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초반부터 잘해야죠. ‘KT는 여름에 강하다’는 이미지를 떨쳐내겠습니다.”
KT는 지난가을에도 뜨거웠다. 시즌 초반 최하위까지 떨어지던 부진의 늪에서 부활, 여름부터 무섭게 치고 올라왔다. 정규시즌 막판 치열한 순위 경쟁 끝에 SSG와 5위 결정전에서 극적인 역전승으로 가을 야구에 진출했고, 이어 열린 와일드카드전에서는 4위 두산을 꺾고 준플레이오프에 올랐다. 그 전해도 초반 9위까지 내려갔다가 2위로 정규 시즌을 마친 뒤 한국시리즈(준우승) 무대까지 진격했다. 5시즌 연속 포스트시즌행.
그 저변에는 탄탄한 투수진이 깔려 있고 젊은 마무리 투수 박영현(22) 성장이 큰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KT는 주전 마무리 투수였던 베테랑 김재윤(35)이 삼성으로 떠나며 불안감이 드리웠다. 그러나 박영현이 있었다. 김재윤 공백을 체감할 수 없는 활약 속에 그는 이제 한국 야구 미래로까지 불린다. 지난 시즌 10승2패 25세이브 평균자책점 3.52. 리그 승률왕(0.833)까지 차지했다. 시즌 후 대만에서 열린 프리미어12에서도 빠르고 묵직한 직구로 타자들을 압도했다. 한국 프로야구 최고 마무리로 꼽혔던 오승환 휘광을 이을 적자로까지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박영현은 들뜨지 않는다. “지난 시즌 초반에 부진한 탓에 팀 성적에 악영향을 줘서 민폐를 끼친 게 아닌가 생각했다”면서 “올 시즌에는 초반부터 치고나갈 수 있게 일찍 운동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KT 이강철 감독이 일부러 팀 페이스를 여름에 끌어올리는 것 아니냐”는 일부 팬들의 얘기에 박영현은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모든 팀이 매 경기를 필사적으로 치르고 우리도 마찬가지”라면서 “(팀이) 두 시즌 연속 초반에 부진했는데 이유는 잘 모르겠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올해는 다를 것이다. 원래 하던 대로 준비하면 초반 침체를 잘 피해 갈 수 있다고 믿는다. 마운드에서 흔들리지 않도록 무리수를 두지 않는 데 주력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지난 시즌 초에는 투구 폼에 손을 댔다가 되레 구위가 흔들렸던 기억이 있다. 올해는 ‘잘하던 걸 잘 유지하자’는 마음가짐으로 임한다.
주전 유격수 심우준과 팀 내 최다승(13승) 투수 엄상백이 한화로 떠나면서 KT 전력이 약화된 게 아니냐는 우려에 대해 “여전히 강팀”이라고 강조했다. “우준이 형이 팀에 남으면 좋겠다고 말을 했지만 한화로 떠난 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고 상백 형도 한화에서 잘했으면 좋겠다”면서도 “하지만 우리 내야는 여전히 막강하다. 허경민 선배도 왔고 김상수, 황재균, 오재일 등 든든한 선배들이 늘 믿고 던질 수 있도록 뒤에서 받쳐 준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SSG에서 넘어온 선발 투수 오원석이 합류했고 외인 선발 벤자민이 떠난 자리는 키움에서 맹활약한 헤이수스(지난해 13승11패)로 메우면서 “선발진은 어느 팀에도 뒤지지 않을 정도로 강력하다”는 생각이다.
그는 “이강철 감독님의 투수 야구와 믿음의 야구”를 KT 저력으로 들었다. “KT 투수들 모두 ‘투수 강팀’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있고 감독님을 비롯해 코치님들, 명선배들이 후배들에게 노하우를 전수하며 저력이 이어지고 있다”며 “연패를 하더라도 절대 분위기가 처지지 않는다. 감독님이 선수들에게 ‘부담 갖지 말라’며 독려하고 선배들도 ‘내일 잘하면 된다’고 격려해줘서 늘 좋은 분위기를 유지한다. 그게 KT가 가진 힘”이라고 했다.
이제 4번째 시즌을 맞는 그는 매년 성장했다. ‘남은 잠재력이 얼마나 되느냐’고 묻자 “아직 모르겠다”고 답했다. “주변에서 2023년이 커리어하이(3승3패4세이브32홀드)라고 다들 그랬는데 구속이나 구위는 2024년 더 좋아졌다”면서 더 뻗어나갈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기회가 오면 메이저리그에도 도전하고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아직 5년이나 남았다. 앞으로 계속 증명하고 발전해야 가능한 일”이라고 했다. “KT는 늘 우승을 목표로 시즌을 준비한다”면서 개인 목표로는 “승률왕보다는 세이브왕이 더 좋다. 일단 30세이브는 채우고 싶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