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G 유격수 박성한이 미국 플로리다주 베로비치에 차려진 SSG 스프링캠프에서 몸 만들기에 열중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수상에 실패한) 유격수 골든글러브에 다시 도전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SSG랜더스

프로야구 SSG에 2024년은 아쉬움이다. SK 시절부터 한국 프로야구 강호(통산 한국시리즈 우승 4회)로 2022년 통합 우승에 이어 2023년 정규 시즌 3위에 오르면서 전통을 이어갔지만 지난해엔 내내 고전하다 KT와 공동 5위에 올라 마지막 포스트시즌 진출 팀을 가리기 위해 단판 타이 브레이커까지 몰렸고, 결국 패퇴하면서 6위로 마감했다.

그래픽=송윤혜

그나마 위안을 준 건 유격수 박성한(27)이었다. 준수한 수비력(수비율 0.959)에 타율 0.301에 10홈런 67타점으로 맹타를 휘둘렀다. 경력 최고 성적이었다. ‘골유박(골든글러브 유격수 박성한)’이라는 말도 나왔지만 KIA 박찬호(30)에게 밀려 수상에는 실패했다.

그는 지난 시즌을 돌이키며 “개인적으로는 좋은 성적이 났지만 팀으로 보면 시즌 초반 외인 투수들이 부상과 부진으로 교체가 이뤄지면서 아쉬운 부분이 여럿 있었다”고 말했다. SSG는 지난 시즌 초반 외인 투수 더거가 부진을 겪다 퇴출되면서 드류 앤더슨을 데려왔고, 또 다른 외인 에이스 엘리아스가 시즌 도중 부상으로 이탈해 선발 운영에 어려움을 겪었다.

박성한은 “저도 후반기에 페이스가 올라왔고 그 전에는 좀 잘하지 못했던 거 같다”는 반성도 덧붙였다. 박성한은 지난 시즌 도입된 자동 볼 판독 시스템(ABS)에 잘 적응한 타자 중 하나로 꼽혔지만 정작 본인은 “구장마다 존이 다 다르게 느껴져 적응에 어려움이 있었다”고 했다.

올해는 “SSG는 여전히 강팀이고 올 시즌엔 분명 더 좋은 모습을 보일 것”이라며 “일단 가을 야구에 가야 한다”고 말했다. 올해 외인 선발부터 남다른 느낌이란다. 앤더슨은 지난 시즌 24경기 11승 3패에 9이닝당 12.29탈삼진을 잡아내며 ‘닥터 K’로 자리 잡았다. 올 시즌 새로 합류한 전직 메이저리거 미치 화이트도 기대를 모은다. 스프링캠프에서 시작한 불펜 피칭에서 두 선수 모두 전력 피칭이 아님에도 시속 150㎞ 공을 던졌다.

SSG 유격수 박성한이 미국 플로리다주 베로비치에 차려진 SSG 스프링캠프에서 포즈를 취했다./SSG랜더스

개인 목표는 “다시 골든글러브에 도전하겠다”고 했다. “아쉽게 못 받으니 더 자극이 돼 목표 의식도 더 뚜렷해졌다. 이젠 다른 사람에게 주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골유박은 무산됐지만 ‘국유박(국가대표팀 유격수 박성한)’에는 근접했다. 작년 11월 대만에서 열린 프리미어12 예선에서 주전 유격수로 4경기에 나서 타율 0.357 2타점 4득점 2도루로 공수 중심 역할을 했다.

SSG 내야진이 젊어지면서 박성한은 어느새 고참급으로 올라섰다. 올해 연봉도 3억원에서 3억7000만원으로 올랐다. 비(非)FA 선수 중 최고 연봉자다. SSG 젊은 내야수들은 “성한 형이 분위기를 편안하게 해주려고 노력을 많이 해준다”며 입을 모은다. 그는 “지난 시즌 마무리로 자리 잡은 조병현을 비롯해 정준재, 박지환, 고명준 등 젊은 선수들이 많이 기대된다”며 “지난 시즌 아쉬운 결과를 통해 각자 많이 느낀 만큼 올해 더 잘할 것이라는 기대하며 즐거운 분위기로 훈련하려 한다”고 말했다.

박성한은 스프링캠프 전 몸무게를 7kg 늘렸다. “내년에 더 강한 타구를 만들고 싶어서”라고 했다. 지난 시즌 10홈런으로 프로 데뷔 후 첫 두 자릿수 홈런을 친 박성한은 “한 시즌 20홈런은 쳐내야 거포라고 할 수 있지 않으냐”고 말했다. 그는 “한 경기 한 경기 소중하게 임해서 다음 시즌에도 좋은 활약을 해야 2026년 3월 열리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까지 욕심 내볼 수 있지 않겠느냐”는 각오도 덧붙였다.

그는 메이저리거(LA 다저스) 꿈을 이룬 김혜성(26)과 청소년 대표 동기다. 김혜성을 보며 자극을 받는다고 한다. 올해 박성한이 한 단계 더 성장한다면 내년 WBC에서는 김혜성과 박성한, 두 동년배 내야 듀오가 침체된 한국 야구 활력소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