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건강보험공단에 불법개설 의료기관(이하 사무장병원) 대응을 위한 특별사법경찰권(이하 특사경)을 부여하자는 논의가 수년째 진행 중이다. 하지만 관련 법안은 번번이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고, 사무장병원에 의한 재정 유출이 매년 수천억 원에 달하는 현실에 직면해 있다.

‘사무장병원’이란 의료인이 아닌 자가 의료인을 고용해 불법으로 개설·운영하는 의료기관으로, 영리 추구를 위해 허위 광고, 무면허 수술, 보험사기 연루 등의 행위를 일삼으며 건강보험 급여를 부당하게 청구해 건강보험 재정 손실을 일으킨다. 공단에 따르면, 현재까지 적발된 사무장병원이 불법 편취한 금액은 약 2조 9000억 원에 이르며, 이 가운데 실제로 회수된 금액은 고작 8.4%에 불과하다. 최근 제주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는 사무장A씨, 한의사B씨 등 총 8명을 의료법,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특별법 위반(사기) 등의 혐의로 검찰에 불구속 송치했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A씨는 지난 2022년 1월부터 2023년 2월까지 제주에서 한의사 B씨 면허로 한의원을 개설, 이른바 ‘사무장병원’을 차린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건강기능식품 판매처를 운영하면서 930여 명의 개인정보를 도용해 2만 4000여 건의 허위 진료기록부를 작성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한의원 운영 과정에서 요양급여비 약 8억 원 상당을 부당하게 편취한 것으로 밝혀졌다.

고질적인 사무장병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단속과 수사는 보건복지부, 경찰, 검찰에 의존하고 있으나, 업무에 대한 이해 부족과 제한된 인력으로 ‘적발과 처벌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그 사이 사무장병원은 버젓이 영업을 이어가며 국민 건강을 위협하고, 의료 질서까지 뒤흔들고 있다. 이에 축적된 조사 경험과 전문 인력을 보유한 공단에 특사경 권한을 부여해 ‘실효성 있는 단속 체계를 갖추자’는 주장이 수년 전부터 힘을 얻고 있다.

‘공단 특사경 도입’은 2018년부터 관련 법안이 꾸준히 발의됐지만, 국회에서 번번이 좌초됐다. 가장 큰 이유는 의료계의 강한 반발이다. 대한의사협회를 중심으로 의료계는 공단의 특사경 도입이 ‘과도한 권한 남용’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고 주장해 왔다. 한편, 법사위 논의과정에서도 사무장병원의 심각한 국민 폐해에는 적극 동의하면서도 과잉 수사로 인한 인권침해 소지 우려 등을 이유로 심사숙고를 거듭하면서 도입이 지연되고 있다. ‘공단 특사경 도입’과 관련해 국민의 신뢰를 얻기 위해선 수사권한 행사에 대한 철저한 견제와 투명성 확보가 전제돼야 한다.

단속을 피해 구조적으로 반복하는 행태를 보이는 사무장병원은 환자 생명을 위협할 뿐 아니라, 의료 불신을 키우는 사회악이다. 이러한 사무장병원 척결을 위한 ‘공단 특사경 도입’은 새롭게 출범할 정부에서 우선 추진돼야 할 과제다. 다수의 전문가가 “사무장병원은 단순한 불법이 아닌 국민 생명을 위협하는 중대한 범죄”이며 “공단에 특사경 권한을 부여해 실시간 대응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을 싣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