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대 여성 강모씨는 10년 전 한 치과의원에서 오른쪽 어금니가 있던 자리에 임플란트를 식립했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임플란트를 식립한 부위 잇몸이 붓고 아파 대학병원 치주과를 찾았다. 검사 결과, 임플란트 주위염이 생겨 잇몸뼈가 소실됐다는 게 확인됐다. 의료진은 스케일링과 항균 세척 등 비외과적 치료를 진행해 염증을 완화시켰지만 골 소실범위가 2㎜ 이상으로 꽤 넓어 외과적 치료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한국은 전 세계에서 임플란트를 가장 많이 심는 나라다. 65세 이상 인구가 평균적으로 두 개의 임플란트를 보유하고 있다. 임플란트는 자연 치아를 대체하는 훌륭한 치료법이지만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면 큰 부작용을 초래한다. 강씨가 겪은 ‘임플란트 주위염’은 심할 경우 임플란트를 제거하고 재수술을 받아야 할 정도로 무서운 질환이다. 경희대치과병원 치주과 신승일 교수를 만나 임플란트 주위염에 대해 물었다.

경희대치과병원 치주과 신승일 교수는 “임플란트를 사용하다 통증이나 출혈이 발생한다면 임플란트 주위염일 가능성이 높으므로 지체 없이 병원에 방문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희대치과병원 제공

―임플란트 수술 후 왜 부작용이 생기나?

임플란트를 심고 겪는 흔한 부작용은 나사, 연결부 등에 세균이 번식해 염증이 발생하는 것이다. 염증이 잇몸 등 연조직에만 국한된 상태라면 ‘임플란트 주위 점막염’이라고 하는데, 스케일링이나 약물 치료만으로 낫는다. 그러나 염증이 점막을 뚫고 잇몸뼈 내부까지 침투해 골조직을 손상시키면 ‘임플란트 주위염’이 된다. 이때부터는 비가역적인 상태로, 수술이 필요하다. 임플란트 주위 점막염은 임플란트를 심은 사람의 절반가량이, 임플란트 주위염은 30% 정도가 경험하는 것으로 보고된다. 임플란트 개수로 보면 10개 중 1∼2개는 주위염으로 이어진다.

가장 큰 원인은 잘못 심었거나, 잘못 관리했기 때문이다. 임플란트 사이 간격이 너무 좁거나, 보철물 각도가 지나치게 기울어져 있으면 제아무리 잘 닦는다고 해도 세정이 어렵다. 이런 상황은 보통 의료진이 식립 위치를 잘못 잡았거나 환자 잇몸 상태를 적절히 고려하지 않았을 때 발생한다. 반면, 임플란트는 잘 심었는데 환자가 관리를 제대로 안 해 주위염으로 발전하는 경우도 많다.

―임플란트 주위염은 어떻게 치료하나?

점막을 뚫고 잇몸뼈로 침투했더라도 아주 초기 단계라면 마취 후 레이저 등으로 안쪽 염증을 제거하거나 화학 요법을 써볼 수 있다. 그러나 염증이 잇몸뼈를 손상시켰다면 수술이 필요하다. 임플란트 주변의 뼈를 다시 만들어줄 건지(재생형), 다 날려버리고 노출할 건지(절제형) 결정해야 한다. 잇몸뼈가 지나치게 많이 손상됐다면 임플란트를 제거하고 다시 심어야 한다.

치료법은 잇몸, 잇몸뼈의 상태에 따라 적합하게 적용해야 한다. 골이식재를 담을 잇몸뼈가 남아 있다면 재생형, 그렇지 않다면 절제형을 고려한다. 잇몸뼈가 절반 이상 소실됐다면 제거한 다음에 다시 심는다. 간혹 심미적인 이유로 재생이 가능함에도 임플란트를 제거하고 다시 심어달라는 환자들이 있다. 기간도 평균 1년 6개월 정도 걸리고 난도도 높기 때문에 권고하지 않는다.

조기에 발견해서 치료하는 게 최선이다. 염증은 임플란트가 탈락할 때까지 잇몸뼈를 공격한다. 게다가 2008년부터 임플란트 주위염을 앓는 사람이 골다공증 주사나 항암제를 맞으면 턱뼈가 괴사하는 현상이 보고되고 있다. 전 세계에서 난제다. 임플란트를 식립한 사람 대부분은 골다공증, 암에 취약한 고령이라는 점에서 임플란트 주위염은 꼭 예방하고 치료해야 하는 질환이다.

―어떻게 막을 수 있나?

먼저, 지나치게 저렴하게 시술하는 곳은 경계해야 한다. ‘저렴’의 기준이 얼마인지는 사람마다 다르지만, 통상 급여 가격보다 낮으면 저렴하다고 본다. 임플란트 가격이 너무 저렴하면 다른 곳에서 마진을 내느라 필요 이상으로 많이 심을 수밖에 없다. 세 개만 심어도 좋을 자리에 네 개를 심는 식이다. 임플란트들의 간격과 각도가 조금씩 어긋나면서 임플란트 주위염 발생률이 높아진다.

관리도 중요하다. 정기적인 내원과 철저한 칫솔질이 필수다. 1년에 최소 두세 번은 치과를 방문해 점검을 받고, 치간칫솔·치실·워터픽 등 보조 기구도 잘 활용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