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