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평균 기온 상승을 1.5도 이내로 억제하기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해운 부문 탈(脫)탄소화를 위한 움직임도 가속화되고 있다. 해운산업은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3%를 차지한다. 이 때문에 바다 위 탄소 감축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울산항만공사는 미국 북서부항만연합(NWSA)과 함께 울산항~타코마항 간 녹색해운항로(Green Shipping Corridor) 구축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녹색해운항로는 저탄소·무탄소 연료를 사용하는 선박이 운항하는 국제 해상 물류 경로이다. 국제해사기구(IMO)와 주요 해운국이 추진 중인 해운 탈탄소 전략의 핵심 축이기도 하다.
울산항만공사는 지난해부터 머스크 맥키니 몰러 센터(Maersk Mc-Kinney Moller Center)와 함께 녹색해운항로 타당성 조사를 진행 중이다. 울산항~타코마항 간 자동차 운반선(PCTC) 항로 대상으로 기술적·경제적 실현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 이 조사에 따르면, 친환경 연료인 그린메탄올을 사용하는 선박 2척이 이 항로에서 30년간 운항할 때 약 184만t의 이산화탄소(CO₂) 감축 효과가 예상된다. 이는 승용차 약 70만 대가 1년간 배출하는 탄소량에 해당한다.
울산항은 국내 메탄올 수입 물량의 60% 이상을 처리하고 있다. 관련 저장시설과 벙커링(연료주입) 인프라도 갖추고 있어 녹색 연료 기반 항만으로의 전환 가능성이 높다. 특히 지난 2023년에는 세계 최초로 초대형 컨테이너 선박 대상 STS(Ship to Ship) 방식의 메탄올 벙커링 실증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이에 국제적으로도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아울러 2024년에는 부산항만공사, 독일 함부르크 항만공사와 친환경 선박연료 공급 기반 조성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이로써 국내외 주요 항만 간 녹색연료 협력 네트워크도 확장하고 있다.
울산항만공사는 오는 28일부터 부산에서 열리는 제10차 아워오션 콘퍼런스(Our Ocean Conference)에서 미국 북서부항만연합·시애틀항만청·타코마항만청과 함께 녹색해운항로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 체결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아워오션 콘퍼런스는 해양환경 보호와 지속 가능한 해양 이용을 주제로 한 글로벌 고위급 회의이다. 올해는 해양수산부 주관으로 한국에서 처음 열린다.
변재영 울산항만공사 사장은 “녹색해운항로 구축은 단순한 항로 개설 이상으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글로벌 해운 생태계 전환의 시작점”이라며 “울산항은 지속 가능한 미래 해운 실현과 실질적인 이행 모델을 만드는 데 힘쓰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