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국민 건강을 위한 ‘보건 인프라’로 인식되던 제약·바이오산업은 이제 한국 경제의 차세대 수출 동력으로 부상하고 있다./게티이미지뱅크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제약·바이오 산업은 글로벌 경제의 핵심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코로나 진단키트·백신·치료제 수요가 정점을 찍은 이후에도 글로벌 제약 시장은 안정적인 구조 속에 성장 동력을 이어가고 있다. 국내 산업계도 수출과 신약 개발의 ‘투트랙 전략’으로 존재감을 확대하고 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가 지난 1월 발간한 ‘제27호 정책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제약·바이오 시장은 지난해부터 연평균 5~8%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같은 성장세가 이어질 경우 전체 시장 규모는 세계 반도체 시장의 3배를 넘어설 것으로 평가된다. 이제 제약·바이오 산업은 단순한 보건 위기 대응 수단을 넘어 경제와 안보의 핵심 자산으로 인식되고 있다.

국내 시장의 외형도 커지고 있다. 정책보고서 따르면 지난해 한국 의약품 시장은 약 30조원 규모에 달했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국내 기업들이 보유한 파이프라인(신약 후보 물질)의 수다. 한국은 3200여 개의 파이프라인을 보유해 미국·중국에 이어 세계 3위권에 올라섰다. 한국 제약·바이오산업의 성장이 기대되는 이유다.

글로벌 시장에서 성과를 내는 기업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인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연 매출 4조원을 넘어서며 글로벌 바이오 생산 분야에서 확고한 입지를 구축했다. 한때 복제약(바이오시밀러) 전문 기업으로 출발했던 셀트리온은 미국에서 자가면역질환 치료 신약 ‘짐펜트라’를 출시하며 연매출 3조원의 건실한 재무구조를 구축했다.

녹십자도 혈액제제 분야에서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희귀질환 치료제 ‘알리글로’ 승인을 받으며 미국 시장 진출을 앞두고 있다. 국내 바이오 벤처들의 최신 플랫폼 기술은 글로벌 ‘빅 파마(대형 제약사)’들로부터 기술이전(L/O) 협상과 공동개발 제안을 끌어내고 있다.

국내 산업계는 이러한 성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외부 환경 변화에 대한 기민한 대응도 요구받고 있다. 특히 올해가 중대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 출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인공지능(AI) 기술혁신 등 불확실한 대내외 변수에 맞서 변화와 혁신을 주도해야 한다.

정부는 ‘세계 5대 바이오벤처 강국’ 목표 실현을 위해 혁신 생태계 조성에 나서고 있다. 2027년까지 바이오벤처 기술 수출액 규모를 30조원 이상으로 키우고, 제약·바이오 분야 유니콘(기업가치 10억 달러 이상 비상장 기업)도 3개 이상 육성할 계획이다. 미국·유럽연합(EU) 등 주요 시장에서 한국산 의약품에 대한 신뢰가 점차 높아지고 있으며, 글로벌 제약사로부터의 위탁생산(CMO) 수요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한국 제약·바이오 산업의 미래는 그 어느 때보다 밝다. 과거 국민 건강을 위한 ‘보건 인프라’로 인식되던 제약·바이오 산업은 이제 한국 경제의 차세대 수출 동력이자 미래 먹거리로 급부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